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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오순택의 ‘가주타령’, 마당놀이 형식의 창작극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 506]

[우리문화신문=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  지난주에는 <한국음악무용예술단>이 학교방문 공연 외에도 특별 공연을 통해 재미동포와 미 주류사회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L.A 올림픽의 예술축제와 폐막 공연, 인갈스 오디토리움(Ingalls Auditorium)에서의 <아시아 태평양 무용축제>, <와츠타워 훼스티발(Watts Tower Festival)>, <할리웃 보울 한국음악 훼스티발(Hollywood Bowl Korean Music Festival)>, LA 다져스 스타디엄(LA Dodger Stadium)과 캘럭시 축구장(LA Galaxy Soccer Stadium)공연,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의 날-Korea Festival> 참가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L.A에 거주하고 있는 재미동포 문화예술인들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결집시키기 위한 <연합회>의 조직과 문화예술이나 구성, 또는 그 활동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미국의 영화나 연극 분야에서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해 오고 있던 오순택은 김동석과 함께 미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연극 무대, 곧 마당놀이 형식의 연극을 영어로 표현하여 미 주류사회에 공연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계통의 젊은 영화인, 연극인, 극작가들이 합세하기 시작하였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아시아계의 영화인이나, 연극인들이 중심을 이루는 <공연예술인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이 모임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공연이 오순택이 쓴 ‘가주타령’이라는 작품이었다. 국악이 함께하는 마당놀이 형식의 연극으로 미주 내에 사는 아시아인들이 당하는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룬 내용이다. 곧 이민자가 당하는 불평등, 또는 미 주류사회와의 갈등문제 등, 미국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일 들을 제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나, 그리고 우리는 누구인가?, 가족 간이나 세대 간의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또한 무엇인가 등, 많은 사회성을 가진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연극이다.

 

김동석의 말이다.

 

“이 연극에서 저는 배경음악과 국악연주를 곁들인 공연을 준비하면서 출연 배우들에게 한국 춤사위라든가, 사물놀이 장단의 이해, 실제의 타악기 다루는 법, 그리고 우리식으로 노래 부르는 방법 등을 지도해 주었지요.

 

다행한 것은 참여 구성원들이 열성을 다한 결과여서 몇 달 뒤, 헐리웃에 있는 모 극장에서 오랫동안 주말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아시아계 현역 배우들과 배우 지망생들이 모여서 만든 처음의 작품이었는데, 이 한국적인 마당극 형식의 풍자극이 미 주류사회에서 호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임에 참석하여 공연을 같이한 배우들 가운데는 한국계 배우로 유명해진 죤 조, 마지막 황제에 주연한 중국계 배우 죤 롱, 을 비롯하여 할리웃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아시아계 배우들이 있고, 극작가들이 있지요. 아시아계 배우들이 설 무대가 많지 않은 남가주에 이들 영화, 연극계 종사자들이 참석하여 공연 무대를 확대하였다는 점은 높게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

 

그 뒤로도 ‘가주타령’은 또 다른 시리즈를 만들어 마당놀이 형태의 놀이극으로 해마다 무대에 올려졌다고 한다. 한국인 영화예술인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커다란 공헌을 해 온 오순택은 얼마 전에 세상을 떴다고 전해지는데, 먼 이국땅에서 우리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에게 용기와 꿈을 심어 주며 늘 깨어있던 그를 예술인 모두가 기억해 주리라 믿는다.

 

2000년 1월에는 <문화예술총연합회>가 탄생하였다. 당시, 남가주 교포들의 예술단체는 모두 12개로 각각의 전공인들이 협회를 구성, 개별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을 뿐, 모든 문화예술인의 꿈인 연합회의 구성은 요원하게 생각해 오고 있었다. 참고로 12개 단체의 명칭을 보면, 시인협회를 비롯하여 미술, 음악가, 무용가, 연극, 볼룸댄스, 다도, 서예, 영화, 수필, 사진, 크리스찬 문협, 시각디자인, 국악 등이다.

 

김동석은 각각의 예술단체를 하나의 기구로 조직하여 <문예총>이라는 기구를 만들고 초대 회장으로 피선되었으며 이사 겸 고문으로 정의식 외 10여 명을 위촉, 예술인들의 단합된 모임을 만든 것이다.

 

 

 

남의 나라에 이민 가서 생활하며 운 좋게 전공분야에서 활동하며 살아간다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 하겠다. 특히 전통분야의 관련 예술인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생활을 위해서는 주전공 분야를 고집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하고, 또한 전공분야에 소홀히 해왔던 것도 피할 수 없었던 사정이었다. 그러나 연합회를 조직하고 이를 근거로 단합하면서 각자의 활동범위를 차츰 넓혀 나가게 된 기회를 얻기 시작한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회원의 목메인 절규이다.

 

“지금까지도 이렇게 많은 예술인이 한데 모인 일이 없었습니다. 협회별로 형식적인 활동은 이어졌으나, 한국의 예총과 같은 성격의 일은 불가능했었지요. 그러나 이제부터는 우리도 힘을 모아 더 크고 보람된 활동으로 동포와 미국의 주류사회를 향해 전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