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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임금이십니다.

소설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 2권" 귀혼의 장 8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선조가 명나라에 기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선조는 다시 무안하였다.


명나라 군대의 용맹성이 조선의 군대 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이기에......”

왕의 말을 사헌이 감히 중도에서 잘랐다.


그건 지나가는 개도 아는 일이오. 하지만 양 나라의 협상 중에라도 군비를 강화해야 하는 것을 소홀히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임금이 되어서 소인배들의 감언에 놀아나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체 유흥에 정신을 팔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이 대목에서는 선조도 할 말이 있었다. 명나라에 전적으로 의지 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흥에 빠져서 방탕한 일은 없었다. 다만 김덕령이나 이순신과 같은 왕권의 위협적인 존재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으로 시간을 소모했음은 인정할 수 있었다.


너무 지나치시지 않습니까?”

서애 유성룡은 더 이상 명나라 병부주사 사헌의 방자함을 견디지 못하고 울분을 토해냈다. 선조에 대한 미움만큼이나 애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사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감이 지금 날 책망하는 것이요? 감히!”

조선의 임금이십니다. 예를 지켜 주십시오.”

하하핫, 예라고요? 그런걸 알았다면 우리 명나라에 사사건건 도움을 요청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 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헌의 독설은 서애를 자극했다.

말이 나왔으니 올리지요. 임진년으로부터 이번 정유년까지, 조선이 왜 이런 곤란을 겪게 되었는지 정녕 모르십니까?”

그걸 왜 알아야 하오?”

정명가도(征明假道)를 외치던 일본을 모르시오. 명나라를 칠 터이니 우리에게 길을 빌려 달라 하였소. 우리는 상국 명나라와의 관계 때문에 의()를 따라서 길목을 지키면서 희생을 당하고 있는 셈이란 말이외다.”


명나라의 병부주사 사헌은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지금 이 사람을 가리키려 하는 거요?”

사실을 말씀 올리고 있는 겁니다.”

감히 황제 폐하의 사신에게 무례를 범하다니! 이래서 조선은 골치가 아프단 말이요. 임금이나 신하나 똑같이 억지스럽고 뻔뻔하고.”

유성룡은 사헌의 멱살이라도 잡아 흔들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가까스로 억제했다. 그냥 넘기려고 사신을 외면하자 이번에는 그것을 시비 삼았다.


일국의 영의정이란 작자가 대명의 사신을 능멸하고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이것은 황제를 무시하는 처사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소.”

선조가 사헌을 달랬다.

병부주사께서 넓은 마음으로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사헌은 명나라 공신 가문 출신으로 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포악하여 명나라 관리들 사이에서도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소문나 있었다. 그는 대뜸 선조에게 화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