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굉음이 터지면서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요동쳤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승리의 장 13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네, 이놈!”


김충선이 상포판 위를 두 번 발로 내리치며 짤막하게 소리 냈다.


“발사하라!”


그 순간, 하포판 격군실의 노 젓는 구멍으로 화포가 불쑥불쑥 튀어 나오더니 근접해 있는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에 그대로 발포해 버렸다.


퍼펑—펑--


굉음이 터지면서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요동쳤다. 불길이 치솟으며 구루시마의 함선이 크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악, 악!”


구루시마를 비롯한 일본 장병들은 중심을 잃고 사방으로 굴렀다. 비명소리가 악귀처럼 터졌다.



‘아뿔싸, 당했다!’


그때서야 구루시마는 이번 명량해전의 패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살아야 했다. 살아남아야 복수를 할 것이 아닌가. 구루시마는 손을 뻗어서 무엇이든지 잡기 위해 버둥거렸다. 그때,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의 한쪽이 물에 잠기면서 육중한 대포가 무섭게 구루시마를 덮쳤다.


“끄윽!”


엄청난 통증이 두 다리로 엄습하였다. 굴러 떨어진 대포는 구루시마의 양 정강이뼈를 으스러뜨리고 말았다. 구루시마는 이빨을 악물며 고통을 참아냈다. 얼마나 힘껏 입을 악다물었던지 이빨 두 개가 부러져 나왔다. 구루시마는 버둥거리며 벌레처럼 상포판을 기었다. 그때마다 핏물이 길게 이어졌고, 두 다리는 걸레처럼 너덜거렸다.


“장군!”


주변에 있던 관선(関船세키부네)이 쇄도해 오면서 갈고리를 던져 침몰하는 구루시마의 배를 잠시 유지시켰다. 일본 장수 마시타 나가모리(ました ながもり)와 장병들이 구조를 위해 재빨리 건너왔다.


“놈들은?”


구루시마는 먼저 자신을 기습했던 도도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에 승선해 있는 김충선에 관해서 물었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놀라운 정신력을 보였다.


“우리 군선들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3척의 관선(関船세키부네)이 김충선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을 포위하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구루시마가 장수 마시타에게 명령했다.


“어서 이 배를 포기하고 나를 관선으로 옮겨라. 그 즉시 우리 배는 퇴각한다.”


“네엣?”


구루시마는 피를 많이 흘려서 점차 정신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순신이 올...것이다. 우린 이 지옥을 어서 떠나야...한다. 명령이다. 즉각......후퇴하라.”


그리고 구루시마는 정신을 잃었다. 마시타는 사태 파악이 빨랐다. 그는 구루시마를 자신의 관선(関船세키부네)으로 옮긴 후 즉시 명령을 내렸다.


“우리 배는 구루시마 장군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우선 퇴각한다.”


부관이 달려와서 보고했다.


“구루시마 장군선의 장병들과 격군들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시타는 먼 바다의 명량해협을 바라보았다. 포성은 이미 멎어 있었고 출몰하는 선박도 아직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