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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신비스런 성덕대왕신종 소리 들어보셨나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25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래전 ‘한국의 범종’이라는 이름의 녹음테이프 하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여러 종소리가 녹음돼 있었지만, 그 가운데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듣고는 다른 종소리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성덕대왕신종” 종소리는 장중하면서도 맑은소리와 유난히 길면서도 신비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어 듣는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독일 고고학자 켄멜은 이 종을 일컬어 “한국 제일의 종이 아니라 세계 으뜸 종”이라고 평했습니다.

 

 

오직 우리나라 종에만 있는 독창적인 것이 바로 종 윗부분에 있는 음관(音管)과 종구(鐘口) 바로 밑에 파인 명동(鳴洞)이라고 합니다. 음통(音筒) 또는 용통(甬筒)이라고도 하는 음관은 종의 음질(音質)과 음색(音色)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 명동 곧 울림통은 종을 때렸을 때 정상음이 끝난 뒤 센소리가 사라지고 긴 여운이 남도록 합니다. 그런데 그 많은 한국종 가운데서도 성덕대왕신종은 방사선으로 투시해서 본 결과 종신 안에는 기포 하나 없이 매끄럽게 주조되었으며, 종신(鐘身)의 모든 부분이 균일한 두께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요. 또 어린아이 우는 소리와 비슷한 168Hz의 음파만이 남아 이 때문에 에밀레종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도 모릅니다.

 

《세종실록》 세종 6년(1424) 5월 3일 기록에 보면 “경상도 경주 봉덕사와 유후사 연복사의 큰 종을 헐지 말도록 전지하다.”라는 내용이 있지요. 어떤 관리가 형편없이 내 버려진 봉덕사종 곧 성덕대왕신종을 녹여 농기구를 만들자고 상소를 올렸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를 안 한 선비가 “이 몸을 죽이더라도 성덕대왕신종을 보전해달라.”라는 상소를 올렸고, 세종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슬기로운 세종대왕이 아니었다면 없어졌을 뻔한 성덕대왕신종입니다.

 

 

1,300년 된 이 ‘성덕대왕신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처음에는 봉덕사에 달았다고 해서 ‘봉덕사종’이라고도 했으며,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이란 이름을 달고 1962년 국보 제29호로 지정되었고,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으로 높이 3.66m, 입지름 2.27m, 두께 11∼25㎝이며, 무게는 1997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밀측정한 결과 18.9톤으로 확인되었지요.

 

   ▲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 종소리 들어보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