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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문경새재를 넘어 세계 동포가 함께 부른 아리랑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아리랑제’ 화려한 막을 내리다

[우리문화신문=문경 김영조 기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캄캄하던 세상, 멀리서 아낙의 문경새재 아리랑이 애처롭게 들려온다. 그러면서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멀리서 “또닥또닥또닥또닥......” 다듬이질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이윽고 보이는 문경의 고즈넉한 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경 아낙들의 다듬이질, 김장, 메주 쑤는 모습들이 친근하게 보인다. 이 영상은 지난 12월 11일 열린 “디아스포라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아리랑제” 여는 영상이었다.

 

  ▲  "디아스포라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아리랑제 여는 동영상" 촬영 강주진, 제작 바톤프로덕션

 

영상에서 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이 아리랑 도시를 선포하고 수없이 많은 아리랑 사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에 의한 아픔의 극복이었습니다. 아리랑은 길 위의 노래이자 고개의 소리입니다. 나라밖 동포 1세대가 고개를 넘어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나라밖 동포 3,4세가 문경새재를 넘어 문경으로 오셨습니다. 이제 문경아리랑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우선 공연은 사할린 4세 신 아리나(6살) 어린이의 ‘사할린 아리랑’으로 시작됐다. “풍파 사나운 바다를 건너 / 한 많은 남화태(사할린) 징용 왔네” 앙증맞은 목소리로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아리랑을 부르자 청중들은 큰 손뼉으로 아리랑제의 막을 올렸다. 이어서 러시아민속무용단 ‘아쏠앙상블’의 무용의 화려함이 펼쳐졌고, 사할린예술단의 유리나 아리아 양이 분명한 한국어로 문경새재아리랑을 불러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리랑에 의한 소리잔치가 벌어진다. 먼저 재일동포 2세 프리마돈나 전월선 성악가가 아리랑, 긴아리랑, 문경새재아리랑을 재해석해 가곡 버전으로 연이어 부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고 김일성 전 주석, 일본 고이즈미 전 수상 등 3개국 정상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소프라노 가수의 풍부한 성량으로 공연장을 장악하지만 뭔가 노래 속에는 슬픔이 서린 듯하다.

 

 

 

 

 

 

 

 

 

이후 고려인 2세 게나 김의 카레이스키아리랑(국내 초연), 공주아리랑보존회 남은혜의 북간도 아리랑, 전은석 외 11인의 영천아리랑, 북한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과 통일앙상블과의 ‘아리랑소나타’ 협연 등이 눈에 띄었다.

 

특히 중국 연변가무단 수석 가수인 강화ㆍ최려령 부부가 부르는 경상도아리랑, 기쁨의 아리랑, 장백산아리랑도 또 다른 감동을 안겨 줬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화음에 뭔가 먹먹한 감정이 서린 듯한 노래는 청중들이 전율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공연의 절정은 윤은화 총예술감독과 통일앙상블이 함께 한 ‘아리랑환타지’와 전월선 성악가와 강화ㆍ최려령 부부 가수가 함께 한 ‘아리랑나라’였다.

 

먼저 통일환타지는 윤은화 감독이 문경의 어제와 오늘을 그려 작곡ㆍ편곡한 음악으로 윤은화 감독의 양금과 신서사이저 그리고 최민의 북한개량대금, 방달화의 해금 얼후, 허경민의 타악 베이스 등 8인 앙상블이 펼치는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그리고 결국은 청중들을 환타지 꿈을 꾸게 만드는 마력이 샘솟는 공연이었다.

 

그렇게 폭발하는 순간이 지나고 이제 전월선 성악가, 연변가무단 수석가수들인 강화ㆍ최려령 부부를 비롯하여 공주의 남은혜 명창, 영천아리랑 단원들 등 모두가 함께 부르는 ‘아리랑 나라’가 공연장을 벅차게 메운다. 지난 9월 백두산 천지에서 두 정상과 함께 가수 알리가 아리랑을 부르는 것을 보고 김봉산 씨가 작사한 것을 김세르게이 선생이 작곡하고 윤은화 총감독이 합창곡으로 편곡한 노래다. 아리랑고개 너머 아리랑과 이날 문경새재를 넘어온 이산(디아스포라)아리랑이 어울려 하나가 된 것이다.

 

 

 

 

▲ "아리랑나라", 김봉산 작사, 김세르게이 작곡, 윤은화 편곡 

 

이날 공연의 사회는 한겨레 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와 소리꾼이자 배우인 오정해 씨가 맡아 왜 디아스포라아리랑인지를 풀어내고 맛깔스러운 진행 솜씨로 청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문경 주민 서장희(47) 씨는 “문경 주민으로서 가슴이 뭉클하다. 타의에 의해 가슴 아프게 고국을 떠나 먼 나라에 흩어져 살던 동포들이 이제 문경새재를 넘어 문경에 오셔서 함께 아리랑을 불렀으니 적어도 마음속만이라도 한을 씻을 수 있었기를 바란다. 아리랑,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의 온 겨레가 하나 됨을 오늘 제11회 문경새재아리랑제는 증명했다는 생각이다. 문경새재 아리랑제는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그 분께 고마움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함박눈이 펑펑 내려 쌓인 이날 문경은 시골의 작은 도시가 아니라 아리랑으로 활짝 펼쳐진 큰 도시였다. 가슴으로 이산 동포들을 껴안으려한 문경 주민들은 세계를 껴안는 큰 가슴을 가졌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