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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어어 하다가 가는 인생, 그저 강물처럼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4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인 생

 

                                         - 서정란

 

       인생은

       계획하다가

       어어 하다가

       반성하다가

       후회하다가

       후딱 간다

       너무 심각할 필요도

       너무 엄숙할 필요도

       너무 나를 얽맬 필요도 없이

       그냥 강물처럼 흘러가며 사는 것이

       잘사는 길이 아닐까?

 

 

 

천하의 명필이라는 추사 김정희. 그는 제주도에 유배 가서 험난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좁은 방안에는 거미와 지네가 기어 다녔고, 콧속에 난 혹 때문에 숨 쉬는 것도 고통스러웠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혀에 난 종기 때문에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든 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편지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추사는 유배지에서 화가 날 때도 붓을 들었고 외로울 때도 붓을 들었음은 물론 슬프고 지치고 서러움이 복받칠 때도 붓을 들었으며 어쩌다 한 번씩 받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 올 때도 머뭇거리지 않고 붓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천하의 명필이 되었고, 인생을 긍정하는 법을 배웠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자신에게 엄습해오면 몸부림치지 않고 받아들인 그였다. 그 고통의 시간을 삭이고 곰 삭혀 온전히 발효시킨 내공을 글씨 속에 쏟아부었으며 포기하고 싶은 세월을 붓질로 버텨나갔던 것이다.

 

서정란 시인은 그의 시 <인생>에서 “너무 심각할 필요도 / 너무 엄숙할 필요도 / 너무 나를 얽맬 필요도 없이 / 그냥 강물처럼 흘러가며 사는 것이 / 잘사는 길이 아닐까?”라고 속삭인다. 어쩌면 탱자나무 안에서 위리안치의 유배를 당한 추사 김정희가 고통 속에서도 인생을 긍정하는 법을 배웠듯, 서정란 시인의 ‘강물처럼 흘러가며 사는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지 않은가?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