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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백제음악 수제천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81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4월 6일( 저녁 7시 30분 백제음악 ‘수제천’을 들었습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올해 정기공연으로 가곡 ‘태평가’, ‘영산회상’, ‘해령(解令)’과 함께 <정악사색(正樂四色)>을 선보인 것입니다. 특이 이 가운데 더욱 관심을 끈 것은 ‘수제천(壽齊天)’이었는데 이 음악은 서양 악기의 박자를 측정하는 메트로놈이란 기계로도 측정하기조차 힘들어 인간의 일상적인 감각을 크게 초월해 있다는 음악이지요.

 

 

‘수제천(壽齊天)’은 ‘빗가락정읍’이라고도 부르는 백제 노래 ‘정읍사’인데 조선 중기 이후 노래는 없어지고 관악 합주 형태로 남아 있는 음악입니다. 이날 공연에서 ‘수제천’을 듣는 내내 귀에 잘 들어오는 것은 주선율 피리 소리였습니다. 그 작은 악기들에서 들려오는 ‘앵앵앵’하는 소리는 예악당을 꽉 메우고 남는 것은 물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잔향이 오래도록 남았지요. 모든 국악에 반주악기로 쓰이는 장구는 단 한 대로도 ‘수제천’에서 전혀 위축됨이 없이 담백한 소리를 내 강력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느려터진 음악에도 아무도 긴장을 늦추는 청중은 없었지요. 다만, 음악의 끝을 알리는 집박 소리에 깜짝 놀랄 뿐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느린 음악이 있을까? 하지만, 이 ‘수제천’을 프랑스 파리에서 연주했을 때 이 음악을 처음 들은 프랑스 청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빠른 것에 익숙한 그리고 호흡이 짧은 이 시대 조급하게 사는 우리에게 ‘수제천’이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