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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열없다'는 말을 아십니까?

[토박이말 맛보기1]-80 열없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지난 닷날(금요일)에는 진주교대 송희복 교수님께서 제가 있는 배곳(학교)에 오셔서 ‘우리 근대시에 나타난 토박이말’이라는 벼름소(주제)로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손수 지으신 책을 손씻이(선물)로 주시고 그 안에 있는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들려주셨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낱말 풀이와 뒷이야기까지 더해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도 있었지요. 그래서 뒤풀이 자리에서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상화가 지은 ‘이별을 하느니’에 나오는 ‘애인아, 하늘을 보아라. 하늘이 가라졌고 땅을 보아라. 땅이 꺼졌도다.’에서 ‘가라졌고’를 다른 분은 ‘가라앉고’의 대구 방언이라고 풀이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가라지다’는 ‘가려지다’라는 뜻이니까 ‘가려졌고’로 보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것이었죠. 뒤에 땅이 꺼졌다는 말이 나오니 ‘가라앉고’는 뜻이 겹친다는 말과 함께 말이지요.

 

그리고 김영랑이 지은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에 나오는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러오아’에서 ‘골붉은’은 보는 사람마다 풀이를 다르게 하는데 ‘살짝 붉은’이 가장 알맞은 풀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한가위 무렵에 드는 단풍이라면 제철보다 일찍 드는 단풍이니까 ‘올붉은’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옆에 계셨던 최창원 교수님께서도 그럴 듯하다고 하셨고 송희복 교수님께서도 좀 더 알아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낱말로 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그럴듯하다는 말씀까지 들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엿날(토요일)에는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에서 마련한 32째 말나눔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모임에서 정현기 교수님께서 ‘우리말 글쓰기의 한 줄기 흐름 얘기’라는 벼름소로 말씀해 주셨고, 김상천 선생님께서 ‘임화의 조선학 운동과 현실주의 언어관’이라는 벼름소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정현기 선생님께서 날마다 일기처럼 시를 쓰시는데 앞으로는 될 수 있으면 토박이말을 살려 쓰시겠다는 입다짐을 해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시’를 ‘노래말’이라고 풀어 놓으셨길래 저는 아이들한테 ‘시’는 줄글과 달리 가락이 느껴지는 글이니 ‘가락글’이라고 한다는 말씀을 드렸고, ‘연혁’을 ‘해적이’라고 하는데 ‘일기’는 ‘날적이’라고 하면 짜임새가 있을 거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김상천 선생님께서 해 주신 ‘임화’라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 ‘현실주의 언어관’에 따라 뭇사람들의 말을 챙겨야 한다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다만 그들의 말 가운데 잘못 쓰는 것을 바로잡거나 다듬는 일을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 가운데 나왔던 ‘작장면(炸醬麵)’에서 ‘자장면’이 되었고 뭇사람들은 ‘짜장면’이라고 하고 ‘짱께’라고도 한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 ‘짜장면’이 대중말(표준말)이 되기도 했지만 우리가 ‘우동’을 ‘가락국수’라고 하듯이 ‘자장면’은 ‘까망국수’라고 하고 ‘라면’은 ‘꼬불국수’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도 함께할 때 뜻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토박이말 ‘짜장’은 아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없이 된 것이 안타깝다는 제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서울로 가는 길에 기별을 주신 유민호 선생님과의 만남은 더욱 반가웠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을 만났다는 것도 기뻤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모자란 것을 채워주고 힘이 되어 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서로 그렇게 하기로 입다짐을 할 수 있어서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토박이말 놀배움 씨앗을 경기도 남양주에 뿌리고 가꾸어서 숲을 만들 수 있도록 힘껏 도와야겠습니다.

 

늘 갈모임(학회)에 가는 까닭이기도 하면서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몰랐던 것을 새로 알게 되는 기쁨이 아주 크다는 것입니다. 아침 일찍 나서서 다음 날 새벽에 와서 몸은 되지만 머리와 마음은 많은 것을 채운 보람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 ‘열없다’는 ‘좀 겸연쩍고 부끄럽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흔히 쓰는 ‘쪽팔린다’는 말을 자주 많이 쓰는데 때에 따라서는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자주 듣거나 보던 말인데 낯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송희복 교수님 말씀을 들을 때 정지용 님이 지은 ‘유리창’에 나온 것을 보고 짜장 반가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4352해 들겨울달 스무닷새 한날(2019년 11월 25일 월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