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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극 '춘향단전’, 왜곡된 향단의 사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국악원(원장 직무대리 강대금)은 ‘춘향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한 무용극 ‘춘향단전’을 오는 11월 14일(금)부터 16(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무용단 정기공연으로 선보인다. 그에 앞서 어제(10월 22일) 낮 2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춘향단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향단의 시선으로 다시 쓴 ‘춘향전’, 고전을 새롭게 ‘춘향단전’은 지금까지의 ‘춘향전’과 달리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지켜보던 ‘향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기존 이야기에서 주변 인물로 머물던 향단은 이번 무대에서 사랑과 질투, 욕망에 흔들리는 입체적 인물로 재탄생한다. 몽룡의 오해로 춘향 대신 입맞춤을 받게 된 향단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집착하며 광기로 무너져간다. 춘향을 향한 몽룡의 일편단심, 학도의 일방적 집착, 향단의 왜곡된 사랑이 맞물리며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향단의 시선으로 각색한 서사는 관객에게 새로운 춘향전을 경험하게 한다. 김충한 예술감독 연출로 선보이는 무용극, 6년 만의 도전 이번 공연은 2019년 무용극 <처용> 이후 6년 만에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선보이는 무용극이다. 연출과 안무는 김충한 예술감독이 맡았다. 김 감독은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고전의 값어치를 재발견하는 작업을 이어오며, 여러 예술단체에서 무용극을 제작해 온 연출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2025년의 시선으로 춘향과 향단의 이야기를 새롭게 무대에 올린다. 사랑과 집착의 드라마, 전통춤의 미학으로 풀어낸다 주요 배역에는 춘향 역에 백미진 안무자(14ㆍ16일), 이하경 단원(15일), 향단 역에 이윤정 수석(14ㆍ16일), 이도경 부수석(15일), 몽룡 역에 김서량 수석(14‧16일), 윤종현 단원(15일), 학도 역에 박상주 단원(14ㆍ16일), 정현도 단원(15일)이 출연한다. 월매 역의 김혜자 안무자와 방자 역의 김태훈 지도단원, 이방 역에는 전수현 부수석이 함께 무대를 완성한다. 강강술래를 창작 동기로 한 군무는 향단, 춘향, 몽룡, 학도 네 인물이 품은 사랑의 마음을 춤으로 표현한 장면으로, 작품의 정서를 응축해 보여준다. 이 밖에도 신관사또의 부임식, 춘향과 몽룡의 첫날 밤, 생일잔치 등 다채로운 장면이 이어지며, 한삼춤, 도열춤(북춤), 검무, 기생춤 등 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들의 다양한 춤사위를 통해 전통춤의 호흡과 미학을 선보인다. 공연은 주제와 안무가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무대ㆍ영상ㆍ의상ㆍ조명ㆍ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입체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음악은 국악관현악과 정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주요 주제곡을 통해 ‘춘향’의 정서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특히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실연으로 참여하며, 지휘는 권성택 창작악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또한 주제곡의 노래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박진희 부수석이 맡아 작품의 감정선을 깊이 있게 완성한다. 4인의 사랑을 춤으로 풀고, 무용극으로 입혀 우리 정서를 표현한 작품 김충한 예술감독은 “무용극은 우리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며, 우리 춤의 예술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고 말하며 “고전문학 가운데서도 「춘향전」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인물의 성격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열린 서사를 지니고 있다. 또 무용극을 통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라며, “이번 정기공연에서는 춘향, 향단, 몽룡, 학도 네 인물의 사랑을 춤으로 풀어내 관객과 새롭게 소통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무대에 오를 춤꾼들이 소회를 털어놓은 시간도 있었다. 몽룡 역의 김서량 수석은 “이 무용극에서는 우리는 대사가 있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어떤 각도로 섰을 때 관객에게는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 내가 팔을 어떻게 들었을 때 슬프게 보일 것인가, 즐겁게 보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세로 이 작품에 임하고 있다. 좀 어설프게 보이더라도 이 노력이 무용극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향단 역의 이윤정 수석은 “무대에 오를 때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것은 연기자보다도 더욱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우리가 이 무용극을 만들어 나가는 게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이런 발걸음 하나하나가 언젠가는 전통춤을 추는 사람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춘향단전>는 오는 11월 14일(금)부터 16일(일)까지 평일 저녁 7시 30분, 주말 낮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 또는 전화(02-580-3300)로 예매할 수 있다. S석 3만 원, A석 2만 원, B석 1만 원 (문의 02-58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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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빛, 아름다운 토박이말 이름으로 뽑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579돌 한글날을 맞아,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는 '4358해 아름다운 토박이말 이름 뽑기'의 열매로 주식회사 '참빛'을 뽑았고 지난 17일 보람(패)를 달아주었다고 밝혔다. '참빛'은 '참된 빛'이라는 깊은 뜻을 담아 아이들과 아픈 사람들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름이라는 점에서 높은 값을 받았다. '참빛'이라는 이름은 1988년, 최선미 대표가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을 열면서 비롯되었다. 온 식구가 머리를 맞대고 지은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참된 빛으로 자라도록 돕는 곳'이라는 소망을 담았다. 아이들이 뛰놀던 유치원은 '빛들의 놀이터'라는 또이름(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제 유치원은 문을 닫았지만, 그 이름에 담긴 따뜻한 얼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주식회사 '참빛'으로 이어졌다. 최선미 대표는 "장애를 가진 분 한 분 한 분이 저마다의 빛을 내는 '참빛'이 되도록 돕고 싶었다"라며, 스무 분의 일꾼들과 함께 그들의 홀로서기와 자아실현을 돕는 뜻깊은 일터로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참빛'의 토박이말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농업으로 기른 푸성귀(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파는 가게 '살라트&올되다'를 꾸리면서, '올되다'라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이름에 더해 그 뜻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사)토박이말바라기는 "가장 바람직한 말글살이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한글로 적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우리 '말'인 토박이말을 기리는 '토박이말날'을 만들어 기리고 있다. 해마다 한글날을 맞아 아름다운 토박이말 이름을 뽑아 널리 알리는 것 또한 우리 말과 글을 함께 살리고 가꾸려는 노력의 하나다. '참빛'처럼 따뜻하고 깊은 뜻을 품은 토박이말 이름들이 곳곳에서 피어나, 우리네 말글살이를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