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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거시기들이 맨몸으로 나라 지키다

선인의 노고에 감사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호국보훈의 달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6월호 펴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키는 n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6월호를 펴냈다. 6월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쓴 사람들의 공훈에 보답하는 달로 조선의 선인들도 인재 양성, 군비 증강, 무기 개량, 전략ㆍ전술의 개발 등에 갖가지 노력을 쏟았다. 이번 호에서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한 선인들의 귀갑선 건조, 무예, 군사 복식, 무관의 일기 속 이야기 등 다양한 사연과 노력을 알아보고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한다.

 

왜적을 채용하여 검술을 익히고 기록하다

 

허인욱 박사의 [무예를 익혀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에서는 임진왜란 중에 명의 무예와 일본의 검술을 익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 조선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큰 변란이 없던 조선에서는 병사들에게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않아 임진왜란 초기 일본과의 근접전에서 속수무책으로 계속 밀리는 상황이 되었다. 조선은 왜구를 막는데 효과적인 척계광의 《기효신서(紀效新書)》를 받아들였고, 낙상지(駱尙志)와 같은 명나라 장수들에게 가르침을 청해 군사를 훈련했으며, 무예훈련을 전담하는 훈련도감(訓鍊都監)을 만들어 당장 전장에서 쓸 수 있는 무기술 위주 훈련도 했다.

 

《선조실록》의 선조 25년(1592) 10월의 기록에서 선조는 적국인 일본의 총술과 검술, 무기까지도 습득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에 항복한 항왜인들에게 군직을 주고 급료를 주면서까지 총과 검을 만들게 하고 검술과 총술을 가르치게 했다. 특히 “적국의 기술은 곧 우리의 기술이다. 그들을 얕보거나 무시하지 말고 착실히 익히라”라는 선조의 비망기에서 나라를 위해 자존심도 굽힌 임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익힌 무예들을 우리 것으로 만들고 공유하기 위해 각종 무예서를 남기는 일도 계속했다. 《무예제보(武藝諸譜)》및 《무예제보》에서 빠진 무예를 모아 광해군 2년(1610)에 《무예제보번역속집(武藝諸譜飜譯續集)》을 펴냈다. 무예서의 발간은 영조와 정조대에도 이어진다. 영조 35년(1759)에는 사도세자에 의해 18가지 기예가 정리된 《무예신보(武藝新譜)》와 정조 14년(1790)에 《무예신보》를 증보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가 그것이다. 한문에 능숙하지 못한 이들이어도 누구나 배울 수 있게 《무예제보번역속집》을 한글로 펴내기도 했다.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철저히 실용의 태도였다.

 

 

 

열악한 군수물자와 더위로 인해 졌어도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 전투

 

권병훈 대표는 [등투구 유물로 보는 조선 말기 군사 복식 이야기]에서 소장 중인 등투구(藤兜牟)와 면제배갑을 통해 고종 때 열강의 침략을 대비하던 조선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중국 남부지역 및 베트남에서도 사용하는 등투구는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하여 철갑은 무겁고 잘 부식되어 그 지역 전쟁에서는 적합하지 않아 시원하고 가벼우며 방어력이 있는 대체품인 등나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말기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여러 열강의 침입이 노골화되자 방비책을 강구하기 위하여 군복에도 개혁을 시도했다.

 

무명 12겹을 겹쳐 만든 면제배갑(綿製背甲)은 조총 탄환을 막을 수 있고, 가슴, 어깨, 배 정도를 가려주는 배자와 유사한 형상이었다. 이 면제배갑과 함께 여름철에는 등투구를 쓰고 훈련에 임했다고 한다. 더운 여름, 무명 12겹을 겹친 면제배갑을 입은 군사들이 코피를 쏟았다는 기록이 있다. 군사들은 얼마나 덥고 훈련이 괴로웠을까? 그때 무더운 햇빛을 가려주고 머리를 보호해 주는 등투구가 훈련 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전투였던 신미양요(辛未洋擾) 때는 신식 소총으로 무장한 미군의 공격에는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전쟁에 패하고 암울했던 시기의 이야기이지만 조선의 병사들은 군사력 열세라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투항하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다.

 

 

 

임금이 신뢰하는 무관이 되었지만

그에게도 취준생 시절 웃픈 사연이 있다

 

권숯돌 작가의 [이달의 일기-김일병에게]에서는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 속 노상추(盧尙樞)의 무과 도전기를 만화로 소개한다. 그가 무관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 무관이 되려던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랴부랴 한양에 당도하여 첫 무과 시험을 치렀으나 낙방하여 슬퍼하기보다는 임금의 행차를 만나 용안을 보게 되어 행복해하는 모습이나, 선배로부터 잘못된 족보 정보를 들어 전혀 다른 공부를 해온 노상추가 무관의 필기시험인 강서시험 벼락치기를 하는 모습 등 우여곡절이 많은 과거시험 합격기를 만나볼 수 있다.

 

만약 칠전팔기의 무관 노상추가 2021년 현재 한국군 김 아무개 일병을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까? 우리의 상상에 맡겨본다.

 

 

 

수많은 거시기들이 맨몸으로 지켜낸 나라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미디어로 본 역사 이야기-그럼 누가 합니까]에서 앞서 싸운 전쟁영웅들에 못지않게, 뒤에서 질곡의 세월을 버텨온 수많은 평범한 사람을 조명하는 기록이나 증언이 적어 안타깝다고 전한다.

 

군번도 계급도 없는 6.25 전쟁의 숨은 영웅 ‘지게부대’는 끊임없이 지게에 탄약 같은 군수물자를 맨몸으로 실어 날랐다. 부대원이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공식 참전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아쉽다. 영화 속에서나마 상상력이 덧입혀져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뿐이다. 영화 <황산벌>에서 잡초 같은 생명력을 자랑하는 ‘거시기’와, <명량>에서 “후손 아그들이 우리가 이라고 개고생한 걸 알까”라고 읊조리던 ‘수군’이 그 무명인들의 대표이다.

 

작가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속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유관순의 감방동기로 등장하는 수원 기생 김향화는 실존 인물로 수원권번의 기생 33인은 김향화를 중심으로 3.1 만세운동을 벌이고 투옥되었다. 이들 뿐 아니라 전국의 기생들은 만세운동을 주도했고 갖은 고초를 겪었다. 이름이 남겨졌든 아니든 그들의 발자취가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무판에 새긴 이름, 편액]에서는 간재(艮齋) 이덕홍(李德弘, 1541~1596)의 학문을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영주시 평은면 천본리에 있는 오계서원의 편액을 소개한다. ‘청백리(淸白吏)’로 뽑히기도 했던 이덕홍은 귀갑선(龜甲船)을 설계한 인물이다. 오계서원은 1570년(선조 3) 이덕홍이 세운 오계정사의 후신이다. 학문에만 뛰어난 선비가 아니라 뛰어난 전술을 펼칠 수 있는 귀갑선을 설계하여 국력을 강화하려 했던 이덕홍의 노력을 보며 나라사랑의 실천을 마음에 새길 수 있다.

 

[스토리이슈]에서는 제2회 전통 기록문화 활용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진행 소식을 전한다. 작년 제1회 수상자들의 시나리오 가운데 3편은 영화사와의 계약이 오고가고 있다. 공모 시나리오의 내용은 ‘사극’ 및 전통에 기반한 다양한 형식 및 내용으로 구성한 시나리오이다. 단, 시대만 빌려온 ‘순수한 역사 판타지 분야’가 아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영화 제작이 가능한 완성 시나리오여야 한다. 접수 기간은 2021년 10월 4일(월)에서 10월 13일(수) 16시까지이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조경란 박사는 “이름이나 기록을 남기지 못한 채 임진왜란의 전장에서, 신미양요와 병인양요의 전장에서, 그리고 수많은 전장에서 사라진 이들이 더 많다”라고 언급하며 그들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다면 “‘그럼 누가합니까?’라고 되물었을 것”이라며 선인들의 ‘나라 지키려는 같은 마음’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한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8권을 기반으로 한 6,10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