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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몽유도원도 탄생지 무계원에서의 꿈같은 공연

종로문화재단, 해설이 있는 국악 “풍류산방” 그 네 번째
서한범 교수의 맛깔 나는 해설과 전통가곡의 향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바람은 지동치듯 불고 구진비는 붓듯이 온다

눈정에 거룬님을 오늘밤에 서로 만나자 허고

판첩처서 맹서 받았더니 / 이 풍우 중에 제어이 오리

진실로 오기 곧 오랑이면 연분인가 하노라

 

어제(11월 24일) 종로 부암동 무계원에서는 여창가곡 “우락”이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위 노래 주인공은 아마도 기생인 듯한데 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심정이 잘 드러난다. 주인공은 “아무리 맹세하고 약속했지만 이 폭풍우 중에 과연 올까?”라고 의심스러워한다. 그래도 한 자락 바람은 만일 온다면 우리는 진정 인연일 것이라는 가냘픈 기다림이다. 이 노래를 하는 기생은 과연 그날 밤 임과 꿈같은 만남을 이루었을까?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시에 곡을 붙여서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우리나라 전통음악 “가곡”, 국가 중요 무형 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된 것은 물론, 2010년 유네스코 무형 유산에도 올랐다. 가곡은 ‘삭대엽(數大葉)’ 또는 ‘노래’라고도 하며, ‘느리고 유장하게 부른다.’하여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부른다. 이날 우락을 부른 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이수자이며, KBS국악대상 기악상 수상자 황숙경 명창이다. 맑고 고운 그리고 청아한 목소리는 듣는 이들을 천상의 꿈속으로 안내한다.

 

해설이 있는 국악 “풍류산방” 그 네 번째는 종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종로구가 후원하며 전체 기획과 해설은 전통음악학회장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쉽고 재미있게, 가슴에 와 닿는 해설에 청중들은 참으로 진지한 모습이다.

 

 

 

 

황숙경 명창이 여창가곡을 하기 전 박문규 명창의 남창가곡도 있었다. 박문규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이수자로 역시 KBS국악대상 기악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정가악연구원장과 재단법인 월하문화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가곡이 끝난 뒤 가야금연주단 ‘예랑’ 대표이며, 유대봉제 백인령류 보존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민영 사무국장의 18현 가야금과 25현 가야금 연주가 시작됐다. 12현에서 줄을 대폭 늘린 이 개량가야금으로 음폭이 상당히 넓어져 더욱 현란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날 안방에서 듣는 전통음악회 공연이 있다고 해서 신랑과 함께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종로구 효자동의 정인영(34, 교사) 씨는 “아름다운 전통가곡의 매력에 흠뻑 빠진 시간이었다. 특히 비 오는 날 안방에서 차를 마셔가며 듣는 여창 가곡 ‘우락’은 내 마음속을 깊이 흔들어 놓았다. 이런 아름다운 음악회가 있음을 주변 지인들에게 널이 알려야겠다.”라고 했다.

 

깊어가는 어느 가을날, 청중들은 황홀한 꿈속에서 깬 듯 몽롱한 모습으로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무계원은 안평대군이 꿈을 꾼 복숭아밭과 비슷해 화가 안견에게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했고, 정자를 지어 시를 읊으며, 활을 쏘았다고 전해지는 무계정사터가 있었던 곳에 지어진 전통한옥이다.

 

해설이 있는 국악 “풍류산방” 그 네 번째 공연은 매주 토요일 4시에 역시 무계원 안채에서 이어진다. 12월 1일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21호 “휘몰이잡가” 예능보유자 박상국 명창과 제22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명창부 최우수상을 받은 신정혜 명창의 공연이 펼쳐진다. 또 12월 8일엔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이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악장인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 ‘제전’ 공연과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2호 향두계놀이 이수자 유지선,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이수자 김무빈의 공연도 이어진다.

 

마지막 12월 15일엔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ㆍ율창 이수자이며, 제22회 전국민요경창대회 대통령상을 받은 이기옥 명창, 제38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부분 대통령상을 받은 강경아 명창,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배뱅이굿) 전수교육조교이며, 제9회 경기국악제 명창부 대통령상을 받은 박준영 명창의 공연이 있다.

 

무계원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5가길2(부암동 315-3)

문의전화 02-379-7131~2

 

 

우락 노래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