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척제현람(滌除玄覽)”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멋진 말입니다. 하루는 노자가 왕에게 묻지요. "백성들이 밭일하고 돌아와 섬돌 위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그 마루 아래의 어두운 곳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까?" 곧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숙여서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흙과 먼지가 쌓인 바닥을 쓸고, 그 아래에 있는 팍팍한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려면 내 무릎도 더럽혀지고,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돌볼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위로 올라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위에 있으면서 처신을 겸손하게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올챙이 적 시절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개구리가 되고 나서 올챙이 적 시절을 망각하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쉽지 않기에 그런 분들이 존경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도덕 재무장(MRA)’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Sing-Out 공연 때문에 서울본부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요. 사무실에 들어서자 공연 준비로 매우 정신이 없었는데 초입에 초로의 신사가 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전설의 새 봉황의 무늬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각종 명패와 장롱, 문갑 등 가까이 놓고 지내는 가구에 많습니다. 봉은 수컷을 황은 암컷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두 마리를 같이 그려야 봉황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봉황을 많이 그린 이유는 그 새가 상서로움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봉황을 거론하는 까닭은 먹이에 있습니다. 대나무에 꽃이 피면 열매가 열리는데 이것을 죽실(竹實)이라고 합니다. 봉황은 이 열매를 먹고 산다고 알려졌지요. 봉황(성인이나 스승)을 맞이하기 위해 마을 어귀에 심는 것이 대나무입니다. 대나무는 아열대 식물로 나무가 아니라 풀입니다. 곧게 30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데 그 원인은 단단한 매듭에 있습니다. 뿌리는 단단하고 깊숙이 엉켜 쉽게 뽑히지 않습니다. 대나무 속이 비어 있는 까닭은 성장과 관계가 깊습니다. 대나무는 빨리 자라 일 년이면 성장을 마무리하는데 하도 빨리 자라다 보니 속을 채울 여유가 없습니다. 줄기의 벽을 이루는 세포는 빠른 속도로 분열하는데 속은 세포분열 하는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바람이 불면 다른 나무보다 유난히 흔들리며 큰 소리를 냅니다. 이 모습을 풍죽(風竹)이라고 표현하지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해충은 ‘대충’이라고 합니다. 중국에 유명한 소설 《차부뚜어(差不多)》가 있습니다. 그 뜻은 "뭐 별 차이 없어", "대충 그렇지 뭐"입니다. 차부뚜어는 은행원이었는데 종종 십(十)을 천(千)으로 쓰고, 또 천을 십으로 쓰곤 했습니다. 화가 난 지배인이 나무라자 "천이나 십이나 한 획 차이인데 별 차이 없잖아요?"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요. 이렇게 대충 살던 차부뚜어가 병이 납니다. 급히 왕(汪)이라는 의원을 방문했는데 찾지를 못하자 비슷한 이름인 왕(王) 씨 수의사에게 진찰을 받았고 결국 죽게 되었습니다. 그는 죽는 순간에도 "사는 거나 죽는 거나 별 차이가 없지..."하며 숨을 거두었다고 하지요. 일을 어물어물 요령만 피워 두루뭉술하게 해치우려는 태도나 생각을 적당주의라고 합니다. 적당(適當)은 '정도에 들어맞다.', '딱 알맞다.'라는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말인데 뒤에 '주의'(主義)가 붙으면 부정적인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완벽주의도 문제이지만 적당주의가 가져온 폐해는 참으로 큽니다. 95년 6월 서울에서 명품매장으로 유명한 삼풍백화점이 갑자기 붕괴 됩니다. 인명피해가 508명이고 물적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