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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차별받는 여성들이야기, 책으로 나와

[맛있는 일본이야기 47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우리들은 이 책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특히 차세대 여성들이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젊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을 달았으며, 책 끝에는 재일조선인, 피차별부락, 아이누, 오키나와, 아시아(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의 역사와 개인사를 하나의 연표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일본사 연표와는 달리 일본사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뿌리를 가진 ‘우리들의 역사’인 것입니다.”

 

이는 한 장의 흑백사진으로 재일(在日)의 역사를 말해주는 책 《가족사진을 둘러싼 우리들의 역사(家族写真をめぐる私たちの歴史:在日朝鮮人・被差別部落・アイヌ・沖縄・外国人女性2017, 도쿄출간)》에 나오는 머리말의 일부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모두 여성들로 24명이 집필자다. 집필자들은 황보경자, 김리화, 이전미와 같은 재일조선인과 일본인이면서 피차별부락 출신자들도 함께 이 책을 썼다. 피차별부락이란 과거 일본에서 ‘에타(エタ, 穢多)’라 불리는 천민, 전염병 보균자, 전쟁포로 등의 집단거주지를 얘기했으나 현재는 일본의 천민집단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나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재일조선인여성 단체인 ‘미리네’ 회원들이 일본사회의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겪어야했던 ‘차별에 대한 역사’를 추적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그 방법론으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조부모ㆍ부모ㆍ본인에 이르는 세대의 가족사진을 통해 ‘차별받고 있는 서러운 역사’를 서로 공유하자는 데서 출발했으나 이것이 뜻밖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2001년, 이들의 가족사진을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진전을 연 것을 계기로 집필자들은 ‘가족사진전’만 할 게 아니라 사진과 관련된 조부모, 부모세대가 일본 정착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책으로 내기로 지혜를 모았다. 그렇게 모인 원고가 바로 이 책 《가족사진을 둘러싼 우리들의 역사》다.

 

집필자들은 자신들이 나이 들어 죽는다면 그때까지 자신들이 간직해온 조부모ㆍ부모의 사진이 온전히 보존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여 그들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자고 뜻을 모았다. 일본사회에 살면서 그 밑바닥에 흐르는 ‘차별’에 대한 설움을 공유하고 자신들도 당당한 일본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글쓴이들은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일본사회의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나 저항감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이다. 이들이 말하는 ‘가족사’는 단순한 가족사에 지나지 않고 일본이라는 시민사회 속에서 이방인 취급당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더 나아가 일본인들과 사이좋게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차분하게 밝히고 있는 ‘일본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며 1장에는 재일조선인 여성들, 2장에서는 피차별부락 출신의 여성들, 3장에서는 아이누ㆍ오키나와ㆍ필리핀ㆍ스리랑카ㆍ베트남 여성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일본어로 쓰여 있어 한국인 독자에게는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어로 뒤친 책(번역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