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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승리의 장 9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배에 구멍이 뚫렸다!”


“바닷물이 들어온다.”


그러나 진짜 난리는 원균의 판옥선이 멈출 생각도 없이 쇄도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원균의 우렁찬 고함이 장군선 내 전 병사들의 고막을 때렸다.


“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기둥을 붙잡아라! 중심을 잃지 마라!”


원균의 판옥선이 벳쇼의 관선(関船세키부네)을 측면으로부터 파고들었다. 우지직! 하는 소음이 울리면서 일본의 관선(関船세키부네)은 반 토막으로 동강나 버렸다. 군선에 타고 있던 장수 벳쇼는 물론이고 50여 명의 병사들과 80명가량의 격군들이 바닷물 속으로 수장(水葬)되었다.


“원균장군이 때마침 나와 주었습니다.”


정도령은 이순신에게 보고를 올리는 한편 통제사의 깃발을 누각위에 꽂았다.


“발사 명령이다!”


신호를 받은 양 연안의 이회 형제의 천자포대와 장승업, 박정량의 천자포대가 새까맣게 몰려있는 울둘목의 바다위로 포탄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콰쾅—쾅!

이순신은 즉각 후방에 쳐져있는 판옥선을 앞으로 진격하도록 독전기를 흔들면서 독려했다.



“안위야, 대관절 얼마나 더 물러서 있으려는 거냐? 당장 앞으로 나오지 못하겠느냐?”


이순신의 준엄한 꾸짖음에 놀란 현령 안위의 5호 판옥선이 전진하며 현자포를 적선에 마구 뿜어댔다.


“내가 닻을 내리고 있는 이 장소를 절대 적들에게 내어주면 안 된다.”


이어서 첨사 이순신과 최대성의 3호선이 판옥선의 진퇴를 자유자재로 시도하며 비격진천뢰와 현자포를 퍼부었다. 4호선의 송여종도 판옥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포문을 열어 제꼈다. 6호 판옥선의 평산포 대장 정응두와 7호의 송대립은 판옥선의 머리를 맞대고 사이좋게 함포사격을 가하였다. 이들 판옥선의 화포는 이제 한쪽 방향으로 모조리 끌어다 놓고 공격을 감행 하는 것으로 평상시의 두 배로 많은 포격을 시도할 수가 있었다.


이 또한 정도령의 전략이었다. 8호 우척선의 첨사 김완과 9호 좌척선의 김응함, 10호 판옥선의 군관 나대용은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리면서 함포 사격에 가담하였다. 돌격선 11호와 12호에는 송희립과 정경달, 이영남이 각기 운 좋게 울둘목을 빠져나오는 일본 군선들을 도중에서 제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악몽이다!”


구루시마는 자신의 대형 군선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에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4척의 중형 군선들만이 구루시마를 호위하며 남아있고 300여 척은 전투에 투입되어 불구덩이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끔찍하게 드러나 버렸다. 더욱이 이제는 조수마저 조선의 편이 되어 역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명량해협의 울둘목에서 우왕좌왕하는 일본 군선들은 해협 연안의 언덕 위에서 발사하는 천자포와 이순신의 함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함포로 인해서 초토화가 되고 있었다.


“장군, 어서 후퇴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와키자카는 무섭게 질린 얼굴로 도도의 총대장선을 향하여 소리 질렀다. 그런데 도도대장은 그를 외면한 채 독전기만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구루시마의 충고를 들었으면 이런 낭패는 당하지 않을 것이었다. 뒤로 후퇴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수가 뒤바뀌면서 일본의 군선들은 중심을 잃고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와키자카는 도도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