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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건축인류학적 조선을 기록한 콘 와지로 필드 노트의 서울 기억

서울역사박물관, 나라밖 소재 서울학자료조사 결과 박물관 학술총서
1922년 조선의 민가를 건축인류학적 관점으로 조사한 콘 와지로의 시각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은 최근 1920년대 조선 민가와 생활에 대한 소묘-콘 와지로 필드 노트를 펴냈다. 울역사박물관은 서울학 연구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매년 외에 있는 서울학 자료를 발굴 및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박물관 학술총서로 펴내고 있다

2016년에는 일본 관동(關東)지역에 있는 서울학 자료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그 중에 도쿄 공학원대학(工学院大学) 도서관 소장 콘 와지로 컬렉션 가운데 그 동안 미공개자료였던 서울 및 조선에 대한 스케치와 사진 등 약 180여 점과 4편의 논고와 함께 학술총서로 펴냈다. 

 



울역사박물관은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조사원 : 도미이 마사노리, 井正憲 교수)과 공동으로 20166월과 82차례에 걸쳐 간토지역 현지조사를 시하였는데, 가나카와대학(神奈川大學) 일본상민문화연구소(日本常民文化究所), 학습원대학(學習院大學) 동양문화연구소(東洋文化硏究所), 공학원대학 도서관 등 10여 개 기관과 종전(終戰) 서울거주 일본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콘 와지로 컬렉션은 콘 와지로가 소장하고 있던 약 5,600()의 장서(藏書)로 일본 및 서양서적뿐만 아니라 조사를 다니면서 그린 스케치, 연구노트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공학원대학 도서관에서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번 총서에는 한국과 일본의 콘 와지로 연구가들의 총 4편의 논고가 수록어 있다. 콘 와지로 컬렉션에 대한 소개로부터 1922년 조선 민가조사에 대한 콘 와지로의 민족지학적(民族誌學的) 방법론과 1920년대 일본의 조선에 대한 통치정책이 문화정책으로 변환하고 조선에 대한 연구가 문화재 중심에서 민중으로 이동되면서 민가가구민예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사실, 김윤기(金允基, 전 건설부장관, 1966.12.27.~1967.10.3.)와 소설가 박태원(朴泰遠, 1909~1986) 등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 등을 심도 있게 조명하였다.


논고별 주요내용 


    

1. 오기하라 마사미츠(荻原正三, 공학원대학 명예교수), <공학원대학 도서관 특별컬렉션 콘 와지로 컬렉션으로부터 민가 아카이브로> : 콘 와지로의 생애와 업적 및 주요 연구성과


2. 도미이 마사노리(井 正憲, 한양대학교 교수)김용하(전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김윤미(한양대학교 박사) 공저, <콘 와지로와 일제강점기 조선> : 콘 와지로의 4차례에 걸친 조선 방문, 1922년과 1944년 조선의 민가와 노무자주택에 대한 연구성과, 콘 와지로의 연구시각, 조선의 민가민구민예연구, 두 사람의 일본 유학생 건축의 김윤기와 문학의 박태원


3. 쿠로이시 이즈미(黑石いずみ, 아오야마단기대학 교수), <콘 와지로의 시각 민족지학과 1922년 식민지 조선 연구> : 일본 인류학의 기원과 한국에서의 역할, 인문지리학적 연구방법에 의한 1922년 조선 민가 조사, 및 이후의 발전, 콘 와지로의 민족지학미학적 인식에 의한 현장조사, 도시화되는 일본에 대한 비판적 문화인류학적 접근으로서의 고현학 연구, 그의 연구가 갖는 문화적 의미 

 

4. 최석영(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장), <콘 와지로의 조선 민가 조사배경과 방법> : 콘 와지로의 학문적 토대, 조선 민가 조사배경 및 조사방법, 조선민가 조사에 대한 인식


와지로(今 和次郞)는 와세다대학 건축학과 교수이자 고현학(考現学, modernology) 창시하고 일본생활학회(日本生活學會)를 설립한 학자로 건축뿐만 아니라 당시의 풍속세태(風俗世態), , 가구 따위를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 들인 인물이다.


콘 와지로는 1922년 일본 각지 42곳의 민가를 조사하여 일본의 민가를 펴내고, 같은 해 9월 조선총독부의 위촉을 받아 조선의 민가를 조사하면서 건축인류학적 관점으로 조선의 민가를 서술하고, 그 성과를 1924년 조선총독부에서조선부락조사특별보고(朝鮮部落調査特別報告) 1권 민가(民家)로 펴냈다.


와지로는 1922, 1923, 1924, 19444번에 걸쳐 조선을 방문하였는데, 이번 학술총서는 1922년 민가 조사와 1924년 민구 조사 때 그린 그의 스케치와 사진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으며, 편집순서는 1922년 콘 와지로의 조사일정을 바탕으로 하였다.





조선민가에 대한 주요내용은 조사지역별 일정과 조사 시의 주안점에 대한 메모, 조사한 민가의 구조 및 크기, 실내외 물건들의 배치와 형태, 생활풍습에 관한 메모, 상류중류빈민층 등 계층별, 직업별, 지역별 가옥구조, 일본 민가와의 비교, 각 지역을 조사하면서 도움을 준 관공서 직원명 등이다.


콘 와지로의 메모를 참고할 때 1922년 경성(서울)에 대한 조사는 914, 15, 28, 29, 305일에 걸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콘 와지로 필드 노트에 있는 1922년 조선 민가에 대한 스케치와 기록은 지역별 특징은 물론 계층, 직업에 따라 분류하여 그 특징과 생활상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콘 와지로는 민가의 구조와 배치 등의 건축적 요소를 넘어 생활용품의 쓰임과 형태, 조선인의 의복과 행동양식 등 다양한 토착생활의 특성을 묘사하는 콘 와지로만의 건축인류학적미학적 특징을 보이는 민족지학적 시각으로 생활상에 대한 자료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그의 시각과 관심은 192410조선토속(朝鮮土俗)’이라는 메모로 시작하는 민간 가구조사로 발전하였다.





이번에 소개된 민간 가구에 대한 스케치는 약 60점에 이르는데, 장례용품, 주걱똬리양념병도마소반찬장 등의 부엌세간, 두레박과 동이, 함지, , 자배기, 장롱, , 연자방아, 고무래쟁기도리깨 등의 농기구, 등잔 등의 조명구 등의 다양한 민구를 상세하게 그린 것이다.


또한 국반찬의 종류까지 상세하게 기록한 상차림이나 남녀노소의 옷차림과 옷감의 색, 비 올 때 착용하는 도롱이 등 콘 와지로의 다양한 관심이 스케치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현재의 풍속세태를 조사하여 미래의 발전을 위해 기록하는 고현학적 관심과 태도가 일본뿐만 아니라 조선에서도 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1920년대~1930년대 일본에서는 민중문화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연구는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의 민예(民藝), 시부사와 케이조우(渋沢 敬三)의 민간 가구와 함께 콘 와지로의 민가(民家)이다. 이 세 사람의 연구는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생활하고 사용하는 주거와 도구, 도자기와 소반 등 민중의 수공예품의 미의 가치를 이끌어내고 학문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며 당대의 문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조선의 미술을 사랑한 일본인으로 잘 알려진 아사카와 다쿠미(浅川巧,1891~1931)1922916일 일기에는 경성에서 콘 와지로, 아사카와 다쿠미, 야나기 무네요시가 만났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야나기의 민예가 아름다움에 무게를 둔 예술적인 평가였다면 콘 와지로는 현실 생활에 대한 무게를 둔 관점이었다

 

이번 학술총서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해외소재 서울학 자료조사의 성과로 일본 도쿄 공학원대학 도서관 소장의 콘 와지로 컬렉션 중 그 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경성 및 조선의 민가 및 민구 스케치를 소개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9229월과 10, 조선 전국을 누비며 보통 사람들의 주거와 현실적인 생활상을 조사하면서 이를 학문의 영역으로 이끌어낸 콘 와지로의 필드노트를 소개함으로써 그의 스케치로 재현된 1920년대 서울과 조선의 모습에 집중하여 서울이 가진 역사적 층위를 한층 풍요롭게 하고자 하였다.


다중적이고 중층적인 기억을 지닌 서울은 조선왕조의 한양과 일제강점기 경성을 거쳐 대한민국의 서울에 이르는 지속과 변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울의 장소와 역사의 기억을 저장하는 서울역사박물관은 앞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울의 흔적과 기억을 찾아 새로운 서울, 아직 채워지지 않은 서울의 기억의 퍼즐을 완성해 나아갈 계획이다

 

1920년대 조선 민가와 생활에 대한 소묘-콘 와지로 필드 노트 서울책방(02-739-7033)에서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