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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한국문화 소개하는 글쓰기 3천회, 기네스북에 올라야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작가 김영조

[한국문화신문 = 이창은 기자]  날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냥 글이 아니라 한국문화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서부터 역사, 문화, 종교, 예술, 풍습, 민속에 관한 이야기를 짧고, 쉽고, 재미나게 쓰는 사람이다 


그가 이렇게 쓴 글이 201539일로 3,000회를 맞이했다. 300편을 책 한권으로 묶는 다면 <한국문화 고갱이>에 관한 책이 10권으로 나오고도 남을 분량이다. 주말만 빼고 일년 열두달 10여년을 날마다 원고지 6장 안팎으로 쓴 3,000회의 원고지량만도 18,000장이 넘는다. 이 정도면 10권으로 된 조정래의 <태백산맥> 원고지 16,500장을 훌쩍 넘는다. 이것은 한 가지 주제가 아니라 3,000개의 주제로 쓴 글이니만치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남을 일이다. 


   

▲ 3천회 '한국문화편지얼레빗' 축하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렇게 날마다 맑은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 잘되듯이 비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한국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글쓰기를 고집해오고 있는 사람은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인 김영조 작가이다. 정식 글의 이름은 날마다 쓰는 인터넷 한국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이다. 2999회였던 38일의 주제는 조선시대 백지 수표인 고신공명첩(告身空名帖)의 이야기로 임진왜란 이후 관리들의 횡포에 의한 백성들의 고육지책을 다룬 글이다. 


그런가 하면 201167일 글에는 


“'날마다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네 손으로 개어 깨끗한 곳에 두어라. 이어 비를 가지고 자리를 깨끗하게 쓸고 머리는 얼레빗으로 빗고, 빗을 빗통에 넣어 두어라. 이따금 거울을 보며 눈썹과 살쩍을 족집게로 뽑고 빗에 묻은 때를 씻어 깨끗하게 해라. 세수하고 양치하며 다시 이마와 살쩍을 빗질로 매만지고, 빗통을 정리하고 세수한 수선은 늘 제자리에 두어라. 무릎을 꿇고 앉아 한글 한 번 읽고 한자 몇 자를 단계에 따라 읽어라.' 


위는 원교체(圓嶠體)라는 특유한 필체를 만들어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조선 후기의 서예가이자 양명학자인 이광사(李匡師, 17051777)50살 되던 나이에 역모 사건에 연루되어 함경도 부령 땅으로 유배 가서 딸에게 쓴 편지입니다. 그는 23년 동안 부령과 전라남도 신지도에서 유배살이를 하다가 삶을 마쳤는데 늘그막에 낳은 어린 딸과 많은 한글편지를 주고받습니다. (뒤 줄임)”과 같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밑바닥에서 잔잔한 여운을 주는 글도 있다


   

       ▲ 2109회 얼레빗의 이광사가 유배지에서 사랑하는 딸에게 쓴 편지 그림(이무성 한국화가)


그의 글 소재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반찬을 만들어야 하는 주부들이 오늘은 무얼 만들어 식구들의 미각을 되살릴까?”고민한다면 김영조 작가는 맛깔스런 글 소재를 위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 뛰고 또 뛴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의 글을 받아 보는 사람들은 한국문화의 전반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나보다 하겠지만 작가의 생각은 좀 더 치밀하다. 그의 글 소재는 365일의 절기와 우리 겨레의 대소사를 챙기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은 것은 기존의 해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청명과 한식만 해도 그렇다. 2,493(2013.4.4) 글을 보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청명조(淸明條)에 따르면 청명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준다. 이를 사화(賜火)’라 한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이라고 한다.”


작가는 말한다. 지금까지 보통 한식이라고 하면 중국 진나라 때 개자추 충신 이야기만을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불을 나눠 주는 의식"이 있었고 그것은 공동체 의식의 실천이라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2,981회인 2015313일 글에서는 “96년 전 간도 용정의 만세운동 날”, 2,990(2015.3.26) “안중근 의사 순국한 오늘, 우리 모두 안중근이 되자”, 2,896(2014.11.17) “순국선열의 날에 기려보는 우당 이회영 선생과 같이 오늘 우리가 잊고 지내는 독립정신을 위해 헌신하신 선열들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 2494회 얼레빗의 "쑥향기 가득한 시절음식 애탕국"(궁중음식연구원 제공)


그런가하면 2494(2013.4.8)에는 쑥 향기 가득한 시절음식 애탕국에서 봄철 입맛을 잃기 쉬운 독자들의 미각을 고려한 글도 빼놓지 않고 있으며, “쑥버무리와 쑥개떡(2006.3.21)”에서는 먹거리 넘치는 이 시대 향수에 가득 찬 음식인 쑥버무리를 통해 보릿고개의 가슴 아픈 기억도 되새겨 주고 있다. 


이와 같이 3,000회를 통해 소개한 한국문화는 말 그대로 3,000개의 주제이자 3,000개의 이야기보따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박제된 유리창 넘어 문화재가 아닌 우리 곁에서 숨 쉬던 조상들의 삶의 이야기이며 또 우리가 앞으로 후손에게 물려줄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영조 작가가 이끌어 온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000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이무성 한국화가이다. 이 화백은 우리문화에 걸맞은 맛깔스런 그림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으며 김영조 작가와는 찰떡궁합이다. 영상시대에는 글 못지않게 사진이나 그림이 중요한데 사진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무성 화백이 잘 표현해줌으로써 글이 주는 재미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 오색 한지, 아름다운 한지공예/찻상, 한지로 지은 옷을 입고 한 패션쇼(왼쪽부터)


   

▲ 새해 첫 토끼날 대문도 솥뚜껑도 가장(남자)이 먼저 열었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또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에는 서한범 한국전통음악학회장의 <국악속풀이>, 재일본 한국문인협회장 김리박 시인이 쓰는 <토박이말 시조>,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의 <일본이야기>도 양념처럼 매주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감으로써 읽을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김영조 작가는 내가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백범 김구 선생을 들어 "수준 높은 대한민국 문화"를 전하고자 몸부림 치고 있다. 3,000회의 글을 써오면서도 지치지 않은 것은 수준 높은 독자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오늘 그의 글쓰기 3,000회를 축하하며 앞으로 5, 1만회로 이어지길 빌어본다 

▶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문의 : 02-733-5027, pine9969@hanmail.net

 

           
  아침마다 겨레문화로 마음을 가다듬었으면
 
[대담]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작가 김영조 


   
▲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작가 김영조

- 어떤 사연이 있어 언제부터 날마다 한국문화 글을 쓰게 되었나? 


내가 한국문화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은 사실 2,000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때부터다. 우리 겨레의 뛰어난 문화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던 가운데 2004년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이때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은 내가 해야 할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겨레문화 글을 쓰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사람들이 책과 글 특히 우리 겨레의 글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채찍질하기도 할 겸 날마다 쉽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현대인에게도 유익한 글을 써서 주변 분들에게 보내기로 맘먹었다. 그것이 200464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고, 3,000회가 되었다니 스스로도 감개무량하다.“  

-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라는 제목이 품고 있는 뜻은?

어렸을 적 나는 어머니가 아침마다 거울 앞에 앉아서 곱게 머리를 빗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우리도 아침마다 겨레문화로 마음을 가다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옷을 아무리 잘 갖춰 입는다 해도 머리가 헝클어지면 볼품이 없는 것처럼 날마다 단정히 머리를 빗듯 한국문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문화적 감각과 문화에 대한 식견이 높아져 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것이란 생각에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 한국문화를 짧고, 쉽고, 재미나게 쓰고자 하는 의도는? 


현대인들은 책과 글에서 멀어졌다. 글이 조금만 길어도 외면해버린다. 아무리 우리의 겨레문화의 글이 훌륭하다 해도 외면당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하루 1분만 투자해달라고 호소한다. 쉽고 재미있다면 1분의 투자는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인 것이다.” 


- 글의 소재를 찾기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찾나? 


사실 3,000회를 이어 오는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24시간 글 소재를 위해 신문, 방송 따위도 관심을 두고 보고 있으며 현장 취재도 많이 간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등 박물관들이나 국회도서관도 안방처럼 드나들며 소재를 찾는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재미가 없거나 짧은 글로 소화해낼 수 없다면 얼레빗으로는 만들어낼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독자들의 정보 제공이 많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 전업 작가로 알고 있다. 현장 취재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경비는 어떻게 하나? 


이 부분도 글 소재 찾기와 함께 나의 두통거리다. 일정한 수입이 없다보니 글을 중단해야 할 상황도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독자들의 후원을 받고 있으나 이 역시 미미한 수준이라 앞으로 걱정이다. 한국문화를 알리는 글쓰기를 지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관심 있는 분들의 후원을 기다린다.” 


- 글쓰기 말고 하는 활동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꿈은? 


한국문화 강연과 방송출연을 통해 우리겨레의 뛰어난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얼레빗 글을 정리하여 현재 두 권의 책을 냈고 한 권은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뽑혔지만 3천회 모든 글들을 책으로 펴내 독자들이 곁에 두고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직접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이 꿈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넘치는 서양문화 속에 소중한 보배를 잊고 사는 한국인들에게 우리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을 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겨레문화와 민족역사만을 다루는 인터넷판 <한국문화신문>을 꾸리고 있는데 이것 역시 만만치가 않다. 온 겨레가 사랑하는 그런 언론으로 키워내고 싶다

 

 

 

   ▲ 우수경칩에는 대동강물도 풀린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