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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은 오래 되새김질한 힘인기라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4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 싸 움

 

                                              - 황 인 동

 

       자 봐라 !

       수놈이면 뭐니 뭐니 해도 힘인기라

       돈이니 명예니 해도 힘이 제일인기라

       허벅지에 불끈거리는 힘 좀 봐라

       뿔따구에 확 치솟는 수놈의 힘좀 봐라

       소싸움은 잔머리 대결이 아니라

       오래 되새김질한 질긴 힘인기라

       봐라, 저 싸움

       어디에 비겁함이 묻었느냐

       어디에 학연지연이 있느냐

       뿔따구가 확 치솟을 땐

       나도 불의와 한 판 붙고 싶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소띠해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식구로 여길 만큼 소중했다. 필요한 노동력이자 운송 수단이었고, 목돈을 마련하는 비상 금고의 역할도 했다. 더구나 고기는 음식 재료였고, 뿔과 가죽은 공예품과 일상용품의 재료였다. 현대사회에서 소는 농경사회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고기와 우유, 약품과 비누 등의 재료, 가죽 신발 등으로 인간과 함께한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물러나지 않는 우직한 소싸움의 정신! 코로나19 탓으로 가뜩이나 무릎이 꺾이는 힘든 요즘, 불굴의 의지로 힘차게 전진하는 소싸움에서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을 배운다. 천년의 역사를 이어 내려온 소싸움은 경북 청도를 비롯하여 창녕, 의령, 김해, 진주, 함평, 정읍, 청주 등 온 나라 곳곳에서 펼쳐지며, 한국농경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지난해는 코로나19 탓에 소싸움은 열릴 수 없었다.

 

지난 경자년 한해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 탓에 온통 주눅이 들어 살았다. 그래서 섣달 그믐날 온 집안과 마음에 등불을 켜두고 날을 새는 ‘수세(守歲)’가 아니라 모든 등불을 끄고 일찍 잠이 들어 빨리 새날, 새해 맞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신축년 소띠해를 맞았다. 황인동 시인은 “소싸움은 잔머리 대결이 아니라 오래 되새김질한 질긴 힘인기라”라고 노래한다. 소들은 그저 묵묵히 되새김질하며 살았지만, 그것이 결국 ‘허벅지에 불끈거리는 힘’을 만들어준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처럼 우리도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되새김질의 결과로 얻은 ‘밀치기’를 이용 코로나19를 경기장 바깥으로 밀어내야만 하리라.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