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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구이원'을 누빈 고조선 사람들을 보라

고조선 역사대하소설 《구이원(九夷原)》, 무곡성, 삼현미디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고조선, 고구려 시대 우리의 활동 무대였던 구이원(九夷原) - 캄차카반도에서 곤륜산맥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 –을 잃어버린 것은 애석하나 고향을 잃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경계하며 옛 선조의 기상과 포부를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이는 고조선 역사대하소설 《구이원(九夷原)》 서문에 나오는 작가 무곡성의 집필 의도다.

 

얼마 전 신문사로 소설 《구이원(九夷原)》 제1권에서 5권까지 5권이 배달되어왔었다. 사실 나는 소설을 서평의 대상으로 쓴 적이 없고, 더구나 한꺼번에 5권이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조선 역사대하소설’이란 장르에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고, 별로 어렵지 않게 5권 읽기를 끝냈다.

 

 

소설의 시작에는 “하늘이 처음 열리고”란 서곡 같은 글이 있었다. 여기엔 “그동안 구이원의 주인 배달국, 조선은 수천 년 동안 은성하며 태평성대를 누리었고 가달의 무리는 전혀 보이질 않아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러나 마도의 무리는 절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무리가 불어나 죽은 가달마황을 신으로 받드는 가달마교를 조직하여 세상 사람들의 정신이 타락해질 때마다 숨어들어와 세상을 차지하려고 넘보고 있었다. 삼신교가 문란해진 조선 마지막 47대 고열가 단제 시기에 조선은 열국시대에 접어들었고, 가달마교의 세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조선 열국 선협(仙俠 – 협객)들의 이야기다.”

 

이 내용을 보면 소설 전편의 대강이 떠오른다. 우선 소설 5권의 전편에는 모백, 두만, 목맹후, 언륵, 해모수, 신녀, 중양정사, 창해신검 여홍, 상도, 발해어부 같은 선협 영웅들이 명멸한다. 구이원이란 광활한 땅을 칭기즈칸처럼 한두 사람의 영웅이 좌지우지한 것이 아니라 가달마교의 세력을 물리치고, 구이원 땅과 조선 백성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사람의 열망이 빛을 발한 것이다.

 

더구나 그 선협들도 미천한 출신이거나 성주의 아들었지만, 악의 세력에게 부모를 잃고 천애 고아가 된 예도 있었다. 특히 5권 전체에서 가장 뚜렷하게 족적을 남기는 선협이 창해신검 여홍이다. 그는 처음 등장할 때 ‘올해 열네 살의 여홍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매가성 밖 산 아래 작은 초막에 살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보잘것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소설이 진전되면서 본인의 의지와 깨달음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영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 점이 바로 환웅천왕이 뜻한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의 세상일 것이다. 또 그런 설정이 이 소설의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렇지 않고 단순히 한 사람의 영웅으로 소설을 이끌어 간다면 일반 영웅 무협소설과 다를 게 없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렇다면 굳이 내가 서평까지 써야 할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독자에게 친절한 면을 보인다. 무협소설을 처음 읽는 이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십검수일(十劍守一)‘ 곧 열 개의 검이 몸 하나를 지킴, ’일검수혼(一劍收魂)‘ 곧 일검으로 혼을 거두어 들임, ‘삼권양각(參拳兩脚)’ 곧 두 번의 발길질과 세 차례의 주먹을 섞어 공격하는 술법 등이다.

 

다만, 이 소설에 약간의 빈틈은 보인다. 독자에게 친절한 나머지 비통, 화사한, 양잠, 복식과 같이 흔히 접하는 낱말까지 설명을 달아 약간의 지루함을 드러낸 점이다.

 

하지만, 그런 작은 문제가 이 소설의 훌륭함을 깎아내릴 정도는 되지 못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우리의 상고사를 왜곡한 식민사관은 물론 한복도 자기네 것이라며 왜곡을 일삼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때 고조선 역사대하소설 《구이원(九夷原)》이야 말로 오늘 우리에게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를 바로 잡게해주는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동이(東夷)족의 국가들이 ‘중원 대륙’에 엄연히 존재하였다

대하소설 《구이원》 작가 무곡성 대담

 

 

- 어떤 생각으로 《구이원》을 쓰게 되었나?

 

”먼저 제목 ‘구이원(九夷原)’에 대해 설명하겠다. 구이원은 필자가 만든 신조어(新造語)로 상고시대 배달국, 고조선 연방을 지칭하며 캄차카반도에서 연해주 요동 요서 하북성 북부 산서성 북부 흉노 곤륜산까지를 가리킨다. 곧, 구이원은 ‘구이인(九夷人) 곧 고조선 사람들의 문화발상지’다. 화하인(華夏人, 중국인)은 자기들이 있는 곳을 중원이라 하고, 그 주변을 오랑캐라고 비하(卑下)해 왔지만, 고구려 벽화와 홍산문화의 유물 등으로, 우리가 화하족보다 뛰어난 고도의 문명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구이원》은 잃어버린 우리의 상고사를 돌아보기 위하여 쓴 소설이다. 춘추전국시대까지 동이(東夷)족의 국가들이 ‘중원 대륙’에 엄연히 존재하였음을 알리고 싶었다.“

 

- 《구이원》을 쓰려면 조선 상고사를 통달하여야 하고 무예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 참고한 문헌은 무엇이며, 어떻게 자료를 확보했나?

 

”실제 나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무예에 대해 깊이 아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조선상고사》(신채호), 《조선상고문화사(신채호)》, 《조선사연구》(정인보), 《삼국유사》, 《삼국사기》, 《대종교경전》, 《규원사화》, 《부도지》, 《동경대전》 《사기》, 《춘추》, 《서경》, 《여씨춘추》, 《산해경》, 《열국지》, 《동이고국사》 등을 섭렵했고 국립중앙도서관의 고대사 관련 자료를 참고하였다.“

 

- 《구이원》 전편의 중심인물이 ‘창해신검 여홍’ 인가? 그리고 여홍이 실제 인물인가?

 

”중심인물은 창해신검 여홍으로 실제 역사에는 ‘창해역사’로 나온다. ‘창해역사’는 장량의 부탁으로 박랑사에서 120근 철퇴를 써서 진시황의 마차를 박살내고 시황의 암살을 시도한 협객이다. ‘가달’은 대종교 경전에 나오는 용어로 참이 아닌 거짓, 망상, 헛된 것 등을 의미한다. 소설 《구이원》은 우리 인간의 마음의 적인 가달과 싸우는 구도(求道)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 《구이원》에는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데 그럴 필요가 있었나?

 

”고조선은 넒은 땅에 수많은 거수국을 거느린 연방국가였다. 여기서 거수국들은 처한 자연환경이  다르기에 생활의 모습, 관습법 등이 달랐다. 이 때문에 단군조선은 거수국에게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했다. 그 거수국들에 동호, 흉노, 번한, 오가, 동예, 읍루, 북옥저, 동옥저, 마한, 낙랑 등이 있는데 이 나라들의 이야기를 꾸미다 보니 등장인물도 자연 많아졌다.“

 

저자 무곡성과 대담하면서 그가 우리 상고사를 회복해야 한다는 열망이 큼을 느꼈다. 소설이 무협 장르가 되었지만, 본인이 무협소설 전문 작가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만, 자신이 한번 길을 트면 많은 무협 소설가가 나서서 조선 상고사를 대상으로 무협소설을 쓸 것으로 생각했으며, 그 결과 우리 겨레가 왜곡된 상고사에서 빠져나와 고조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것으로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