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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둘목이 갑자기 엄청난 굉음에 휩싸였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승리의 장 2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이 정도령으로부터 은밀히 전달 받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황(戰況)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고 있었다. 구루시마의 반대로 도도를 비롯한 와키자카, 구루시마는 울둘목의 입구에서 전방의 가토가 이끄는 전선들의 전투를 그냥 주시하고 방관하는 태도였다.

‘장군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이들 모두가 울둘목으로 공격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김충선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때 도도의 총대장선이 갑자기 소란스럽게 변하였다. 전방에서 대치하던 이순신의 함대와 가토의 함대가 드디어 서로 포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콰쾅—쾅---

명량해협의 울둘목이 갑자기 엄청난 굉음에 휩싸였다. 그 해협의 양 언덕 주변에 매복하고 있던 이울과 이회, 박정량과 전승업 등은 발을 동동 굴렸다. 바로 눈앞에서 가토와 그의 함대가 내려다보이지 않는가. 천자포의 사정거리로 발사만 하면 불바다를 이룰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대장선에서는 아직 응답이 없었다. 죽을 고생을 하면서 지난 사흘간 천자포를 장치하고 화약을 옮겨왔다. 바위색의 보자기와 나뭇가지, 이파리로 위장하여 포와 화약 등을 은폐해 두었지만 정작 발사는 대기 중이었다.

 

   
 

“일부만 울둘목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정군사가 신호기를 아직 올리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야. 약아빠진 놈들이니 혹시 의심을 하고 있는 거겠지.”

이순신의 장자인 이회는 명량해협의 해전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와 있는 백성들 틈바구니에서 동생 이울에게 중얼거렸다. 둘째 이울은 초조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기다려봐야지. 정도령이 판단할 테니까.”

“공연히 우리 함대만 더 위험에 빠지는 건 아닐지 몰라. 지금이라도 포문을 열게 되면 이미 울둘목에 근접한 일본 놈들은 모조리 깨버릴 수 있는데 말이야.”

“정도령이 너무 욕심을 내는 건 아닌가? 단번에 쓸어버리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어. 놈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이울은 형의 어깨를 짚었다.

“우린 정도령을 믿어 줘야해.”

“그렇지만......”

그들 형제의 간절한 시선은 명량의 파도를 넘어서 대장선으로 향했다. 이순신은 함포사격을 독려 하며 정도령을 바라보았다. 미리 매복하고 있는 포를 사용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무언의 독촉이었다. 정도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기다리십시오.”

이순신 함대는 일자 진영을 유지하면서 명랑해협 울둘목을 빠져나오는 관선(関船세키부네)을 향해서 함포사격을 계속적으로 가했다.

“발사하라! 적선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발포 하라!”

함포를 담당하는 화포장(火砲長)들이 죽어났다. 그들은 적의 군선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연속으로 포문을 열었다. 12척이 일제히 발사하자 일본 측에서도 대응 포격을 해왔다, 무시무시한 포탄들이 공중으로 날아다녔다. 가토는 다른 전략이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칠천량 때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군선을 활용하여 함대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배로 접근한 백병전(白兵戰)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본 군사들의 개인 무용(武勇)은 조선 수군의 무과를 통과한 별장(別將)급을 농락할 정도로 강하였다. 근 100년 간 도산검림(刀山劍林)의 시대를 생존해 온 일본군과 유학의 선비 놀음에 허우적대던 조선의 병사들은 차이가 엄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