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객석에 앉아, 국악과 동문들이 준비한 연주회를 지켜보는 동안, 나는 그들의 열정과 정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과 신설 40년, 또는 50년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대학의 동문들이 음악회를 준비해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아니다. 졸업생 스스로가 모교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없으면 불가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동문 연주회를 지켜보는 동안, 참으로 묘한 감정과 함께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 묘한 감정은 대표 제자들로부터 격려사를 요청받을 때부터 이미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쉽게 억제가 되지 않고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점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것은, 40년 전, 처음 인연을 맺게 된 <단국대학교 국악과>와 함께 한 시간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그려지는 회상(回想)은 1983년 흰 눈이 내리던 초겨울의 인상이다. 학교로부터 부름을 받고, 천안 교정을 들어섰을 때, 낯설고 어리둥절해하던 나에게 교직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와 친절한 안내는 나를 너무도 편안하게 해주었던 기억이 오래 남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주렴개는 애련설(愛蓮說)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가원관이불가설완(可遠觀而不可褻玩)” 이는 연꽃이 연못 한가운데 있어서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되 가까이서 함부로 만지고 감상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우린 예쁜 것을 가까이 두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꺾어서 화병에 꽂아두기도 하지요. 짧은 시간 감상을 위하여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꽃은 곧 시들어 버리고 맙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모래를 손바닥에 올려두면 적은 양이어도 오래 간직할 수 있지만 욕심껏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 버리고 맙니다. 아름다움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텔레비전을 너무 선명하게 만들어 땀구멍까지 보이고 코털의 세밀함까지 보여준다면 결코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산에 피는 야생화가 그리 아름다운 이유는 적당한 거리에서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색 찬란한 무지개도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습니다. 지나치게 친밀하여 속속들이 알고 지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단점이나 갈등을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치 고슴도치 사랑처럼 말이지요. 그림도 그러합니다. 멀리서 보면 세부적인 결함이나 불균형, 균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널리 알린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올바른 적용을 위한 표준어의 제정을 위해 조선어학회는 자주 쓰는 낱말 9,547개를 골랐고 1934년 온 나라 대표 40명으로 ‘조선어표준어사정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를 통해서 조선어학회(지금의 한글학회)가 1936년 10월 28일 한글반포 490회 기림날에 표준어 낱말모음집 《조선어표준말모음》을 펴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말은 곳에 따라 다르고 신분에 따라 달라서, 이러한 말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가리어 표준말로 제정하지 않고서는 모처럼 규정한 맞춤법을 따를 수 없었지요. 본보기를 들면, ‘줍다[拾]’라는 말이 ㄱ이라는 곳에서는 ‘줍다, 줍고, 주워’로 쓰고, ㄴ이라는 곳에서는 ‘줏다, 줏고, 줏어’로, ㄷ이라는 곳에서는 ‘줏다, 줏고, 주어’와 같이 달리 쓰였습니다. 따라서 이 세 갈래의 말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표준말로 정하고, 이 표준말을 배움말 또는 공용어로 쓸 수 있게 하며, 이에 따라 맞춤법의 규정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그래서 펴낸 《조선어표준말모음》은 본문 122쪽, 찾아보기(색인) 117쪽 안팎으로 표준어 6,231개, 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익산박물관(관장 김울림)은 <제3기 익산박물관대학>을 연다. 익산박물관대학은 문화시민 양성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번 강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미륵사터에 자리잡은 박물관이라는 특성을 반영하여 ‘전시로 보는 한국의 세계유산’이라는 주제를 골랐다. 오는 11월 20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모두 8번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강의는 한국의 세계유산과 관련한 전시를 기획한 연구자와 전문가가 문화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조선왕릉, 고인돌 유적, 가야고분군과 자연유산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그리고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 의궤를 소개한다. 자세한 일정 및 내용은 국립익산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강신청은 현재 국립익산박물관 누리집(http://iksan.museum.go.kr)에서 진행되고 있다.(선착순 80명) 대면강의 5회 이상 참여시 수료증을 비롯해 기념품을 줄 예정이다.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박판용)은 10월 29일부터 11월 10일까지 덕수궁 덕홍전(서울 중구)에서 올해 10돌을 맞은 「무형유산 창의공방 거주지」 사업의 참가자 4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성과전시회 ‘찬란’을 연다. * 운영시간: 10.29.(화)~11.10.(일), 아침 9시~저녁 6시 / 개막일(10.29.)은 낮 3시부터 관람 가능 「무형유산 창의공방 레지던시」는 국립무형유산원이 전통기술의 값어치를 확산하고 전승자의 창작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2014년부터 운영하는 입주형 프로그램이다. 공모 심사를 통해 뽑힘 참가자들은 일정기간 국립무형유산원에 마련된 공방에 입주하여 작품을 기획ㆍ제작하며, 올해까지 모두 47명의 이수자들이 참가해 140여 점의 작품을 창작하였다. 올해는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이수자 박선희, 화각장 이수자 이종문,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 소목장 이수자 윤순일까지 모두 4명의 전승자들이 참가하였으며, ‘찬란’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를 통해 각기 다른 기억과 마음을 담아낸 무형유산 작품 12종 24점을 선보인다. 매듭장 박선희 이수자는 순백의 명주실로 짜인 매듭 조형을 통해 스스로 내면을 조명한 ‘나(self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경북의 선비정신을 만든 경북의 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고, 경북의 선비정신을 기록하고 이를 계승하기 위한 유교책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되었다. 그러면 선비의 삶과 문화를 온전하게 지켜온 종가문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은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2008년부터 종가의 다양한 면모를 문화로, 학술로, 그리고 종손․종부의 삶으로 그려왔다. 이를 기반으로 종가포럼 15년을 결산하고, 이를 한국의 새로운 미래 정신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까닭에서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오는 10월 29일(화) 낮 2시부터 한국국학진흥원 대강당에서 ‘종가포럼이 걸어온 길, 그리고 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2024년 종가포럼을 연다고 밝혔다. 종가포럼 15년, 경북의 종가문화 경상북도는 그 어느 곳보다 종가의 문화와 유무형의 유산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농업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다양한 사회 구조 속에서 경북의 종가문화는 급속히 사라지거나 쇠퇴하고 있다. 경상북도과 한국국학진흥원은 이처럼 사라져가는 종가문화를 이어가고 그 값어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200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최흥선)은 지난 8월 12일에 열린 어린이 문화유산 그리기 대회의 수상작을 전시하는 「어린이 문화유산 그리기 대회 우수작품전」을 10월 26일(토)부터 12월 8일(일)까지 전시관 2층 다목적실에서 44일 동안 열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창의력, 묘사력, 표현력을 기준으로 심사한 으뜸상 3명, 버금상 6명 및 솜씨상 20명, 꿈나무상 37명 등 66명의 수상 작품이 전시된다. 시상식은 10월 26일 국립광주박물관 대강당에서 진행되었다. 최고상인 으뜸상은 박서연(광주동초등학교 4학년)의 ‘당포전양승첩도의 해전 이야기’, 문가윤(치평초등학교 2학년)의 ‘찻그릇 사자 모양 연적’, 전연재(계림초등학교 1학년)의 ‘분청사기 물고기 무늬 편병’이 뽑혔다. 심사는 교수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맡았으며, 심사에 참여한 위원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라며 “대회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걸맞게 뛰어난 작품들이 출품되었다”라고 평했다. 덧붙여서 “어린이 문화유산 그리기 대회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사를 넘어서, 어린이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값어치를 이해하고 직접 표현하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두물머리에 춤패가 뜬다 곱게 차려입은 북한강 삼 도의 이름으로 먼 길 달려온 남한강 손님맞이에 들뜬 두물머리 이는 장지원의 시 ‘참 좋은 날의 두물머리’ 일부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춤패가 뜨고 손님맞이에 들뜬다. 어제 10월 27이 낮 12시 두물머리 나루터에서는 제20회 <황포돛배야 두물머리 강변에 살자> 잔치가 열렸다. 바로 장지원 시인이 노래한 소리꾼, 춤꾼들이 뜨고 손님맞이에 들뜬 시간이 열린 것이다. 이 잔치는 벌써 20번째가 되며, 2024년 지방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양평군ㆍ양서면ㆍ양평문화재단ㆍ양평문화원ㆍ(사)한국국악협회ㆍ은주정가든의 후원으로 (사)배뱅이굿보존회 경기도지회(대표 전옥회) 주최로 열린 것이다. 잔치는 두물머리 나루터 들머리부터 시작하여 공연사장까지 두물머리풍물단과 팔도강산국악예술단취타대가 길을 트고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지신밟기로 시작되었다. 이날 잔치를 시작하면서 전진선 양평군수는 지주연 부군수가 대신 읽은 축사에서 “오랫동안 이곳 두물머리에서 고유의 전통문화 예술을 전승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배뱅이굿보존회 경기도지회 전옥희 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궁궐. 임금이 나랏일을 보는 ‘궁(宮)’과 문 쪽에 있었던 망루인 ‘궐(闕)’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구중궁궐’이라 할 만큼 깊었던 이곳에서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인생을 일구었다. 이광렬이 쓴 이 책, 《조선시대 궁궐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는 온갖 희로애락이 넘실댔을 이곳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쓴 책이다. 온천욕과 비자금 등 다른 역사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내밀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임금의 여가생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천욕이었다. 특히 세종과 세조, 현종이 온천을 참 좋아했다. 오늘날에도 유명한 ‘온양온천’은 그 명성이 세종 시절부터 자자했다. 세종이 왕후와 왕세자, 문무 군신 50여 명과 수천 명의 호위 병사와 함께 떠날 때면 그 행렬이 대단했다. 바다와 가까운 온양은 왜구의 침략이 있을 수 있어 경호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세종이 온양온천으로 행차할 때는 수많은 기병을 온양 10리밖에 배치해 놓기도 했다. 세종은 온양온천에서 씻은 뒤 눈병이 크게 좋아지자, 이곳을 더욱 즐겨 찾았다. (p.73) 세종은 온천욕으로 눈병에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하루는 도승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이 서울문화마당 제25권 《서울의 현대소설》을 펴냈다. 송민호 홍익대 교수가 쓰고 권은 한국교통대 교수가 감수한 이번 도서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현대소설을 통해 서울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을 조명한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의 각종 문화와 서울 사람들의 삶을 읽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서울의 현대소설》은 서울역, 인력거, 전차, 택시, 버스 등 교통수단의 변천사와 함께 서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먼저 이수일과 심순애로 유명한 조중환의 《장한몽》, 한용운의 《박명》을 통해 서울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보여준다. ‘근대의 상징’ 이었던 서울역 정거장과 대합실은 근대 서울사람들의 격동하는 삶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장한몽》에서는 연인에게 배반당해 냉혈한이 된 수일이 서울역에서 떠나는 친구를 몰래 배웅하는 모습을 통해 수일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장소로, 《박명》에서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색주가로 팔려가는 순영이 등장한다. 이어 현진건 《운수 좋은 날》,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통해 서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