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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아름답게 핀 들꽃 “며느리밑씻개”란 말의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48)]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요즈음 들이나 시골 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 며느리밑씻개이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밑씻개"라고 붙인 까닭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일본말 "의붓자식의 밑씻개(継子の尻拭い, 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밑씻개’ 앞부분인 “의붓자식”을 한국에서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 밉지만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미워 가시가 촘촘히 나 있는 이 풀로 밑을 닦도록 묘사하고 있다.

이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먼저 《표준국어대사전》풀이를 보자. “마디풀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 줄기와 잎자루에 가시가 많아 다른 것에 잘 감긴다. 잎은 어긋나고 삼각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7~8월에 담홍색 꽃이 줄기 끝에 둥글게 모여 피고, 열매는 검은색의 수과(瘦果)이다. 어린잎은 식용한다. 들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Persicaria senticosa)”

 

     
 
   
▲ 며느리밑씻개, 잎 줄기에 가시가 나있지만 생각보다 예쁘다.

   
 

설명 가운데 열매가 “수과(瘦果)”로 열린다는 말은 어지간한 학식이 있는 국민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사전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대개 학생들인데 학생을 생각해서 쉽게 풀이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식물 설명이 거의 이런 식이라 안타깝다. 

멀쩡한 예쁜 꽃에다가 “며느리밑씻개”라고 붙인 것도 붙인 것이지만 더 민망스러운 꽃 이름 가운데는 개불알꽃, 큰개불알꽃 같은 꽃도 있다. 개불알꽃(요즘은 복주머니꽃이란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으나 식물도감 같은 곳에는 여전히 이 말을 쓰고 있음)이나  의붓자식밑씻개(며느리밑씻개) 따위의 이름을 붙인 사람은 다름 아닌 일본인이다.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로 일컫는 마키노 토미타로우(牧野 富太郎 1862~1957)씨는 그의 저서《植物一日一題》에서 식물이름 명명(命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마키노 씨는 사진 중앙
 “그동안 일본의 풀과 나무이름은 한자(漢字)로 써왔는데 이것은 낡은 생각이다. 한자는 중국의 문자이므로 일본의 문자인 가나(かな)로 쓰는 게 편리하고 시대 조류에 맞다. 동경제국대학이학부식물학교실(東京帝国大学理学部植物学教室)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식물 이름을 일본이름(和名)과 가타카나(일본문자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가 있음)로 써오고 있다. 자기나라의 훌륭한 식물이름이 있는데 남의나라 문자로 그것을 부른다는 것은 자신을 비하하고 독립심이 결여된 생각이다. 이러한 자세는 마치 자기 양심을 모독하고 자기자신을 욕보이게 하는 것이므로 그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다.”

 일본인이 일본식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일본인의 자유이다. 개불알꽃이라고 하던지 쥐똥나무라 하던지 의붓자식밑씻개라고 하던지 말이다. 문제는 우리다. 왜 우리는 우리 땅에 난  풀과 나무를 우리 눈으로 보고 부를 생각을 안 하고 일본사전 베끼기로 표기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이름있는 유명한 식물도감에도 일본 학자들이 이름 붙인 꽃이름이 많다.  

일본학자 조차도 자기 나라 이름이 아닌 남의 나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자신을 비하하고 독립심이 결여된 생각이다.”라고 지적하는 것도 못 보았단 말인가! 

요즈음은 풀꽃이름 좀 안다는 허다한 사람들이 앞다투어 너도나도 꽃박사 인양 인터넷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너도나도 화려한 양장판에 “야생화”라고 해서 개불알꽃이니 며느리밑씻개니 하는 일본 꽃이름을 흉내 낸 말을 그대로 옮긴 책을 보자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 책이름부터 “들꽃” 이라 해도 좋은 것을 구태여 “야생화(野生花)”라는 한자말로 책 표지를 쓰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식물의 유래를 제대로 알려주고 아름답고 알기 쉬운 우리말을 권장해야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여기에는 꽃이 피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을 윤산(輪繖)화서, 총상(總狀)화서 같은 식으로 말하고 열매 맺는 모습을 수과(瘦果)니 삭과(蒴果) 따위로 설명하고 있다.

 식물을 종(種)이니 속(屬)이니 하면서 분류하기 시작한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 1707년~ 1778)의 출현 이전부터 한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식물의 약리작용을 심도 있게 다루어왔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과 같이 관상용으로 꽃이나 나무를 기른 것이 아니라 치료 위주의 약재로 사용하다 보니 한자로 된 이름으로 주로 소통하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산과 들에 피어있는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으니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꽃과 풀, 나무에 대한 “남의 나라 식물 이름 베끼기”를 대대적으로 손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