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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그는 정녕 바다의 신인가?”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승리의 장 12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잠깐 멈췄던 포성이 다시 커다랗게 고막을 찢어 놓을 듯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일본의 군선들이 파괴되고 분해되었다. 300 여 척의 군선에는 최고 4만 명에 해당하는 인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선원을 제외한 병사들의 수는 최소 1만 5천 명 에 달한 것으로 추산 되었다.


“전......멸인가?”


구루시마는 눈앞에서 펼쳐진 도륙(屠戮)의 바다를 응시하며 넋이 나가 있었다. 꿈은 아니었다. 악몽도 이런 악몽은 없으리라.


“이것이 이순신의 힘인가? 이순신, 그는 정녕 바다의 신인가?”


구루시마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두려움에 잠겼다. 공포에 사로잡힌 구루시마의 동공에 배 한 척이 명랑해협을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도도 총대장의 전함(戰艦)입니다.”


부장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서만 살아오면 어쩌겠다는 건가? 나의 충고를 외면하고 전 군사들을 동원하여 이토록 처참한 바다를 만들어 내다니.”


도도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은 힘겨운 속도로 올라왔다. 구루시마는 그래도 상관인 도도를 영접해야 했기에 야가따(집과 같은 구조물)에서 걸어 내려갔다. 천신만고(千辛萬苦)의 사선을 뚫고 돌아온 대형 군선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은 제대로 항해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래도 도도는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구루시마는 내심 욕설을 퍼부었다.



‘멍청한 작자! 전 병력을 죽음의 바다로 몰고 들어간 도도 다카도라! 당신은 이제 패전의 책임을 죽음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이 쓸모없는 밥버러지야.’


도도의 형편없이 망가진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과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거의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구루시마의 시선이 상포판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하나의 시체에 꽂혔다. 머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옷차림은 눈에 익숙했다. 장군복의 주인이 누구던가? 구루시마가 버릇처럼 주먹을 쥐고 가볍게 흔들어댔다. 생각이 날 듯 날 듯 가물거렸다. 도도의 무장 한 명이 불쑥 내뱉었다.


“그는 와키자카 야스하루요.”


구루시마는 ‘오!’ 하고 경악성을 삼켰다. 수군의 대장으로 임진년부터 조선에서 활동하던 장수였다. 한데 그의 머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구루시마가 두리번거리자 도도의 무장이 다시 친절하게 설명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수급은 도도 다카도라와 함께 잠시 하포판으로 내려가 감춰져 있습니다.”


구루시마는 상대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수급이 감춰져 있다니? 무슨 말인가?”


도도의 무장으로 변복했던 김충선이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귀하의 수급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무엇이라?”


구루시마는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도도의 야가따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도도가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수상했다. 구루시마가 김충선을 무섭게 노려봤다.


“넌 누구냐?”


“내 이름은 김충선!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처단하고자 조선인이 된 사야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