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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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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에 넣었던 주먹, 이젠 꺼낼 때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호주머니 - 윤 동 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텔레비전 프로그램 ‘동네 한 바퀴’에서 진행자가 정성껏 차린 밥상을 5,000원만 받는 할머니께 진행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렇게 하면 남는 게 있어요.”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단호했다. “죽을 때 입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고 하잖아요. 돈이 아니라 사람이 남는 게 진짜 장사지요.” 그렇다. 사람이 죽어서 입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문상 온 사람이나 망자의 친척들이 노잣돈 하라고 돈을 내놓지만 이를 망자가 가져가지 못하고 후손들이 챙긴다. 그러나 우리 어렸을 적 가난한 시절에 입었던 옷에는 호주머니가 달렸어도 거기에 넣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겨울만 되면 그 호주머니에 ‘주먹 두 개 갑북갑북’ 넣었단다. 영혼이 맑은 윤동주 시인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상상이다. 주먹이라도 넣어두면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음인가? 최근 뉴스들을 보면 “애플 호주머니 채워준 '호구' 이통사”, “줬다가 뺏은 장학금, 다시 총장 호주머니로?”, "트럼프, 푸틴 호주머니 속에서 놀아났다." 등 호주머니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

작은 꽃의 아름다움, 낮은 키로 앉아요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엄마는 낮은 곳도 잘 살피세요 - 이 영 균 나는 작은 풀꽃을 좋아하고요 엄마는 키다리 화사한 꽃을 좋아하세요 그러다가도 엄마는 풀꽃을 보려고 낮은 키로 앉아요. 내 키만 해져서는 귓속말로 작은 꽃이 더 예쁘데요. 길가에 버려지듯 핀 풀꽃 좋아해 주면 모두 행복할 거예요. 엄마는 허리 굽혀 풀꽃 옆의 쓰레기를 주었어요. 작은 것을 가리키는 말에 ‘나노(nano)’란 것이 있다. 나노는 그리스어의 “난쟁이”란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1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 초미세단위다. 나노기술은 극미세 물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가진 장치로 변화시키는 기술인데, 옷감과 같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에서부터 나노로봇과 같은 과학의 산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반도체의 메모리 분야에서 나노 기술은 아주 중요하다. 반도체는 일정 수준 내에 얼마나 가는 선을 많이 넣어서 그 집적도를 높이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엄지손가락만 한 플래시 메모리에 자신의 컴퓨터 하드에 담긴 모든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넣어서 갖고 다닌다. USB 포트에 메모리만 꽂으면 되는 것으로

화북포구에 추사의 바람이 분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제주 화북포구에서 - 고명주 포구에 파도가 이니 추사 선생 바람인가? 구년의 정진 속에 수선화가 피어나니 제주의 역사 속에 영원히 향기나리. 고명주 첫시집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에서 제주시에서 언덕 하나를 둔 지척간에 있는 화북포구는 ‘베린냇개’ 또는 ‘별도포’라고 불렀다. 조천포구와 더불어 조선시대에 육지와 뱃길을 이어주던 2대 포구 가운데 하나로 대부분 유배인과 벼슬아치들은 이 포구로 들어왔다. 조선의 으뜸 명필이며, 학자인 추사 김정희도 이곳을 통해 유배를 왔음이다. 추사는 54살에 동지부사가 되어 연경으로 떠나기 직전 유배를 가야했고, 제주도에 들어와 험난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좁은 방안에는 거미와 지네가 기어 다녔고, 콧속에 난 혹 때문에 숨 쉬는 것도 고통스러웠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혀에 난 종기 때문에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든 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편지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유배지에서 화가 날 때도 붓을 들었고 외로울 때도 붓을 들었음은 물론 슬프고 지치고 서러움이 복받칠 때도 붓을 들었으며 어쩌다 한 번씩 받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 올 때도 지체하지 않

간고등어 접시를 슬그머니 밀어준 시아버지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간고등어 - 김경숙(안동) 장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뒷자리에 간고등어 한 손 묶어 오시던 당신 며느리 사랑에 손수 숯불 피워 석쇠에 고등어 올려놓고 아끼시는 대추술 꺼내 오시며 “에미야! 밥 다 됐나?” 가시 발라 손자 입에 먼저 넣어 주시고 고등어 접시 며느리 앞으로 슬며시 밀어주시더니, 사흘 뒤면 당신의 두 번째 제사입니다. 예전엔 화장지가 따로 없어서 호박잎을 따서 밑을 씻었는데 그 호박잎도 아까워서 며느리에겐 쓰지 못하게 했단다. 가시범벅인 식물을 가리키며 "너는 저걸로 닦아라."라고 해서 이름을 얻게 된 ‘며느리밑씻개’. 시어머니의 가시 돋친 구박을 다 받아내며 참고 살았을 이 땅 며느리들의 서글픈 인생살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의 유래는 이윤옥 박사가 펴낸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에 보면 일본말 "의붓자식의 밑씻개(継子の尻拭い, 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밑씻개’ 앞부분인 “의붓자식”을 한국에서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 밉지만,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밉다나? 그러나 그렇게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퇴계 이황은 혼인한

까막눈 우리 엄마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까막눈 우리 엄마 - 이 상 희 정 들인 편지 한 장 건넨 적 없어도 자취방 문 앞에 두고 간 미숫가루 봉지 안에는 당신 사랑 구구절절 넘치게 담겨 있었지요. 꾹꾹 눌러 가계부 한 줄 써본 적 없어도 주춧돌 하나 밥그릇 하나에 담긴 셈은 보릿고개 넘어가는 디딤돌이었습니다. 70여 생, 책 한 권 본 적 없지만 삶의 행간에 채워놓은 지혜는 팔 남매 이정표에 길라잡이가 되어 오늘도 헤매지 말라 손을 잡아 줍니다. 모래는 우리 겨레 삶을 지탱해온 24절기 열다섯째로 흰 이슬이 내린다고 하는 백로(白露)다. 옛사람들은 백로 즈음에 편지를 보낼 때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옵시고”라는 인사를 꼭 넣었다. 그것은 이 무렵 포도가 제철인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쯤 되면 ‘포도지정(葡萄之精)’을 잊지 말라고 한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포도를 먹일 때 한알 한알 입에 넣고 씨와 껍질을 발라낸 뒤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정을 일컫는다. 예전 우리의 어머니는 그런 존재였다. “닭들도 깨지 않은 이른 새벽, 어머니는 쪽진머리에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으시고,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길어 올린 정화수를 장독대에 차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