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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으로 돌아들어간 북녘 땅

진용옥 교수의 통일생각 ①

[그린경제/얼레빗 = 진용옥 교수]  

한국어정보학회 회장,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원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국민훈장목련장을 받았고, 현 한국방송통신학회장인 진용옥 교수. 그는 오랫동안 한국어정보학회 일로 중국과 북녘을 자주 찾았던 사람이다. 그가 남북한 화해와 평화를 위해 전에 써두었던 북녘 땅 78일 체류기(2004.6.11 ~ 6.19)를 연재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융합시킨 최고의 학자 진용옥 교수는 어떤 눈으로 북녘을 바라보았을까? (편집자말)

차례
0001. 인천과 북경공항에서 / 0002. 순안비행장에서 들어오는 길 / 0003. 평양성의 대동문과 보통문 / 0004. 모란봉과 을밀대 / 0005. 부벽루와 연광정 / 0006. 하중섬과 건널다리 / 0007. 대동강과 보통강 / 0008. 조선인공과 통일국호 / 0009. 평양 의열사와 색향의 기녀문학 / 0010. “꽃으로 본 내 나라에는 무슨 꽃이 찍혔는가? / 0011. 도읍풍수와 통일수도 / 0012. 평양종과 에밀레종 / 0013. 셔만호와 푸에블로호 사건 / 0015. 남포의 갑문과 고난의 행군 길 / 0016. 북녘의 구호와 남녘의 펜스광고 / 0017, 2004616일의 묘향산 / 0018. 다라니 석당과 대장경 인경본 / 0019. 온 사회의 지식화와 북녘의 교육문화 / 0020. 돌아오는 길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1. 인천과 북경공항에서  

인천공항에서 북경 가는 비행기는 황사장의 호의에 의하여 좌석등급 상향이 있었으며 돌아올 때도 같았다. 북경에 도착해서는 북경주재 조선인공(북한) 대사관 영사처에서 방문증 발급을 받는다고 호텔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3시쯤 한사람의 사진과 여권 사진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은 있었으나 21명 전원의 증명서가 발급되었다. 순전히 여행증명서 발급 때문에 중국 왕복 비자를 발급하고 북경에서 1 박을 하는 등 비용과 시간 손실이 너무나 컸다. 가까운 곳을 두고 삥 돌아간다고 볼멘소리를 하였지만 분단 현실은 엄연한 것이었다.  

북경의 저녁은 어울리지 않게 한식으로 하였다. 다음날 북경 수도공항으로 갔는데 평양행 비행기는 조선인공의 고려항공이 주 2(, ) 왕복 그리고 중국 항공편이 주 1회 운항한다고 한다. 이날은 평양으로 가는 이방인들이 유달리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6. 19 (김정일 위원장이 당 사업에 투신했다는 날자) 40주년 기념식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도착해서 알았지만 남북 어깨동무 팀들이 북녘에 병원을 지어주고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전세 비행기로 왔다고 한다. 자로 서해를 약간 돌았기는 하지만 50분만 결렸다 한다. 서로 정보가 공유되었더라면 남은 자리에 동승을 해도 충분했을 터인데 우리는 그것이 안 되는 것이다. 통일부와 국내 양 항공사는 북녘방문 신청과 비행일정 등을 감안하여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도 있었는데 서비스 정신도 부족하려니와 총체적 정보공유 의 의식이 결여된 결과였다. 2004613일 현재 우리의 의식수준은 이런 정도이며, 이러고서도 소득 2만 불 달성 운운하는 것이다.  

619일 돌아 올 때도 북경을 거쳤는데 서울 발 아시아나 항공 332편의 4번째 주 엔진 이상으로 수리창까지 되돌아가 재정비하는 바람에 3시간이나 연발되었다. 지연 보상은 고사하고 형식적 안내와 승객의 아량을 바란다는 내용이 두서너 차례 이어지긴 했으나 공손하지 못하고 당연한 듯 당당한 태도였다. 도착해서는 제주도로 가는 인천-김포공항 연계 교통편을 제공한다고 기내 안내방송을 해놓고는 막상도착해보니 마중은 없었다.  

도착부츠에 문의한 결과 국내선 예약 여부만을 따지면서 종래는 연락을 못 받았다는 것이다. 자체적 연락 부실을 승객에게 전가한 체 지금이라도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되풀이 했다. 거칠게 항의해서 수정은 되었지만 분명히 이 회사는 총체적 부실로 이어지는 징후를 보여주고 있었다. 얼마 가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2004619일 한국의 국제항공사의 서비스 수준이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소득 2만 불 달성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순안비행장에서 들어오는 길  

평양에는 순안국제공항과 미림 군사비행장이 있다. 국제선은 베이징·모스크바·하바로프스크 등지와 연결되어 있으며, 국내선은 평양청진 정기여객항공노선을 제외하고는 백두산을 가는 삼지연행 항공편이 부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남녘 대표단 일행은 전원 귀빈실 통로를 이용하여 입경수속을 밟았다. 비자가 아닌 방문증명서는 입국수속이 아닌 입경수속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귀빈실 입구에서 기념 촬영이 있었으며 이 장면은 13일자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되었다. 순안비행장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은 고속도로였다. 하지만 중앙 분리대와 갓길이 없는 대신 좁은 인도가 병설되어 있어 우리의 개념으로 보면 고속도로라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중 누군가 차량의 운행정도는 왕복 도로 중 3분에 1대 꼴이었다는 관찰도 있었다.  

버스는 순안비행장-공항고속도로(6.15 정상회담 때 군중들이 몰려들어 열광 했던) -개선문-천리마 동상-만수대 의사당으로 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텔레비전에서 흔하게 목격되었던 거대한 동상이 눈앞에 닦아왔다. 김일성의 황금동상인 것이다.  

참배와 헌화(유경선, 진용옥, 김성)를 하는 순간 두 쌍의 신혼부부가 남녀 보호자(둘러리)와 함께 참배헌화 하는 광경이 목격되면서 동상보다는 온통 결혼으로 초점이 쏠렸다. 평양에서는 결혼식을 올리면 김일성의 동상 앞에서 참배하고 헌화하는 것이 관례라 한다. 초청 측에 양해를 구하고 그들에게 동반촬영을 제의했으나 아무 반응도 없었다. 무반응이 아니라 무대응에 가까운 것이었다. 사진촬영이나 개별적 접촉은 사전협의를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방북단이 사진작가들 중심인지라 특이한 풍광이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으며 두고두고 문제를 야기 시키는 빌미가 되었다.
 

양각도 호텔과 평양팔경  

다시 버스를 타고 김일성광장-평양역-양각도 다리를 거쳐 호텔에 도착하였다. 돛대를 상징하듯 양각도 북쪽에 솟아있는 삼각형 구조의 47층의 건물이었다. 양각도란 섬 전체가 양의 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생긴 이름인데 능라도와 함께 평양 대동간의 명승지 중 하나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암도라는 별도의 섬이 있었는데 붙여버렸다고 한다. 섬에는 호텔 말고도 9홀 골프장, 평양국제영화회관, 양각도 축구경기장이 함께 있었다.  

47층의 회전전망 식사칸(restaurant)에서 벌어진 연회는 음식과 경관 그리고 분위기가 3박자를 이루는 기분 좋은 첫 대면이었다. 멀리 용악산(龍岳) 너머로 해넘이가 시작되면서 벌겋게 물들인 저녁노을은 황홀한 석양을 연출하고 있었다. 용악산의 푸르름은 평양 8경으로 예찬했지만 (盤龍晩翠 : 반용만취), 대동강 중심 47층 높이에서 감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을 따라 얼굴도 붉어지면서 우리들은 도도한 취흥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다시 능라도 위치로 되돌아 왔을 때는 노을은 간데없고 만취(滿醉)의 상태에서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조휘(趙諱 1454-1509)평양 8()을 을밀대의 봄경치(密臺賞春), 부벽루에 비낀 달 풍경(浮碧玩月), 해질녘 영명사에 스님들 찾아드는 모습(永明尋僧), 보통강 나루터에서 길을 떠나는 나그네와 주인장(普通送客), 거피(車避)문 앞 대동강의 뱃놀이(車門泛舟), 애련당에 내리는 빗소리(蓮塘廳雨), 늦가을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반룡산의 사철나무(盤龍晩翠), 봄비에 불어난 대동강물의 소용돌이(馬灘春漲)이라 읊었다. 이를 평양 8경이라 한다.

   ** 진용옥

 

   
 

경희대 전파공학과 명예교수,
현 한국방송통신학회장
현 한국미디아_컨텐츠 학술연합 공동의장
현 방통위 자체 정책평가위원장
전 한국어정보학회 회장
전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원장
대한민국 국민훈장 목련장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