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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순자 씨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목욕탕 순자 씨

 

                                                  - 김 태 영

     

       평생 생선 장사를 했었다는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며느리와 함께 목욕탕에 와서

       얼른 칼 가지고 오라며 큰소리를 칩니다.

 

       이 광경 보며 때를 밀어주던 순자 씨

       나도 늙어 정신 줄이라도 놓게 되면 어쩌나요?

       치매는 과거만 기억한다는데 걱정이 태산이란다.

 

       엎드리세요. 돌아누우세요. 바로 누우세요.

       입에 익은 이 말만 기억하면 정말 나 어쩌지요

 

       사랑한다는 멋진 말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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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목욕탕의 순자 씨, 나 어렸을 적 우리 마을 순자를 닮았을까?

그때 어느 마을이건 순자 한 명은 꼭 있었지. 그때의 순자는 이름처럼 청순하고 예뻤다. 그 순자는 잘 웃었지만, 그렇다고 수다스럽지는 않았다. 순자의 그런 점이 내가 순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가 없게 했다. 손잡고 뒷동산에 올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었건만 연애편지를 썼다 고쳤다 쓰기를 여러 번 용기를 내지 못해 쉽게 건넬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전 순자네는 도시로 이사했다. 연애편지를 전해주지 못한 채. 하여 그대로 50여 성상이 흘렀다. 이제야 그 순자가 애타게 보고싶다. 혹시 김태영 시인이 노래한 저 여인이 그때의 순자는 아닐까? 설령 그 순자라면, 그리고 나중에 만났을 때 과거만 기억하는 순자가 되어 있다면….

 

어쩌면 이제 순자를 찾기보다는 먼 과거 추억 속의 순자로 가슴속에 간직하고 이 험한 세상에 다시 불러내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참, 부산 서면에 가면 마카롱 “달콤한 순자 씨”가 있단다. 차라리 그곳에 가서 달콤한 마카롱이 먹어볼까? 김태영 시인은 나에게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해내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 김태영 (시인)

  실버넷 기자

  한국문인협회ㆍ서울시인협회 회원

  2006년 문학공간 시인상

  시집 《해바라기 연가》, 《빨간 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