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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29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동궁전의 햇살이 제법 따가웠다. 장예지는 담장의 그늘진 곳을 따라서 걷는 광해의 뒤를 새색시의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따랐다. 유성룡이 광해를 만나고 간 후 두 번째 부름이었다. 첫 번째 날에는 몸소 장예지가 머물고 있는 별채를 방문하여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었다.

“서애대감이 내게 이순신을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하였소. 대가는 나로 하여금 이 동궁전을 벗어나서 남쪽 지방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요. 난 거절하지 않았소.”

광해군의 긴장감을 장예지가 풀어주었다.

“좋은 결정이십니다. 기다리시면 자연 기회가 오는 법입니다. 상감마마와의 독대도 성공하실 것입니다. 기억하시고 유념하십시오. 저하는 보위를 이으실 조선의 왕세자이십니다. 임금의 경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시옵소서. 임금의 가장 가까운 대상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십시오. 임금 편에서 도모하시면 되실 것이옵니다. 어쩌면 상감께서는 더 외로울지도 모릅니다. 세자의 손길을 기대하고 계실 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판단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임금은 자신보다도 겁이 많았고, 극심한 고독감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순신을 얼마나 알고 있소?”

세자의 질문이 느닷없이 쏟아져 나왔기에 장예지는 순간적으로 당혹해 했다.

“네엣?”

“김덕령과 김충선, 그들은 매우 가까웠던 친구였으며 김충선과 이순신 또한 누구보다도 긴밀한 관계이니 예지낭자 역시 이순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겠소?”

“소녀가 얼마나 깊이 알 수 있겠나이까. 그냥 겉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정도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게, 그 정도라는 것을 알고 싶어서 묻는 거요.”

“이순신은 섬세한 장수입니다. 자신의 책임에 절대적이며 충성심 또한 깊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투에 임하게 되면 실패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하는 전술전략(戰術戰略)형 장수로 정평이 나있는 분이시지요.”

“그 정도면 예지낭자가 이순신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할 수 있소.”

 

   
 
장예지가 푸르게 웃었다. ‘아주 건강한 웃음이다.’ 고 광해 이혼은 감탄했다. 장예지의 고른 치아가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였다.

“송구하옵니다. 세자 저하께서 조예가 깊다는 말씀에 소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민망하옵니다.”

“아니요. 그리 수줍어하실 필요는 없어요. 예지낭자의 밝은 웃음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 반갑구려.”

장예지는 그때야 비로소 얼마나 오랜 시간들을 경직되게 지내왔는지를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청계천에서 오표의 표적이 되어서 암살당할 위기 빠져 있을 때, 광해군을 길거리에서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는 아마 시체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살아남아서 광해군의 동궁전에 머물게 된 것은 실로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어두웠다.

“소녀가 수심이 많아서 세자 저하의 근심을 안겨 드렸던 모양입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수심의 근원을 알고 싶었지만 사실 묻지 않았소.”

“그 점이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