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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완전 섬멸할 수 있는 것, 김충선 장군에 달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61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가토 요시아키는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의기양양하게 전 속력으로 울둘목으로 내달렸다. 도도 다카토라와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대형 군선은 온통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구루시마의 군선 옆으로 모여 들었다.

“이번에는 또 뭔가? 구루시마대장!”

도도는 눈을 부라리며 구루시마를 불렀다. 구루시마는 손가락으로 명량해협의 좁은 해로와 그 주변의 언덕을 손가락질 했다.

“저길 보십시오. 만일 저 위에 조선 병사들이 포를 설치하고 매복해 있다면 우린 꼼짝없이 당하게 됩니다. 지형을 세심히 관찰해 주십시오.”

도도와 와키자카 역시 수군의 수뇌로 오랫동안 활동한 장수들이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도 인정할 수 있는 매복 가능성이 있는 지점으로 추정 되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가토 요시아키와 그의 관선(関船세키부네)은 명량해협을 통과하기 직전이었다. 그를 불러 세우기에는 늦었다. 도도와 와키자카의 대장선에도 진행을 멈추라는 표식의 신호기가 세워졌다. 일본 군선의 대다수가 속도를 줄이고 명령을 기다렸다.

 

   
 

“내게 공을 세우라는 것인가?”

제일 빠르게 이순신의 함대를 추격해 가던 가토는 후방의 함대가 멈추는 것을 보았다. 부장이 급하게 야가따로 뛰어 올라왔다.

“장군! 이순신 함대가 도주를 멈추었습니다.”

가토는 벌떡 일어나면서 이순신 함대에 시선을 고정 시켰다. 과연 그들은 배를 360도 회전 시키고 있었다. 짜릿한 전율이 일어났다.

“그래! 해보자는 것이구나. 이순신!”

이순신의 대장선이 앞으로 전진 해 왔다. 그래봐야 총 12척의 판옥선이었다. 가토는 재빨리 아군의 군선을 확인했다. 중형급의 관선(関船세키부네)이 100척도 넘어 보였다. 나머지는 후방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루시마의 병적인 소심함 때문에 질척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짜증이 일어났다.

“구루시마, 그 멍청한 녀석!”

가토 요시아키는 그대로 밀고 나가서 칠천량 때처럼 정신없는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해협의 좌우에 돌출되어 있는 언덕이 신경에 거슬렸다.

‘만일 저 위에 조선군의 포가 장착되어 있다면.....?’

그건 아주 끔찍한 상상이었다. 자칫 하다간 삼면으로부터 협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크크, 도주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인데 그런 전략을 수립할 여유가 없었겠지.”

가토 요시아키는 일본 군선들에 대해서 독전기(督戰旗)를 흔들며 공격 개시를 알렸다. 이순신은 12척의 함대들을 일렬로 배치하고 정 중앙에서 적선을 마주 상대했다.

“저들이 울둘목으로 일부 함대만 내려 보낸 까닭이 혹 우리 전략을 눈치 챈 것은 아니요?”

“이미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구루시마라면 쉽게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순신은 가토의 함선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어떤 방도가 있소?”

“오직 그들이 울둘목으로 공격해 오게 만드는 것 외에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순신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제 가토의 공세가 시작 될 것이고 대대적인 공수(攻守)가 전개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방법이 오직 하나 뿐이라니.

“그것이 가능한 일이요?”

이순신은 의심 많은 구루시마가 울둘목의 함정에 쉽사리 빠질 것으로 믿어지지 않았다. 정도령의 안면도 붉게 상기되었다.

“오직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가 성공하면 적을 완전 섬멸할 수 있는 것 이옵고, 만일 그가 실패하면 적의 일부만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가 누구요?”

정도령은 땀을 소매로 닦아냈다.

“김충선장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