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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입타령(口音)이 많은 경기 놀량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3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야기 한 답교놀이는 다리[脚]로 다리[橋]를 건너는 놀이, 곧 사람이 물 위에 놓인 다리를 왔다 갔다 하면 한 해 다리 병(病)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성행했던 놀이였다. 이 놀이에는 인근의 소리패들이 모두 모여 함께 산타령을 불렀는데, 이제 그 전문적인 소리패들의 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다행이 왕십리 소리패들의 가락이 벽파에 의해 오늘날까지 전해 오고 있는데, 그 특징은 활달한 창법이나 다양한 장단감, 건전한 사설의 내용 등이며 산타령의 전승과 활성화 문제를 국악계가 고민해야 한다는 점과 관리감독청인 ‘문화재청’에서도 비인기 종목에 대한 특별 육성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산타령을 구성하고 있는 악곡 중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놀량>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한다.

 

 

경기지방에서 불리어 온 산타령의 구성은 제1곡이 <놀량>, 제2곡 <앞산타령>, 제3곡 <뒷산타령>, 제4곡 <자진산타령>의 4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 형식의 합창곡이다. 여기에 시간을 채우기 위해 <개구리타령>이나 <방아타령>과 같은 민요도 덧붙여 부르기도 하고, 또한 소리판이 크게 벌어질 때에는 <경복궁타령>이나 <도화타령> <자진방아타령> 등, 일반 대중이 잘 알고 있는 민요를 포함하여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선소리>라고 하면 놀량이고, 놀량이라고 하면 선소리 산타령을 가리킬 할 정도로 대표적인 소리가 바로 놀량이다. 앞산타령이나 뒷산타령 만을 따로 하는 수가 있으나 그러한 예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놀량이란 무슨 뜻일까? 황용주의 《한국경서도 창악대계》에서는 놀 작정, 놀 생각, 놀 의향 등 놀음놀이를 이른다고 했다. 그런데 놀음놀이의 첫 곡 치고는 부르기도, 배우기도 만만치 않다. 가락이 복잡하고 장단 또한 변화가 심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우선 놀량에는 의미 없는 가사, 곧 입타령이 많다는 점이다. 입타령은 구음(口音)이라고도 하는데, 성악이나 기악에서 <이>나 <아>와 같은 모음으로 가락을 읊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혼자는 가능해도 둘 이상 여러 사람이 배워서 맞추어 부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놀량의 첫 대목에서 모갑이(패의 지휘자)가 중간 음으로 “산천초목이 다 무성한데”로 서두를 내고 나면 나머지 모든 출연자가 4도 낮은 음으로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 아하 에- 에-에-- 데-에 구-- 겨---여허어헝. 가-기에 에헤도-- 오호--오. 제-어-- 이 히지일 고오-호, 도--오호 다---아하, 아---무리--에- 헤 에헤 나--하어---어 야--에헤나-하아. 아--도 네로---구나. (이하생략) ”

 

이처럼 놀량에는 의미 없는 입타령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 되겠다. 또한 장단도 일정한 빠르기나 장단형으로 반복되지 않고, 소리에 따라서 변하는 듯, 2박, 3박, 때로는 4박 등 다양한 장단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후반부에 가서는 전반부보다 빠른 형태의 장단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놀량이 전부 입타령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의미를 알 수 있는 사설은 후반에 나오고 있다.

 

 

“에. 말 들어도 봐라. 녹양(綠楊) 벋은 길로 평양 감영(監營) 쑥 들어간다. 에 에헤 헤이여. 이얼 네에로구나. 춘수(春樹)는 낙락, 기러기는 훨훨. 낙락장송이 와지끈도 다 부러져 마들가지 남아 지지화자. 자 좋을씨구나. 지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얼씨구나 좋다. 말 들어도 봐라. <이하생략>

 

놀량의 선율 형태를 보면 낮은 음역에서는 솔-라-도의 상행형 선율이나 도-라-솔의 하행 선율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높은 음역에서는 미-솔-라-도의 힘찬 상행선율이나 또는 도-라-솔-미의 하행선율이 속소리로 나타나고 있다. 이 대목은 전문가들의 소리로 들어야 들을 만 하다. 높고, 맑고, 또한 씩씩하고 활달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전문가들의 소리는 신명을 불러 일으켜 주기에 충분하기에 그러하다. 구성음 중 도-미, 또는 미-도의 3도 상하행 진행에서는 중간음인 레가 경과음 역할을 하고 있어 진행이 매끄러운 편이다. 이처럼 놀량의 선율 구조를 보면 경기 민요의 솔-라-도-레-미의 음조직과 유사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한편, 서도 선소리 산타령에도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경발림 등이 있고 가사의 내용 또한 유사한 부분도 있으나, 입타령은 거의 없고, 서도식의 요성(搖聲) 창법이 나타나고 있으며 말을 붙이는 자리나 형태 또한 달라서 비교가 된다. 전체적인 장단의 빠르기도 서도의 산타령이 경기에 비해서는 빠르고 경쾌하다. 그래서 서울의 놀량은 구 놀량, 서도 놀량은 신 놀량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쓴이도 고등학교 시절, 벽파 선생으로부터 놀량을 배웠다. 목청을 높여 “에라 디여 어허야욜 네로구나. 녹양에 뻗은 길로 북향산 쑥 들어도 간다. 에헤이에 어 허야 요오올 네로구나. 춘수는 낙락 기러기 나니 훨훨”하며 빠르고 경쾌하면서도 가사 내용이 분명한 서도의 놀량을 재미있고 신나게 배웠던 기억이 새롭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