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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흠경각 옥루, 천문ㆍ지리ㆍ인간의 조화 추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24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 남쪽 기슭에는 높은 축대가 있어, 시간을 맡은 인형 하나가 붉은 비단옷 차림으로 산을 등지고 섰으며, 인형 무사 셋은 모두 갑옷 차림인데 하나는 종과 방망이를 잡고서 서쪽을 향해서 동쪽에 섰고, 하나는 북과 부채를 잡고 동쪽을 향해 서쪽에서 약간 북쪽으로 가까운 곳에 섰고, 하나는 징과 채쭉을 잡고 동쪽을 향해서 서쪽에서 약간 남쪽으로 가까운 곳에 서 있어서, 매양 시간이 되면 시간을 맡은 인형이 종 치는 인형을 돌아보고, 종 치는 인형도 인형을 돌아보면서 종을 치게 되며, 매경(每更)마다 북과 부채를 잡은 인형이 북을 치고, 매점마다 징과 채를 잡은 인형은 징을 치는데, 서로 돌아보는 것은 종 치는 인형과 같으며, 경ㆍ점마다 북 치고 징 치는 수효는 모두 보통 시행하는 법과 같다.”

 

 

이는 《세종실록》 세종 20년(1438) 1월 7일 치 기록으로 이날 완성한 흠경각(欽敬閣) 옥루(玉漏)에 대한 설명입니다. 흠경각은 조선시대에 자동 물시계를 설치해서 운영한 경복궁 내부의 전각인데 《세종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흠경각은 장영실(蔣英實)이 세운 것이나 그 규모와 제도의 묘함은 모두 임금의 결단에서 나온 것이라도 되어 있습니다. 또 흠경각은 이미 완성된 보루각의 자동물시계(자격루)와 경복궁 후원 간의대(簡儀臺)의 천문의기가 멀리 떨어져 있어 편리하게 관측하기 어려운 탓에 이를 해결하려고 자동으로 작동하는 천문시계 곧 ‘옥루’를 설치한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9일 국립중앙과학관은 세종 때 처음 만든 조선시대 최첨단 자동물시계 흠경각 옥루를 581년만에 복원했다고 밝혔습니다. 흠경각 옥루 복원연구는 3년 동안 국립중앙과학관이 주축이 되어 고천문학자, 고문헌학자, 복식사학자, 조경사학자, 고건축학자 등이 협력하여 문헌, 천문의기, 복식, 수목, 건축 등의 고증을 거쳤다고 합니다. 또 1434년에 만든 자격루가 당시 조선의 표준시계로서 시각의 정밀도에 맞추어 만들었다면, 이 옥루는 천문과 지리와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철학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