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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도 구하지 않고 장군의 함선을 점거하게 되었소이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승리의 장 6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도도는 그 순간에 의혹을 느꼈다. 미후라 부장은 십 년이 넘도록 자신이 데리고 있던 심복으로 도도의 모든 일정을 직접 관리했다. 남에게 한 번도 맡긴 적이 없는 충성스러운 부하였다.


“그대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단 말인가?”


도도는 확인하듯이 물었으나 이미 의심을 하고 있는 눈초리였다. 김충선은 허리를 굽혔다.


“황송하옵니다. 미후라 부장의 직접적인 명령은 없었으나 사태가 워낙 위중하여 장군께서 필히 점검하심이 옳을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소장이 개인적으로 올린 말씀입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김충선의 임기응변(臨機應變)에 도도는 의심을 풀었다.


“그래, 어서 앞장서라.”


김충선은 마지막으로 도도 다카토라를 안택선(安宅船, 아타케부네)의 아래 부분 포판실(격군실)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피를 뒤집어 쓴 준사와 서아지 등 십 여 명이 항왜들이 늘어서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달은 도도는 침통한 목소리로 물었다. 반항이나 도주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서아지가 소개를 했다.


“이쪽은 우리의 철포대장 사야가, 그리고 이 미끈한 호남아는 준사라고 하며, 인상 더러운 이 사람은 서아지라 하오. 그리고 우리 동료 항왜들이요.”


도도는 사야가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일본을 배신한 최고의 반역자 사야가. 조선에 철포 기술을 전수한 사야가는 선조로부터 김충선이란 이름과 높은 벼슬까지 하사받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그것이 그대였던가?”


도도는 일개 무장으로 변장했던 김충선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장군의 함선을 점거하게 되었소이다. 피치 못한 것이니 정공법이 아니더라도 전쟁임을 감안하여 이해해 주시오.”


도도는 기가 막혀버린 얼굴이었다.



“사야가란 인물이 비범하다는 것은 소문으로 입수 했는데 역시 뭔가 다르군. 이런 비열한 짓을 저지르고서도 정공법이 아니니 양해를 하라고? 크크, 대단한 자부심이야.”


“난 장군에게 단 두 가지만을 요구할 것이요. 내게 협조할 것인지, 아니면 장렬하게 죽을 것인지.”


도도의 눈매가 차갑게 변했다.


“그대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오히려 도도는 김충선에게 물었다. 김충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수긍했을 뿐이다.


“장군의 선택을 존중하오.”


도도가 소리쳤다.


“조국을 배신한 항왜의 더러운 손에 내 목숨을 맡길 수는 없다. 난 내가 엄단한다. 도도의 성스러운 함정에 너희들의 오염을 발각하지 못했던 내 무능함을 단죄한다!”


도도가 칼을 뽑았다. 그리고 예리하게 빛나는 그 칼의 끝을 서슴없이 자신의 배를 찌르며 비스듬히 갈랐다.


“으으......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