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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6월 순백의 신부, 함박꽃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31]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함박꽃나무[학명: Magnolia sieboldii K.Koch]는 목련과의 ‘넓은 잎 낙엽 지는 키가 작은 나무’다. ‘함박꽃나무’는 꽃의 형태가 함박꽃(작약)과 비슷하고 나무에서 달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꽃이 함지박처럼 크고 탐스럽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지만, 흔히는 산에 사는 목련(木蓮)이란 의미로 산목련(山木蓮), 산목단, 개목련(제주)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야도초(野桃草), 합판초(合鈑草), 천금등(千金藤), 옥란화(玉蘭花), 신이(辛夷), 천녀화(天女花), 소화목란(小花木蘭), 대산연화(大山蓮花), 심산연화(深山蓮花), 함백이꽃, 함박이란 많은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한방에서는 천녀목란(天女木蘭)이라는 약재명으로 처방한다.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서는 산목란(山木蘭)이란 이름으로 국화(國花)로 지정되어 있다. 화단 정원수로 이용하면 좋다. 향이 많이 나 낮은 곳에 심으면 바람을 타고 향이 전해오기 때문에 되도록 낮은 곳에 심는다.

 

비슷한 종류로 잎에 반점이 있는 것을 얼룩함박꽃나무(for. variegata), 꽃잎이 12개 이상인 것을 겹함박꽃나무(for. semiplena)라고 한다. 일본목련과의 사이에 생긴 잡종을 왓소니(M.×watsonii)라고 하는데, 꽃은 함박꽃나무와 비슷하지만 지름 12∼15cm이며 위로 향하는 것이 다르다. 꽃말은 ‘수줍음’이다.

 

 

 

 

함박꽃나무는 목련과 사촌격이지만, 목련과는 달리 꽃이 핀 다음 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잎이 나온 다음에 푸른 잎사귀 사이로 하얀 꽃송이를 피우며, 하얀 꽃잎에는 에테르유를 함유하여 짙은 향기가 풍겨난다. 어느 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수줍음이 많아 한 번에 많은 꽃을 피우지 않고 날마다 몇 송이씩 번갈아 피는 모습이 마치 드러내지 않는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우리 겨레의 특성과도 닮아 더욱 정감이 가는 나무다.

 

하늘을 향해 넓은 꽃잎을 자랑하는 목련과 달리 땅을 향해 다소곳이 피는데, 무척이나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우리 겨레는 흰색을 유난히도 사랑한 민족이다. 흰색은 정적이고 안정감과 평화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욕심 없는 절제 속에서 평화롭고 순박하게 살아가려는 우리 겨레의 심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요염하고 화려한 꽃보다는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지니는 꽃을 더욱 가까이하였던 것도 이러한 정신적 세계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6월에 깊은 산에서 순수한 흰색과 은은한 향기로 피어나는 함박꽃나무의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꽃을 “천녀화(天女花)”라 부르며 사랑하였던 우리 선조들의 정신적 세계를 공감할 수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는 1999년 9월부터 달마다 '이달의 나무와 풀'을 뽑아 발표하는데 99년 6월의 나무로 뽑혔다. 궁궐의 우리 나무로 창경궁 춘당지로 가는 길가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북동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 곳곳의 깊은 산 중턱 골짜기 물 빠짐이 좋고 토양 비옥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다. 키는 3~7m 정도이고, 잎은 길이 6~15㎝, 폭 5~10㎝로 표면에는 광택이 많이 나고 털이 없으며, 뒷면은 회록색으로 맥을 따라 털이 있다.

 

 

 

 

꽃은 5∼6월에 흰색의 양성(兩性)으로 피고 잎이 난 다음 밑을 향하여 달린다. 꽃은 지름 7∼10cm로서 꽃잎은 6∼9개이고 수술은 붉은빛이 돌며 꽃밥은 밝은 홍색이다. 열매는 9~10월경에 길이가 3~4㎝로 원형으로 달리고, 씨앗은 적색으로 길이는 0.8~0.9㎝이다.

 

함박꽃나무는 한방에서는 두통, 복수, 복통, 설사, 열성하리, 이질, 진정, 진통, 출혈, 토혈, 해열, 습진, 술독, 변비, 고혈압, 갑상선 질환, 기침, 가래, 생리통, 소화불량, 마른기침에 약재로 처방한다. 민간에서도 약으로 많이 쓰는데 뿌리는 진통, 하혈, 이뇨 등에 효능을 갖고 있으며 나무껍질은 건위제, 구충제로 사용한다. 꽃 역시 안약으로 쓰거나 두통에 사용한다.

 

최근 한국의 여러 연구진에 의해 함박꽃나무의 약효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함박꽃나무에서 얻은 추출물이 위염과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줄기의 나무껍질에서 얻은 추출물에는 코스튜놀리드(costunolide)라는 산화질소 화합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사람의 백혈병 증상을 보이는 세포에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신약 개발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분류군이다.

 

중국에서는 씨를 감싸고 있는 붉은색 껍질을 말린 가루를 고급 요리의 향신료로 이용하는데 맵고 향이 있다. 향기가 좋아서 꽃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궁궐의 우리나무(박상진, 눌와)》,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