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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해학과 풍자의 극치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연출가 창작의 자유로움이 더해진 '병강쇠타령'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남산의 국립극장에서 하는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보았습니다. 지난번에 <아츠 앤 컬쳐> 전동수 발행인을 만났을 때 표를 주셨는데, 본다 본다 하다가 더 미룰 수 없는 지난 일요일 3시의 마지막 공연을 보았네요. 옹녀와 변강쇠에 대한 창극이니까 당연히 재미있을 거라 생각을 하였지만, 안 보면 후회할 뻔 하였습니다. 공연 도중 객석에서는 연신 폭소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옆에서 같이 보던 아내도 박수 대열에 동참하였을 뿐만 아니라, 환호의 함성까지 지르네요.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판소리 ‘변강쇠 타령’을 창극으로 무대에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판소리 변강쇠 타령은 지금은 실전(失傳)되어, 연출가 창작의 자유로움이 더해져 오히려 그것이 극의 재미를 더합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는 판소리와 우리 고유의 음악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최희준의 <하숙생>도 들어가고, 클래식 <까르미나 부라나>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변강쇠전>이 아니고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일까요?

 

 

판소리에서는 변강쇠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이번 창극에서는 그런 변강쇠 시대에 점을 찍고 이제부터는 옹녀의 시대를 연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창극에서도 옹녀는 상부살(喪夫煞)로 만나는 남자마다 죽어나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만 하지 않고 자기의 삶을 찾아 떠나는 주체적인 여자로 나옵니다. 그렇기에 옹녀가 고향인 평안도 월경촌을 떠나 남으로 갈 때, 옹녀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오냐 옹녀, 오냐 옹녀, 오냐 옹녀 / 가자 가자 어서 가자 / 내 기필코 인생 역전하여 보란 듯이 사리라 / 어드메서 나를 알아 사랑하실 우리 님이 삼삼하니 나타날세라”

 

변강쇠와 옹녀가 만나는 것이니 창극이 좀 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를 해학적으로 잘 연출하여 시각적으로는 별로 야한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강쇠와 옹녀가 나오는 것인데 밋밋해서는 창극의 맛이 나지 않겠지요? 그래서 대사에는 야한 얘기가 감칠 맛 나게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변강쇠와 옹녀가 서로 비켜가기도 힘든 좁은 외길에서 처음 만납니다. 그리하여 서로 마주보며 비켜 가는데 옹녀의 사타구니에 뭔가 걸려 지나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옹녀가 “무엇이 다리 사이에 결렸소.” 하니, 변강쇠가 “거, 참 고이헌 형편일세. 내 양수(兩手) 양족(兩足)은 내 마음대로 허드라도 안 되는 것이 꼭 하나가 있습디다.”라며 받는다. 이 부분에서 관객들의 폭소가 터지지요. 서로 상대방의 거시기를 바라보며 부르는 기물가(己物歌)도 감칠 맛 나는 노래가사가 야한 분위기를 얼굴 붉히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들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변강쇠가 땔감으로 쓰기 위해 함양장승을 뽑으려 할 때도 웃음을 참을 수 없더군요. 변강쇠가 함양장승으로 분한 남자배우를 뒤에서 껴안고 힘을 쓰는데, 버티던 함양장승이 뒤돌아 변강쇠를 쳐다보는 것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함양장승이 이러지요. “물 맑고 골 깊은 함양골 무고헌 나를 글쎄 변가 놈이... 여색(女色), 남색(男色) 아니아니... 목색(木色)을 하더라니까?! 아이고 장승 살려~~~”

 

하!하!하! 함양장승이 변강쇠에 강제로 당할까봐 기겁을 했군요. 또한 죽어서 장승이 된 변강쇠를 장승 세계 여장생이 그냥 보고만 있겠습니까? 대방여장승은 꿀맛 같이 찾아온 기회를 놓칠세라 변강쇠에 달라붙습니다. 심지어는 이동하면서도 변강쇠를 놔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변강쇠가 인제 좀 쉬게 해달라며 사정할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대방장승에게 들켰을 때 대방여장승 하는 말, “이제는 누가 나를 불끈불끈 들어 올려 허공 여행을 시켜줄 거나.”ㅋㅋㅋ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는 이것 말고도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널려 있어 청중들이 지루해할 틈이 없습니다.

 

 

이런 창극이니 아무래도 18금 창극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이를 모르고 미성년자 자녀를 데리고 와 실랑이 하다가 결국 창극을 보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도 있더군요.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2016년 4월 무렵 프랑스 파리에서도 공연되어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천여 명의 청중이 일제히 국악 장단에 맞춰 박수를 쳤고, 커튼콜이 끝나고도 청중들의 계속적인 박수에 막을 다시 올려야 할 정도였다네요. 아무래도 색(色)을 다룬 것이라 프랑스에서도 통할 수 있었겠네요. 그것도 해학과 풍자로 버무린 색이니까요.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2014년 초연 이래 매번 객석점유율 90%를 자랑하며 고공 인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자칫 천박한 야함으로 흐를 수 있는 옹녀와 변강쇠 이야기를 이처럼 창의적이고 감칠 맛나게 만들었으니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전동수 선생님! 모처럼 맘껏 웃을 수 있는 창극 볼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