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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항상 준비된 전투만을 감행한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59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그런 것은 자네나 하시게.”

도도 다카토라의 입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총대장은 전 함대의 진격을 명령하였다. 10여 척의 대선 안택선(安宅船, 아타케부네)에 270여 척의 중형 군선인 관선(関船, 세키부네), 그리고 50척이 넘어 보이는 소형 군선이 바다를 메우며 돌진하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구루시마 미치후사는 조용히 총대장선을 뒤따랐다. 이순신은 임진년의 옥포해전을 시작으로 합포, 적진포, 사천, 당포, 당항포, 율포, 한산도 등 불패의 신화를 기록해 나간 조선 수군의 최고 명장이었다. 구루시마 미치후사의 형 구루시마 미치유키는 당항포 해전에서 그 이순신에게 패전하고 자신의 함대와 더불어 산화하였다.

‘이순신의 승리에는 운(運)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철두철미하게 전쟁을 준비한 해전의 신(神)이다. 내가 연구 분석한 이순신은 그렇게 위험한 적장이다.’

‘그러나 내가 너무 과민한 것은 아닐까?’

이순신에 대한 구루시마 미치후사는 종잡을 수 없는 불안한 심정이었다. 분명 수치상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는 병력이 아닌가. 이순신에 대하여 몰입하다보니 스스로 주눅이 든 것은 아닐까? 구루시마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한결 같았다.

- 이순신은 항상 준비된 전투만을 감행한다. -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는 자신의 의도대로 전쟁을 치루는 고도의 전략전술이다. 준비 된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 높은 확률의 범위에서 임하는 것이니 만큼 패배는 적고 이길 확률은 큰 것이다. 구루시마는 돌연 부장에게 명령했다.

“속도를 조절하라.”

부장은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반문했다.

“조절이라 하심은? 더 빠르게, 느리게 어느 쪽이십니까?”

구루시마의 안면은 무섭게 경직되어 있었다.

“느리게, 보다 느리게!”

부장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이순신이 몰고 나왔던 함대라고 말하기에는 초라한 판옥선들은 지금 꽁지가 빠져라 도주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군선들은 전력을 다하여 추격하고 있는데 어째서 구루시마의 배는 속도를 낮추는 것인지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부장은 구루시마의 지시에 따라 노 젓는 속도를 반으로 줄였다.

 

   
 

“역시 적선들이 추격해 옵니다.”

원균은 부하 장수의 보고를 받으면서 내심 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때 당한 원한을 갚아 주겠다. 두 배로!”

이순신 함대는 적선과의 간격을 적당히 유지하며 명량으로 몰고 갔다. 간혹 함포사격으로 왜적의 돌격 군선에 대하여 경고 유인 사격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본 측에서 볼 때면 대 선단에 의해서 정신없이 도주하는 조선함대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하지 않나? 다니 부장?”

구루시마는 전방을 살펴보다가 부장에게 의혹을 내비쳤다.

“넷?”

구루시마의 부장 다니 모리토모(たに もりとも)는 눈을 까뒤집고 역시 도주하는 이순신의 함대를 살펴보았다. 이상한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저 달아나기에 바쁜 조선의 변변하지 못한 함대였다.

“조수를 타고 추격해 가는 우리 측 군선과 도망치는 조선의 판옥선 사이가 좁아지고 있지 않아. 그렇다고 멀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것은 혹시 저들의 유인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