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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은 없고 사쿠라(벚꽃)만 판치는 한반도

일본 국화를 좋아면서 아베에 분노하는가?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진해군항제를 비롯하여 각종 벚꽃잔치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틀 전 모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는 낮 뉴스에서 진해군항제 소식을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하면서 해군기지에 몰려든 사람들을 화면 가득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벚꽃의 만개시기를 일기예보처럼 낱낱이 예보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방송에서 진해의 흐드러진 벚꽃놀이 보도이후 다시 몇 가지 뉴스가 지나간 뒤에서야 “일본의 교과서에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표기하고 있다”는 뉴스를 배치하고 있는 점이다. 독도를 자기들의 영토로 기정사실화하면서 교과서에 실어 “일본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사실 마저도 한국의 방송은 “벚꽃놀이” 보다 못한 기사로 다루고 있는 것이 속상하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 진해군항제를 상세히 보도하는 방송


 일제강점기인 1928년 4월 22일 치 동아일보에는 “불온기사”라고 딱지를 붙인 기사가 눈에 띄는데 불온의 이유인 즉슨 “피폐한 조선인의 경제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마산의 벚꽃놀이를 비판” 했다는 것으로 이를 문제 삼은 곳은 경성지방법원 검사국이었다.

   
▲ 벚꽃 구경을 잘 할 수 있도록 개화시기를 안내하는 방송

 

   

▲ 일본 방송엔선 사쿠라가 필 때쯤이면 "사쿠라전선"을 앞다투어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일제는 조선의 사찰 경내에도 벚꽃을 심으라고 강요하고 있는데 1937년 3월 5일 치 조선일보에는 경기도 시흥군내 20여개 사철경내(京畿道 始興郡內 20餘個 寺刹境內)에 단풍, 벚꽃나무, 밤, 감, 복숭아 따위를 심으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묘목은 “될 수 있는 대로 군에서 공동 구입으로 할 것이며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군의 승인을 받을 것” 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절 안에 심을 나무까지 지정해주고 관리감독을 받으라던 일제강점기의 살벌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일제가 조선에서 저지른 만행이 어디 한두 가지겠느냐만 창경궁을 헐고 그 자리에 동물들의 똥오줌 냄새 풍기는 동물원을 만들어 ‘창경원’으로 격하 시킨 일은 두고두고 조선인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일이다.


 일제는 한술 더 떠 여기에 벚꽃나무를 잔뜩 심어 놓고 “벚꽃놀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1920년대부터 부쩍 “창경원 밤 벚꽃놀이” 기사가 늘고 있는 것도 철없는 조선인들을 부추기게 하는 한 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 모 방송은 벚꽃놀이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하고 일본 교과서의 독도기재 사실은 나중에 보도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가 즐기는 ‘벚꽃놀이’는 원래 우리의 풍습은 아니다. 일본인들은 4월이 되면 하나미(花見、はなみ)라고 해서 전국민이 벚꽃 아래에 모여 도시락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놀고 즐기는 풍습에 광적일 정도다. 심지어 토오쿄오의 우에노 공원() 같은 명소는 그 연회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자리쟁탈전[진토리갓센()]이 격렬하게 행해진다. 각 그룹의 선발대가 전날부터 밀어닥쳐 전망이 좋은 장소를 두고 다투는 것은 거의 광적이다. 이러한 풍습은 일제강점기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일제는 의도적으로 한반도 전역에 일본의 나라꽃(國花)인 벚나무를 심도록 했던 것이다.


 조선땅에 건너와 가장 먼저 한 것이 신사(神社)의 건설이요, 방방곡곡에 벚꽃을 심어 “일본화”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눈치채지 못한 조선인들은 해방 후 “신사”는 없앴지만 “벚꽃”만은 줄기차게 심고 가꾸어 이제는 한반도가 “벚꽃나라”가 되고 있으니 지하에 계시는 애국지사 선열들이 보면 통탄할 노릇이다.


 올해로 57년을 맞이한다는 진해군항제 누리집에는 “벚꽃의 종류가 17종인데 이 가운데 5종이 한국산 벚나무다. 특히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 제주도라면서 5.16 이후 벚꽃 진해를 되살리고 있다.”고 써놓고 있다. 마치 진해 벚꽃은 모두 ‘한국산’ 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인상이다.

                                   

▲ 창경원 밤 벚꽃놀이(1927.4.23 동아일보), 일제는 창경궁을 헐고 동물원을 지으면서 벚꽃을 심어 놓고 찾아드는 조선인들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정말 진해에는 일제 때 심은 ‘일본산’ 사쿠라(벚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고 ‘한국산’ 벚나무만을 심어 놓은 것인가? 그래서 일본인들의 풍습인 ‘벚꽃놀이’를 따라 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더욱 큰 문제는 요즈음도 계속 도시 가로수를 벚나무로 심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벚나무들이 한국산 벚나무란 말인가? 그렇다고 해도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은 어째서 나라꽃인 무궁화 잔치(축제)는 없느냐는 것이다. 잔치는 그만두고라도 주변에서 무궁화 꽃 한그루 구경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나라꽃은 이순신 장군이 활약하던 진해를 비롯하여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의사당 주변은 물론이요 전국 방방곳곳에 심어 봄이면 사쿠라천지를 만들면서 정작 무궁화는 홀대하는 나라, 벚꽃놀이는 가장 먼저 보도하면서 일본의 교과서에 독도가 자신의 영토라고 버젓이 실렸다는 뉴스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까? 벚꽃 잔치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이때가 되면 벚꽃 뒤에 숨어서 ‘한반도의 침략을 반성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더욱 미화하려는 일본의 두 얼굴’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