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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시마가 우리의 함정에 빠져들까?

소설 "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58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순신은 웃음 끝에 상체를 일으켜서 수평선 끝을 갑자기 노려보았다. 저 멀리 자욱한 물안개 너머로 갈매기 떼처럼 새까맣게 적선들이 떠올라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적의 주력함대인가?”

“그리 보입니다. 대선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많아 보입니다. 아마도 대장들이 모조리 출동 했을 겁니다. 이 바다위에서 주군의 멸망을 지켜보고자! 도주했던 탐망선의 보고를 받고 몰려온 것입니다. 조선 수군의 판옥선 숫자를 제대로 확인하고 말입니다.”

“도도와 가토, 와키자카......그리고 구루시마!”

정도령은 단정하고 있었다.

“칠천량의 전략은 구루시마에게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 아니, 그 자가 수군에 합류 되면서 조선 수군을 궤멸시키기 위한 음모가 이미 진행되었다고 봐야지요. 장군을 숙청(肅淸)하고 칠천량 전투를 주도한 인물. 그의 주도면밀(周到綿密)한 계획이 없었다면 원균장군이 그토록 일방적인 참패는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순신은 정도령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구루시마 미치후사가 존재하지 않았던 조선의 바다는 평온했었다. 도도 다카토라와 와키자카 야스하루, 가토 요시아키와는 이미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으며 그들과의 충돌에서 이순신은 언제나 승리했었다.

 

   
 

“구루시마가 우리의 함정에 빠져들까?”

울둘목. 명량의 함정에 대해서 이순신은 아직도 불안감이 존재했다. 정도령은 오히려 느긋한 태도로 일관했다.

“적선을 헤아려 보십시오. 그 숫자를 세기 어려울 정도로 대규모입니다. 우리 함대에 비해서 족히 수 십 배에 해당합니다. 그들이 과연 우리를 두려워하겠습니까? 더구나 지난 칠천량의 대승으로 그들은 크게 고무되어 있습니다. 장군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들은 악귀처럼 달려들 것입니다.”

이순신의 함대를 발견한 일본의 주력 함대는 역시 공격적인 대형으로 밀고 내려왔다. 구루시마의 배가 민첩하게 총대장 도도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로 접근했다.

“무작정 돌진은 피해야 합니다.”

“그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가?”

“지휘관이 이제 이순신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순신과 여러 차례 격전을 치룬 경험이 있어. 이순신의 함대는 주로 거리를 두고 함포의 위용으로 견제를 하는 전법일세.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빠른 접근을 통한 백병전만이 유효하지.”

구루시마는 도도의 설명에 대해서 반대 견해를 꺼냈다.

“이번에도 그 방법을 사용하신다면 크게 후회하실 겁니다.”

“어째서 말인가?”

“총대장의 전략은 변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 방법을 취하셨고 패하지 않았습니까.”

도도 다카토라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그때는 오늘과 같은 대규모 함대가 아니었다. 이순신 역시 규모가 있는 함선들로 무장해 있었고. 보라, 지금은 겨우 12척에 불과하지 않은가.”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적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은 적들에 대한 계산을 해야만 하는 것이 올바른 병술(兵術)입니다.”

구루시마 미치후사는 여전히 냉정하고 조심성이 많았다. 그는 형을 잃은 후 이순신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치밀하고 섬세하게 했다는 표현이 아마 맞을 것이다. 구루시마 미치후사는 조선의 이순신을 죽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이순신의 위험성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