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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섣달그믐, 빚 갚고 온 집안에 불 밝히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0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흘 뒤면 섣달그믐으로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그믐 전날, 어린이 수십 명을 모아서 붉은 옷과 두건을 씌워 궁중에 들여보내면 그믐날 새벽에 관상감에서 북과 피리를 갖추고 방상씨(方相氏, 탈을 쓰고 잡귀를 쫓는 사람)와 함께 쫓아내는 놀이 곧 <나례(儺禮, 나희儺戱)>를 했습니다. 또 그믐날 이른 새벽에 처용(處容), 각귀(角鬼), 수성노인(壽星老人), 닭, 호랑이 등과 같은 그림을 궁궐문과 집 문에 붙여, 잡귀를 쫓는다고 하는데, 이것을 문배(門排) 또는 세화(歲畵)라고 부르지요.

 

 

섣달그믐은 한 해를 정리하고 설을 준비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집안 청소와 목욕을 하고 설빔도 준비하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이므로 그해의 모든 빚을 청산하지요. 곧 빚을 갚고, 또 빚을 받으러 다니기도 합니다. 그해 빌린 돈이나 빌려온 연장과 도구들을 꼭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밖에 남은 밥을 모두 먹고, 바느질 등 그해에 하던 일을 이날 끝내야만 했습니다. 묵은해의 모든 일을 깨끗이 정리하고, 경건하게 새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생겨난 풍습이지요.

 

또 섣달그믐 밤에 방, 뜰, 부엌, 곳간, 뒷간 할 것 없이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밝혀 놓고 잠을 자지 않습니다. 이는 잡귀의 출입을 막기 위함이고, 부뚜막 솥 위에 불을 밝히는 일은 조왕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여 밤새도록 윷놀이를 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밤을 새웁니다. 한편 그믐날 밤에 자면 눈썹이 희어 진다고 하여 밤을 새우는데, 이를 수세(守歲)한다고 하지요.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설날 밤에 양괭이귀신[夜光鬼]이 집에 와서 아이들의 신발을 신어보고 발에 맞는 것을 신고 가는데 그러면 그 아이에게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믿어, 신을 감추거나 뒤집어 놓습니다. 그런 다음 체(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밭거나 거르는 데 쓰는 기구)를 벽이나 장대에 걸어놓고 일찍 잡니다. 이때 양괭이귀신은 구멍이 많이 뚫린 이상한 모양을 한 물건을 보고 신기해서 구멍을 하나둘 세다가 새벽이 되면 물러간다고 믿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