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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봄, 차가운 바다서 떠오른 약속 '새깁니다'

굽은 등에 스민 바람, 가슴에 깊이 새기다 [오늘 토박이말]새기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그림 속, 차가운 새벽 물안개가 자욱한 바닷가에 홀로 선 남자의 굽은 등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수평선 너머로 이제 막 떠오르는 해는 수줍은 듯 온 세상을 귤색 빛으로 물들이고 있네요.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스치고, 모래톱 위 작은 노란 리본과 종이배는 그 바람에 실려온 듯 낮게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의 눈길은 저 먼바다, 어쩌면 그날의 기억이 멈춘 곳을 향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두 번의 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이 계절의 바람은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꽃내음이지만, 그에게,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시리고 아픈 기억의 조각들을 실어 나르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그 아픈 시간을 건너온 우리 모두의 마음을, 그림 속 따스한 아침 햇살처럼 가만히 보듬어보려 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뚜렷이 '새기다' 열두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것은 우리가 그날의 약속을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기억식에서 전해진 "국가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 소식은, 그림 속 떠오르는 해처

검무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기원이 아닌 전승으로 읽는 춤 [이진경의 문화 톺아보기 28]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검무(劍舞)는 단순한 춤이 아니다. 칼이라는 무구를 들고 춘다는 점에서, 이 춤은 인간의 생존과 권력, 그리고 의례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그래서인지 검무의 기원을 하나의 사건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 전승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검무는 단일한 출발점에서 비롯된 춤이라기보다 여러 시대와 문화가 겹겹이 쌓이며 형성된 결과에 가깝다. 최근의 논의는 이러한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한 학술 발표에서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은 검무의 기원을 ‘항장무’와 연결지어 설명하였다(우리문화신문, 2026. 3.20). 항장무는 중국 《사기》 「항우본기」의 홍문지연 서사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 평안도 지역에서 잡극 형태로 유행하다가 궁중 정재로까지 수용된 춤으로 알려져 있다(손선숙, 2023). 한편 국가무형유산 제15호 북청사자놀음 동선본 전승교육사는 북청사자놀이 전승 과정에서 항장무 계열로 해석될 수 있는 음악이 전승자 없이 음악적 형태로만 남아 전해지고 있다고 말하였다. 전경욱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북청사자놀이에는 칼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초장ㆍ중장ㆍ종장으로 나뉘어 점차 속도가 빨라지는

'사쿠라' 천지의 4월, 과연 괜찮을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22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올해는 일본말로 사쿠라라고 부르는 벚꽃 피는 때가 빨라졌습니다. 그래서 4월 중순인데도 온 나라는 흩날리는 눈보라 아니 벚꽃보라로 난리입니다. 해마다 밑으로는 진해부터 위로는 서울 여의도까지 벚꽃길을 조성해 놓고 이를 보려는 사람과 차들로 몸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봄날 벚꽃에 파묻혀 사는 것이 괜찮은 일인지 살펴볼 일입니다. 김소월이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이라고 읊었던, 온 천지에 흐드러진 진달래, 산수화와 매화 잔치를 하는 곳은 드뭅니다. 벚꽃은 일본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꽃으로 그들의 나라꽃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혼례식장에서 으레 벚꽃차나 더운물에 소금절임 벚꽃잎을 넣는 탕을 대접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미(花見)” 곧 “벚꽃놀이”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이고 봄날 일기예보 시간엔 당연히 “벚꽃이 어디쯤 피었나?” 하는 <벚꽃전선(사쿠라젠센)>예보를 합니다. 그리고 “밤 벚꽃놀이(요자쿠라)”에 온 국민이 열광할 만큼 벚꽃놀이는 일본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그렇게 벚꽃에 열광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벚꽃의 다수는 제주가 원산지인 ‘왕벚꽃’이어서 문제

전통을 넘어 미래로., 전통공예 전문교육 성과 한자리

국립무형유산원, 공예분야 전문교육 결과물 전시 : 숨결, 전통을 넘어 미래로 가다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박판용)은 4월 17일(금)부터 4월 26일(일)까지 서울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갤러리 2층(서울 종로구)에서 ‘국립무형유산원 공예분야 전문교육 결과물 전시 : 숨결, 전통을 넘어 미래로 가다’를 연다. 이번 전시는 국립무형유산원이 지난해 진행한 무형유산 공예분야 전문교육 3개 과정(▲ 전통공예 재현·복원 연구과정, ▲ 무형유산 창의공방 레지던시, ▲ 전통공예 상품화과정)의 성과와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전통공예의 계승과 현대적 확장을 동시에 조명하는 자리다. 단순한 결과 발표를 넘어 전통공예가 과거의 유산을 넘어 미래로 그 의미를 확장해 가는 과정을 관람객과 나누고자 하며, 전시 기간 교육과정의 성과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3건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 전통공예 재현‧복원 연구과정 결과 심포지움 개최 : 4. 18.(토) 13:30~18:00 / KCDF갤러리 B2F 다목적실 ※ 창의공방 레지던시, 상품화과정 참여 작가와의 대화 개최 : 4. 25.(토) 10:00~15:40 / KCDF갤러리 2F 먼저, ▲ ‘전통공예 재현ㆍ복원 연구과정’ 참여 전승자들은 ‘물건을 담는 공예

총 대신 붓을 든,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윤희순’의 생애를 다룬 민요뮤지컬 춘천시립국악단 무대로 살아나 회고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서사와 가슴을 울리는 민요의 하모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춘천시립국악단(예술감독 이유라)은 오는 4월 30일(목) 저녁 7시 30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제9회 정기공연 민요뮤지컬 <윤희순은 살아있다>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춘천의 의병장이자 대한민국 첫 여성 의병장으로 기록된 ‘윤희순’의 불꽃 같은 생애를 민요와 뮤지컬 형식을 결합해 풀어낸 창작 국악 공연이다. 공연은 윤희순 의사가 남긴 회고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이유라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김학재 작가 겸 연출이 대본과 연출을 맡아, 평범한 아녀자에서 항일 투쟁의 선봉에 서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고뇌와 결단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춘천시립국악단 단원들의 일품 연기와 구성진 가락으로 관객들이 그녀의 삶 속으로 깊이 몰입하게 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윤희순 의사가 직접 만들어 전파했던 ‘안사람 의병가’다. 당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나라 구하는 데 남녀가 따로 없다”라며 여성을 의병 활동의 주역으로 이끌었던 그녀의 외침이 웅장한 국악 선율과 함께 울려 퍼진다. 가슴을 울리는 민요와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전율과 감동을 선사하며, 개막

천년을 지킨 한지,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움직이는 도시, 한지를 품은 도시, 원주한지 세계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제28회 원주한지문화제가 오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 열린다. (사)한지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원주한지문화제위원회가 주관, 원주시가 후원한다. 올해 축제는 ‘한지, 세계 속에 서다’를 주제로, 한지의 전통과 현대적 확장을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종이와 빛, 움직임을 매개로 한 전시를 통해 축제장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연출했다. 공간과 참여로 완성되는 전시 프로그램 해마다 독창적인 설치미술로 주목받아 온 ‘종이숲’은 올해 한지를 품은 도시의 미래를 그린다. ‘종이숲 <움직이는 도시, 2026 – 한지, 세계 속에 서다>’는 본관 앞 주차장에 조성되는 정지연 작가의 설치 작품으로, 도시의 구조와 인간의 움직임, 빛과 시간의 흐름을 한지로 풀어낸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변화하는 공간과 빛의 흐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바깥 공간에 조성되는 ‘종이숲 2 빛과 바람의 공간’은 한지와 자연 요소를 결합한 전시로, 바람과 빛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 연출을 통해 관람객에게 색다른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빛과 바람, 한지가 어우러진 장면은 자연스럽게 머물고 싶은 공간을 형성하며, 관람객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낙서하러 오세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낙서 환영 놀이터’ 문 열어 4월 11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어린이대공원 ‘유니세프 맘껏정원’서 운영 조구만 스튜디오와 협업해, 스트레스 해소와 아동의 놀 권리 함께 되새겨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회장 정갑영)는 놀이의 값어치와 놀 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유니세프 맘껏정원에서 ‘낙서 환영 놀이터’를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낙서 환영 놀이터’는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를 토대로 자유로운 그리기를 통해 놀이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고자 기획된 공간이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돋보일 ‘자유 드로잉 마당’, 놀 권리의 중요성을 알아보는 ‘놀 권리 캠페인 마당’과 캐릭터 조구만(JOGUMAN)의 대형 풍선 ‘사진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번 운동은 인기 캐릭터 브랜드 ‘조구만(JOGUMAN)’의 재능 기부와 디자인 협업으로 꾸며져 의미를 더했다. 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번 ‘낙서 환영 놀이터’는 분쟁과 재해 등으로 놀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지구촌 어린이들을 기억하며 놀이의 기쁨과 의미를 경험하고자 마련된 공간이다”라며 “전 세계 어린이들의 놀 권리에 따뜻한 관심과 함께 많은 방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유니세프(UNICEF, 유엔아동기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아동권리 증진에 대한 역할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유일한

모두공감기획전 《관계의 기술 : 기꺼이 기어이 기대어》

장애예술 속 관계의 값어치를 조명하는 모두공감기획전 개인 역량 넘어 돌봄과 협력으로 확장되는 장애예술의 새로운 가능성 조명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사장 방귀희, 이하 장문원)이 4월 16일(목)부터 5월 23일(토)까지 모두미술공간에서 2026 모두공감기획전 《관계의 기술 : 기꺼이 기어이 기대어》를 연다. 《관계의 기술 : 기꺼이 기어이 기대어》는 개인 역량 중심의 사고를 넘어 돌봄과 협력의 과정에서 확장되는 장애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는 전시다.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관계’의 관점에서 조명한 다채로운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장애예술인들은 주로 타인과의 긴밀한 협업 속에서 작업을 이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상호 협력의 관계를 창작의 핵심 요소로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과정을 작업의 요소로 바라보며, 예술이 개인의 성취를 넘어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공동의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전시에는 김진우, 둥지(김보라, 오다솜, 송하정), 라움콘(Q레이터, 송지은), 발달장애인 독립공간 예술쉼터, 선사랑드로잉회, 이정현 등 6개 작가/팀이 참여한다. 서로 다른 몸을 통해 형성된 다양한 감각을 긍정하고, 협력의 과정을 통해 축적한 창작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먼저, 김진우 작가는 발달장애인의 여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