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오늘은 6월 25일이다. 남북 간의 충돌, 아니 북한이 우리를 남침해서 시작된 동족 사이의 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75년 전에 일어났으니 이제 이 전쟁의 참상이나 아픔을 보고 듣고 기억하는 분들이 주변에서 거의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만큼 전쟁에서 고향을 잃고 가족을 잃고 남으로, 북으로 흩어진 사람들의 기막힌 아픔도 점점 역사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필자도 전쟁이 막 휴전으로 들어간 뒤인 1953년 10월생이니 이 전쟁의 실상이나 아픔을 알 턱이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한 논픽션 소설이 생각난다. 《통일교향곡》이란 제목으로 2012년에 나온 책이다. 1950년 6월, 이 논픽션 소설의 주인공인 19ᅟힲᆯ의 청년 윤정호는 서울에서 열린 전국 음악 콩쿠르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성악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최영애와 사랑에 빠진다. 영애는 정략결혼을 추진하는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어 가출하여 정호와 결혼하기 위해 충주로 갔으나,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에 인민군의 남침으로 6ㆍ25 전쟁이 터지고, 정호와 영애는 인민군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들은 곧 의용군으로 인민군에 징발되어 침략한 북한군을 위한 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우리나라에서 다도(茶道) 인구가 가장 많고 차를 함께 마시는 차회(茶會)도 가장 많은 곳이 부산 경남이다. 이 지역이 차문화가 성행하면서 차를 마실 때 쓰이는 도구, 곧 차를 우려내는 주전자와 찻물을 담아 올리는 찻잔 혹은 찻사발도 중요해졌는데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인기를 얻은 차 도구를 만든 대표적인 도예가들 가운데 경북 문경에서 도예를 시작한 분들이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경남 양산에 가마를 열고 도예문화를 일으킨 신정희(申正熙 1930~2007) 씨가 그렇고 부산 기장에서 상주요를 운영한 김윤태(金允泰, 1936~2012) 씨도 그러하다. 문경은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적토, 백토, 사질점토, 도석 등이 널리 분포되어 있고 계곡의 물이 좋아 1700년 무렵 영ㆍ정조 시대의 공장안 폐지에 따라 문경새재를 넘어온 장인들이 정착하면서 처음으로 가마가 만들어졌으며, 그 전통이 이어져 오던 곳이었고 임진왜란 때 부산과 경남, 전라도 등지의 사기장들이 일본으로 납치된 이후 문경은 납치를 모면해 도자기 기술자들이 살아남은, 민수용 도자기의 대표적 산지였다. 경남 사천 출신인 신정희는 전국의 오래된 옛 도요지 200여 곳을 탐사하였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다시 아침 산책길에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뻐꾸기가 내는 소리는 우리 한글이 가장 잘 표기할 수 있다는데 중국 한자어로 뻐꾸기 울음소리 ‘뻐꾹’을 형상화한 의성어 '벌곡(伐谷)'이라고 하거나 '포곡(布穀)포곡(布穀)' 한다지만 우리 귀에는 분명히 '뻐꾹뻐꾹'이라고 들린다. 이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그동안 이미 지난달 와서 가끔 울어주었지만, 귀담아듣지 못한 것은 숲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던 정치적 회오리에 대해 우리들이 전혀 무관심하지 못했던 때문이 아닌가? 어찌 됐든 이제 정치판에 그동안 전쟁 같은 격전이 끝나고 세상이 조용해지고 있기에 비로소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저런 연유를 넘어서서. 우리 아파트 단지 아래쪽에서 먼저 시작하다가 나중에 숲길 중반에까지 와서 울어주는 뻐꾹새가 우리 부부는 반가운 것이다. 어제는 그냥 흔히 하는 '뻐꾹 뻐꾹'이 아니라 '뻐뻐꾹 뻐꾹'을 연달아 내곤 해서 이들이 춘정을 나누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돨 정도였다. 뻐꾸기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소리는 명확한데, 저녁때 이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소나무가 우거진 기분좋은 언덕배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호수, 어린 소나무와 호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숲 속의 작은 빈터, 군데군데 녹은 얼음, 거무스레하고 물기에 젖어있는 호수. 우리가 상상하고 가보고 싶은 숲을 28살의 청년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는 이렇게 묘사했다. 월든이란 호숫가에 들어가 살면서 묘사한 숲의 이야기다. 이 청년이 기록한 미국 동부 숲의 이야기는 단순한 숲 생활의 기록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와 감사, 찬미이며 동시에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한 통렬한 반성,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었다. 우리가 숲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그런 숲에 가고싶어하는 마음을 일깨워준 것이 이 책이었다. 소로우가 묘사한 숲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기후가 다르고 지형이 다르니 같은 숲이야 있겠는가만은 어릴 때부터 크낙새가 운다는 광릉의 숲이 아마도 소로우가 묘사한 숲의 이미지로 우리 가슴에 들어와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광릉 숲에 가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을 것이지만 막상 거기가 어딘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몰라 못 가본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거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5월이 맞는가? 하루걸러 비가 오는 게 5월 날씨로 맞는가? 그런 의문을 가지고 비가 오는 날도 피하지 않고 산책길에 오르는 까닭은 산책로 입구의 자그마한 물웅덩이에 오늘은 안 오는가 하는 기다림 때문이었다. 근래 이곳 물웅덩이가 잦은 비로 물이 넘치는데도 텅 비어 있는 때가 많아졌다. 지난해 또는 그전에는 오리들이 자주 와서 놀아주기에 산책길이 외롭지 않았는데 영 오지를 않으니, 궁금증이 커지고 그만큼 외롭고 아쉬운 날도 많아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다리던 손님들이 왔다. 머리와 목덜미가 파란 청둥오리 두 마리가 다른 오리 두 마리와 함께 물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마침, 해가 나서인지 오리들이 자맥질하며 한창 즐겁게 놀고 있다. 아침마다 이들을 기다리던 집사람과 필자는 우리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왔어? 왜 이제야 오는 거야? 다만 눈앞의 정경은 좀 특이하다. 오리 네 마리가 놀고 있는데 수컷 오리가 두 마리이고 다른 두 마리는 조금 작아 보이기에 새끼 같다. 열심히 자맥질하며 노는 것도 보면 역시 막 자라는 새끼들 같다. 그렇다면 이들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만 두 마리인가? 나머지 두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여러 사람들이 말을 한다. 문화재나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 전시회를 봐야 한다고. 그래서 마침 연휴 뒤끝,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으로 갔다. 그것도 이태원 쪽 리움미술관 앞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아주 편하게...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작품을 모아놓은 용인 호암미술관의 가장 큰 겸재전시회다. 겸재의 원화를 한꺼번에 가까이에서 처음 보는 기회다. 가장 유명한 인왕제색도. 이건희 회장 생전에 아끼며 호암미술관에 보존해 오던 것인데 사후에 나라에 기증되어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겸재의 대표작이다. 인왕제섹도(仁王霽色圖), 인왕산의 제색을 그린 그림이란 뜻이다. 제색이란 말의 제(霽)는 비가 그친 상태를 묘사한 글자이니 인왕제색(霽色)은 비가 그친 인왕산의 산뜻한 경치를 말함이다. 비가 걷히면서 바위들이 깨끗한 자태를 드러내는 광경, 가만히 보면 그 광경이 동영상처럼 움직여 피어오르는 듯 착각에 빠진다. 가장 큰 특징은 흰색에 가까운 인왕의 봉우리와 암석들이 먹의 검은색으로 그려진 것. 아주 새롭고 신선한 기법이다(세상을 뜬 한국화가 남천 송수남이 남해 다도해의 풍광을 그리면서 봉우리들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미국이 낳은 20세기 으뜸 예언자 가운데 하나라고 말해지는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 : 1877~1945)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켄터키주 한 농장에서 태어난 케이시는 어릴 때부터 성경을 열심히 읽으며 대학도 나오지 않고 경건한 삶을 살아왔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게 뭔지는 몰랐다. 그러다가 24살 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증세가 생겨 이를 치료한다면서 최면요법을 받다가 자신이 가진 영적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최면이나 마취에 걸린 것처럼 반수면 상태에 들어가서 옆에 있는 사람의 물음에 대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답을 하는(이 상태를 reading이라고 한다.) 것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잠재의식이 말하는 것으로서 당시에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미래의 일을 예측했고, 그것이 상당 부분 맞았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학교 교육이라곤 7년밖에 받지 않은 그는 리딩과정에서 난해한 의학용어를 풍부하게 구사했으며,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알려주어 난치병 환자를 치유한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의뢰자의 요구에 맞추어 그가 현재 신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산록을 바라보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영원한 스무 살 청년이 된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표현이다. 금아(琴兒) 피천득(皮千得)은 수필 「오월」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선언한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이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 피천득 「오월」 올해도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우리 사회를 흔드는 태풍급 정치 때문에 봄을 거의 잃어버릴 뻔했는데 그래도 봄은 돌아왔다. 우리가 계절의 여왕인 5월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시간만은 나이가 드는 것을 잊어 버려도 좋다. 거문고 켜는 아이인 금아 피천득은 5월의 시인이며 수필가이다. 피천득은 1910년 5월 29일에 태어나서 2007년 5월 25일에 세상을 떠 29일에 장례를 치렀으니, 5월과는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5월은 어린이 달, 가정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장의 사진에 나의 시선이 꽂혔다. 붉은색 천 조각을 기어서 만든 장삼 차림의 한 스님이 활짝 웃는 모습이다. 입가의 미소가 입술 끝을 한껏 끌어 올렸고 두 눈초리는 초승달처럼 휘어서 반대로 아래로 있다. 누가 봐도 웃는 얼굴이요, 온몸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주부터 어제까지 서울에서 열린 한 사진전에서 만난 정말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멋진 웃음이다. 사진 설명은 '가섭의 미소'라고 했다. 전라남도 고흥 능가사라는 절의 응진전에 있는 16나한 가운데 한 명이다. 가섭은 누구인가? 바로 부처님의 '염화시중(拈華示衆) 의 미소'의 주인공이 아닌가? 2,600여 년 전, 어느 날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다가, 문득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연꽃 한 송이를 들어서 설법을 듣고 있던 대중에게 들어 보였다. 이는 연꽃을 보여줌으로써 말을 넘어서는 깨달음의 의미를 대신 전하고자 한 것인데, 그 자리에는 수많은 대중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지만, 오직 가섭 존자만이 연꽃을 들어 올린 부처님의 뜻을 이해하고 빙긋이 웃어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부처님도 빙긋이 웃음을 보이며 가섭존자를 자신의 앞으로 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 한승수 / 4월 온 천지가 봄이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길이건 주택가건 공원이건 그동안 심고 가꿔온 꽃과 나무들이 모두 피어나 이 계절을 마음껏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 4월이 하순으로 넘어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봄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일제 강점기인 1926년 나온 이 노래는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나온 멋진 노래가 아니던가? 이달 초 필자는 이 노래가 나온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서 산림녹화와 우리 전통문화를 발굴하다가 이 땅에 묻힌 일본인 아사카와 노리다카 94주기를 추모하면서 이 노래를 같이 불러주었다. 이런 좋은 계절에 우리 땅에 묻혀 있으니, 이곳이 곧 당신의 고향이란 뜻이 된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원수 님이 쓰신 동시다. 1911년생인 이원수 씨는 마산공립보통학교를 다니던 열다섯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