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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병사의 ‘베트남 전쟁 참상’에 대한 고백

서평 《미스터 넬슨, 당신은 사람을 죽였습니까?》
[맛있는 일본이야기 569]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쓰러진 병사에게 다다르자 라이플총을 땅에 내려놓고 한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엎어져 있는 병사의 몸을 돌려 위로 향하게 한 그때 나는 공포로 얼어붙었습니다. 내가 본 것은 얼굴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총탄에 얼굴이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나는 사람을 쏘았습니다. 너무도 쉽고 간단하여 아주 놀랐습니다. 이쪽에서 손가락을 조금 움직인 것뿐인데 저쪽에 있는 사람이 쓰러진 것입니다. 엄청난 피가 남자 몸에서 흘러나와 반짝반짝 빛나는 적갈색 핏물 구덩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시체 옆에서 토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사람을 죽이면 누구나 다 그래. 신경 쓸 필요 없어. 곧 익숙해질 테니 걱정하지마”

 

 

상관은 처음 사람을 죽이고 겁먹은 나를 향해 말했다. 이 이야기는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 병사 알렌 넬슨(Allen Nelson, 1947~2009)이 한 말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알렌은 그의 나이 18살에 미해병대에 입대하여 월남전에 파병, 13개월 동안 베트남에서 베트콩을 죽이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후 미국으로 귀환하여 무려 18년 동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베트남에서의 전쟁 이야기를 미국의 학생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고 1996년부터는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 철수 운동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그는 전쟁의 잔인함을 호소하고 평화를 지키자는 강의를 시작했다. 1년에 반 이상을 일본에 체류하면서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돌면서 무려 13년 동안 1,200여 회의 강의를 했다. 그리고 그는 《미스터 넬슨, 당신은 사람을 죽였습니까? - 베트남 귀환병이 전하는 실제 전쟁 - 》이라는 베트남 참전 실상을 책으로 남겼다.

 

알렌은 일본에서 강연할 때 많은 학생과 대화를 했다. 그때 학생들의 반응은,

 

“우리 할아버지도 시베리아로 출병을 했는데 그때의 일을 많이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적어도 사람을 죽었다는 것이니까,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할아버지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나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고2 학생-

 

“머리나 심장 등 즉사하지 않을 곳인 배를 노려서 고통을 주고 죽이다니 정말 최악이다. 최악 ! ” -초등6 학생-

 

등 실로 다양했다.

 

 

 

베트콩 소탕 작전을 위해 미국병사 알렌은 선량한 마을 주민들을 죽이고, 어린아이를 죽이고 여자와 노인들도 죽었다. 그가 죽인 사람이 얼마인지 그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한 동굴에서 만난 어린 임산부의 출산 모습을 목격하며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리고 미국의 가족으로부터 날라온 편지 속에 ‘흑인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백인에게 구타당했다는 잡지 기사’ 등을 보면서 ‘인권’에 대한 재인식을 하게 된 알렌은 그때까지 병사로서 대하던 베트남전을 한 인간의 처지에서 마주하게 된다.

 

“베트남 사람도 인간이다.”

 

알렌은 자신의 조국 미국이 ‘평화’를 내세우면서 베트남에 건너와 수많은 죄 없는 베트남인을 전쟁의 참화에 빠져들게 한 것을 깊이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전쟁에서 평화가 나오는 일은 절대 없다”라는 신념을 전하는 전도사로 탈바꿈한 인생을 살게 된다.

 

《미스터 넬슨, 당신은 사람을 죽였습니까? - 베트남 귀환병이 전하는 실제 전쟁 - 》는 일본어판이다. 이를 한국어로 출간하게 된 계기를 코센보 (光闡寺)의 사노 아키히로(佐野明弘) 주지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준 고통에 대하여 사죄하고자 하는 마음과 알렌 씨의 이야기를 통해 한일 양국이 좋은 관계를 맺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전쟁에 대한 진정한 사죄를 아직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알렌 씨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본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집단으로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말에 공감합니다. 이 책을 통해 한일간에 많은 사람의 교류가 깊어지길 바랍니다.”

 

 

18살의 청년 알렌 넬슨이 겪은 베트남 전쟁의 참상은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보다 몇십, 몇백 배 잔악했는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과거 일제침략기 일 제국주의에 의해 겪은 한국인들의 고통 또한 몇 줄의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사노 아키히로 주지 스님의 말처럼, 고통의 깊이를 알려고 하는 자세, 반성하는 자세는 ‘모든 일의 근원을 이해하는 작업’의 시작임은 틀림없다.

 

《미스터 넬슨 당신은 사람을 죽였습니까?》 는 일본어판 책으로 한국어 번역은 황옥주 씨가 맡았고 도다이쿠코 작가가 편집했으며 도서출판 토향에서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