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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쩌자고 객지에서

소가 살림 차리었소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말아먹고 털어먹고

 

꼴라당 불알 두 쪽만

덜렁덜렁 남은 양반

 

배짱 좋고 재주 좋다 과연 내 서방이요

 

그 재주 글공부하여 장원급제하였으면 꾀꼬리빛 앵삼에다 어사화 눌러쓰고, 죽령 넘어 금의환향 동네 어귀 물푸레나무에 큰절하고 삼일유가(三日遊街), 으쓱이고 들썩이며 석삼일을 들고나며 고을자랑 가문자랑 소원풀이 하렸더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

 

생원시

추풍낙엽에

첩살림이 웬말인고

 

 

 

 

< 해설 >

 

참말, 이놈의 영감, 집 떠나 첩살림 차렸다는 소문에 와 보니 어처구니없다. 장원급제하여 어사화 눌러쓰고, 으쓱이고 들썩이며 금의환향하여 덩그런 집에서 가문자랑, 고을자랑, 호의호식하는 꿈은 애초에 꾸지 않았다.

 

날이면 날마다 기생방으로 곁눈질로 지고 새던 양반이 과거급제는 무슨 허망한 꿈일런가. 그러니 사랑방에 들앉아 조상님 주신 재산이나 보전하며 자식들 굶기지만 않았어도 괜찮았을 터였지만, 불알 두 쪽만 덜렁 남은 노인, 죽을 날만 기다리니, 조상님 뵐 면목은커녕, 관 짤 살림도 없으니 이를 어쩔꼬? 어찌할꼬?

 

작은어미 네년도 지지로도 복 없구나. 이런 영감을 서방이라고 살날을 기다린들 무슨 영화를 볼 것인가. 같은 여자로서 가련하고 가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