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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작두샘에 꼭 필요했던 마중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4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낮 땡볕 논배미 피 뽑다 오신 아버지 / 펌프 꼭지에 등대고 펌프질 하라신다 / 마중물 넣어 달려온 물 아직 미지근한데 / 성미 급한 아버지 펌프질 재촉하신다 / 저 땅밑 암반에 흐르는 물 / 달궈진 펌프 쇳덩이 식혀 시린물 토해낼 때 / 펌프질 소리에 놀란 매미 제풀에 꺾이고 / 늘어진 혀 빼물은 누렁이 배 깔고 누워있다." 고영자 작가의 시 '펌프가 있는 마당풍경'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펌프가 있는 마당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습니다. 이 펌프를 우리말로는 ‘작두샘’이라 합니다. 작두는 짚이나 풀 따위 사료를 써는 연장으로 작두질을 하듯 펌프질을 하면 물이 솟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아주 더 예전엔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나 샘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수돗물을 쓰기 전에는 한동안 집집마다 마당가에 작두샘이 있었습니다. 작두샘은 압력작용을 이용하여 관을 통해 물을 퍼올리는 기계입니다.

 

 

널찍한 마당 한켠에 놓여 있던 작두샘은 싸구려 쇠로 되어 있어 검붉은 빛깔로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그 작두샘으로 퍼 올린 물은 목이 마를 때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으스스할 정도로 시원하게 등목을 했으며 아이들은 커다란 고무 함지 속에 물을 받아 땡볕 아래서 물놀이를 즐겼지요. 그러나 집안의 유용한 물 푸는 기계 곧 작두샘은 물을 퍼 쓰고 난 뒤에는 물이 빠져버려 다시 물을 쓸 때는 반드시 마중물을 넣어야 했습니다. 멀리서 귀한 분이 오시면 마중을 나가는 것처럼 작두샘에는 꼭 필요했던 마중물, 우리 자신이 그런 사람이면 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