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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도룡뇽 소송과 가짜뉴스

환경이야기 2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지율스님은 천성산 내원암에서 수도에만 몰두하던 여승이었다. 그런데 천성산에서 터널 공사를 시작하자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비롯한 생명들을 구하기 위하여 종교적 결단을 하고 하산하였다. 지율스님은 부산의 환경단체와 함께 거리에서 시위도 하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도 하고, 공사중인 터널 공사의 중단을 요구하는 이른바 도롱뇽 소송을 진행하였다. 도롱뇽 소송 과정에서 지율스님은 수많은 언론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많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왜 그랬을까?

 

2003년 10월에 시작되어 2006년 6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거의 3년 동안 진행된 도롱뇽 소송이 제기한 다른 문제는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단하는데 따르는 경제적 손실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이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터널 공사가 중단되어 무려 2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도하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언론 보도를 접하고서 “도롱뇽을 살리자고 수 조 원의 혈세를 낭비해야 되는가?”라고 개탄하였다.

 

문제의 발단은 2005년 4월 5일 대한상공회의소 홍보실에서 배포한 “주요 국책사업 중단 사례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에서 출발하였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단한다면 1년 동안 손실액이 2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보도 자료를 인용해 "천성산 터널 공사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조 5000억 원 (사회경제적 편익 감소 1조9719억 원, 고속철도 운영수입 감소 5199억 원, 공사중지 보전금 243억 원)에 달한다."고 일제히 보도하였다.

 

그러나 추후 밝혀진 바로는 천성산 터널 공사가 중지된 기간은 발파작업을 중지했던 6달이었으며 공사업체였던 SK건설에서 발표한 손실 금액은 145억 원에 불과하였다. 언론에서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 운동으로 인한 손실액이 2조 5천 원이라는 한쪽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400회 이상 받아쓰면서 보도하자, 지율스님은 주류 언론을 상대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였다. 지율스님은 15개 언론사에 대해 3차례 공문을 보내어 왜곡된 사실의 정정 보도를 요구하였다. 결국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에서는 2조원 손실을 145억 원 손실로 정정 보도를 하였다.

 

그러나 보수언론의 대표격인 조선일보에서는 정정 보도를 거부하였다. 지율스님은 2007년 1월부터 조선일보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천성산 문제를 다룬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하였다. 지율스님은 2008년 4월 19일 왜곡보도에 대해서 침묵하는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ㆍ반론 보도를 청구하는 ‘10원 소송’을 제기하였다.

 

 

구체적으로 지율스님은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장에서 “조선일보는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2조 5천억 원 손실‘ 등으로 기사화한 숫자에 비례해 18회의 정정보도문, 부정적인 사설ㆍ논평을 실은 횟수인 10회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하루 10원씩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지율 스님은 소송을 내면서 "증빙자료 한 장 없는 2조 5000억 원 유령은 언론에 400회 이상 기사화되었고,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기사화된 사건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지율스님은 "2조라는 숫자는 도롱뇽 소송의 관 뚜껑을 못질하기에 충분했지만 유령이었고, 아직도 거리낌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진실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소송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율스님의 10원 소송에는 ‘천성산 공사=2조 5000억 원 손실’이라는 등식이 사회적으로 각인되면서 (당시 대운하 논란을 비롯해) 정부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제동을 거는 모든 활동이 불편부당한 일로 치부되고 이로 인해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진위를 가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2009년 9월 2일에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당시 터널공사는 계획을 상회하는 공정률을 보였지만 조선일보는 공정률이 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으며, 공사 지연에 따른 직접 손해가 145억 원 수준인데도 ‘2조 500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며 “이는 관계기관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율 스님이 “생태와 환경을 무시한 경제 중심의 관념에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로 청구한 위자료 1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승소 판결을 받은 지율 스님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언론과 정부는 환경문제와 관련한 종교인의 사회 참여를 비하하고 불신의 골을 파는데 아무런 걸림이 없었다. 하지만 소송과정을 통해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진실은 언제가 밝혀진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와 지율스님과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2009년 6월 3일에 동아일보는 “도롱뇽 살린다며 날린 혈세 누가 메우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지율 스님은 동아일보에 대해서 부정확한 사실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2009년 9월 24일 재판부는 지율스님에게 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터널 공사를 중단하여 2조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언론 보도는 요즘 용어로 표현하면 가짜 뉴스였던 것이다. 이러한 가짜 뉴스에 대해서 법원에서는 판결을 통하여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 주었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법원의 판결 대신 왜곡보도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지율스님은 손해배상 소송을 변호사 없이 어렵게 홀로 진행하였는데, 법원의 판결을 기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국민들은 여전히 “지율스님이 터널 공사를 지연시켜서 2조 원의 피해를 보았다.”고 믿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진실을 모르면서 지금까지도 지율스님이 도롱뇽을 구하자고 국민 혈세를 2조 원이나 낭비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