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만일 저기 섬 위에 매복이 있다면?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60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구루시마의 지적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다니 모리토모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눈만 껌벅거렸다. 해류의 흐름은 어란포로부터 명량해협으로 흐르고 있었다. 추격하는 일본 군선에게도, 도주하는 조선 함대에게도 불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루시마의 날카로운 안목은 판옥선의 속도가 평상시와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다니부장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냥 저들이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닐까요? 격군들을 모조리 동원하여서. 남아있는 군선이 없지 않습니까.”

조선의 전함이 10여 척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두 어 차례의 염탐으로 확인한 바 있었다. 그럼 죽지 않으려고 모조리 격군들을 동원하여 노를 젓는다? 마지막 발악이란 말인가? 그건 아니다. 이순신은 절대 그런 무모하고 형편없는 계책을 세우지는 않는다. 뭔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뭔가? 구루시마는 답답하였다. 문득 저만치 명량해협의 울둘목이 눈앞에 들어왔다. 해협은 점점 비좁아져서 대규모 선단이 한꺼번에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좌, 우로 돌출되어 있는 섬의 형태가 갑자기 구루시마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들었다.

‘만일 저기 섬 위에 매복이 있다면?’

혼비백산(魂飛魄散)한 구루시마는 도도 다카토라의 총대장선을 찾았다. 그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는 상당히 먼 거리에서 빠르게 명량해협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다니 부장! 어서 경고를 울리고 신호기를 게양하라! 어서!”

구루시마의 명령을 받은 다니 모리토모는 즉각 비상 상황을 부하들에게 하달했다.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적기(赤旗)가 구루시마의 야가따(屋形= 집을 세운 모양의 구조물) 지붕위에 설치되었다.

“명령대로 이행 했습니다. 구루시마대장!”

구루시마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적기를 남김없이 꽂아라. 위험 상황을 어서 알려라!”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은 순식간에 붉은 깃발로 뒤덮여서 사방으로 펄럭였다. 그 광경을 목격한 도도 다카토라와 와키자카 야스하루, 가토 요시아키 등 대장들은 어이없는 얼굴을 하였다.

“끝까지 겁쟁이 노릇을 하는구나.”

“에쿠, 저 진상을 어찌하면 좋나.”

“하여간 통과하기에는 해협이 비좁으니 잠시 멈춰볼까.”

가토 요시아키의 대장선이 도도의 총대장선으로 다가왔다.

“겁쟁이 구루시마가 미쳤습니다. 온통 선박에 붉은 적기를 휘날리다니요.”

“아무래도 이순신에게 공포가 있음이 분명해. 형의 죽음이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이야. 상관하지 말고 이순신을 추격하게. 알고 있겠지만 명량을 지나치면 목포가 근접하게 되지. 남해를 평정하고 서해로 진격하면 바로 한양으로 육군을 수송할 수가 있다.”

도도 다카토라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순신의 바다를 점령하지 못하여 조선을 함락 시키지 못한 것을 드디어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토 요시아키 역시 매우 들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태합께서 큰 상을 내리실 것입니다.”

“물론이지. 그대는 어서 이순신의 조선 마지막 함대를 휩쓸어 버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