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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실상사에서 대형 고려시대 정원 발굴

타원형 원지에 직선/곡선 수로......




[그린경제/얼레빗=가람 기자]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 이하 연구소)는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의 허가를 받아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실상사(주지 응묵)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기존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모습의 “고려시대 사찰 내 대형 정원시설”의 원지(苑池)가 온전한 상태로 확인되었다.

실상사(사적 제309호)는 흥덕왕 3년(828) 홍척국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구산선문 중 최초로 개창된 가람이다.  이번 발굴조사 구역은 실상사 현 동쪽 담장지 외곽에 위치한다. 양혜당 및 보적당이 들어설 예정인 이곳은 2012년 9월 시굴조사 결과 유구(遺構)가 확인됨으로써 정밀 발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에 이 일대 2,098㎡를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 사찰 내 대형 정원시설” 중심으로 같은 고려시대에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2동, 석렬(石列) 1기, 담장지 1기 등이 확인되었다.

이 중에서 대형 정원시설인 원지와 이와 관련되는 수로(水路) 시설은 다른 사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이다. 원지는 공중에서 내려다 본 전체 형태가 타원형에 가깝다. 장축이 동서방향인 원지는 길이 16.05m, 폭 8.06m 크기로, 바닥은 크기 40-50㎝ 내외의 천석(川石, 강돌)을 편평하게 깔아 처리하였다. 측면은 바닥석과 같은 규모의 천석을 이용하여 3단 높이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바닥 정중앙에는 다른 강돌과는 달리 청색 빛이 도는 돌을 안치하여 원지의 장식적인 요소를 더하였다.

바닥과 측면은 명황색점토와 숯을 이용해 방수처리를 하였다. 원지 안에서는 뻘층이 확인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 맑은 물을 일정한 높이로 유지하고 넘치는 물은 동쪽방향에서 확인된 출수구(出水口) 시설로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된다.

물을 끌어들이는 입수로(入水路)는 원지 북쪽에서 남쪽방향으로 폭 1.2m, 전체 길이 42.6m 규모로 확인되었다. 수로가 난 방향으로 보아 북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쪽에 원지의 호안 석축을 따라 곡수(曲水) 형태의 수로가 확인되었다.

원지는 실상사 경내에 위치한 고려시대 초기 목탑과 동서방향 축이 일치한다. 원지는 내·외부에서 고려 초기 유물이 집중적으로 출토 되는 점으로 볼 때 실상사 경내 목탑과 동시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상사의 정원시설은 고려시대 초기에 제작된 유구로 선종가람에서 원지의 기능과 의미에 대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유구이다. 특히, 고려시대 불화인 “관경16관경변상도”(사진 6)에서 연지와 배수로가 확인되고, 일본 후루미야(古宮)유적(7세기)에서 확인된 원지(사진 7)와 헤이죠(平城)궁의 동원(東院) 원지(8세기)에서 확인된 곡수로(사진 8)등이 실상사 원지 및 배수로와 유사한 수법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정원시설은 동아시아 고대 정원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비교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발굴에서는 연화문 수막새, 초화문 암막새, 㰡實相寺㰡‘명 기와편 등 유물 80여 점이 출토되었다. 발굴지역이 현재의 실상사 사역 바깥이라는 점에서 고려시대 실상사는 그 규모가 담장을 두른 지금의 실상사보다 훨씬 넓은 규모의 대찰(大刹)이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따라서 고려시대 실상사의 전체적인 규모와 가람배치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발굴조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2014년 6월 16일(월요일, 오후 2시)에 열릴 전문가 검토회의에서는 발굴조사 결과 확인된 유구 및 유물의 처리방안과 발굴조사 완료지역에 대한 정비방안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


   
      ▲ 관경16관경변상도 /  일본 후루미야(古宮)유적 원지 / 헤이죠(平城)궁의 동원(東院) 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