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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었던, 그러나 이제 일상이지 않은...

국립민속박물관, 이창호 기증 아카이브 자료집 《일상, 아카이브가 되다》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민속아카이브 자료의 값어치를 조명하고 기증문화를 활성화하고자 아카이브 자료집 《일상, 아카이브가 되다》를 펴냈다. 이번 자료집은 사진가 이창호가 기증한 24,501점의 사진 가운데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우리 주변에 소소하지만 사라져가는 일상을 포착한 155점을 골라 수록한 것이다.

 

 

□ 잊힌 일상과 만나다

‘일상적’이란 날마다 볼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흔한 것’이다. 그런데, 이 흔한 것들이 급격한 사회적 변화속에서 뒤로 밀려 더 이상 흔하지 않은 것들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집마다 설치된 세탁기가 당연한 오늘날, 마을 공동 빨래터란 누구에게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풍경일 수 있다. 골목 어귀에서 뛰놀던 동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방과 후에 다녀야 하는 각종 학원에 넘겨준 지 오래다. 설과 한가위가 되면 붉은 플라스틱 함지를 들고 길게 줄을 늘어서던 방앗간의 수증기 가득한 바쁜 움직임도, 홍콩 영화광의 기대를 자극하던 담벼락의 단관 극장 영화 포스터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시대와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진 우리의 일상은 간혹 ‘나때는 말야~’로 시작하는 잔소리의 소재 ‘즈음’으로 치부되지만, 엄연한 우리 삶의 흔적이다. 사진가 이창호의 사진은 일상이었던, 그러나 이제 일상이지 않은 그 모습을 멈추어 담아 오늘날 우리에게 내놓는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서 켜켜이 쌓이다 보면, 오늘날 우리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 될 수 있다. 자료집의 사진 한 장, 한 장을 꼼꼼히 보고 있노라면 7080세대들에게는 일상의 추억과 기억의 현장을, MZ세대들에게는 호기심 가득한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일상에 관한 관심을 담다

기증자인 이창호는 오랫동안 출판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일상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천착하였고, 민속문화에도 지대한 관심을 두고 활동을 이어간 사진가이다. 그는 작가로서의 개인적인 활동이나 출판사진가로서 작업의 소재를 대개 주변의 일상에서 찾고자 하였다. 특히, 그는 변해 잊혀가는 생활상과 원형을 잃어가는 전통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에게 카메라의 파인더를 일상과 민속문화에 집중하게 하였다고 회고한다.

 

□ 어제의 일상, 오늘의 기록

아카이브 기증 자료집 《일상, 아카이브가 되다》는 이창호 작가의 주요 사진을 중심으로 일상 기록이 아카이브 자료로써 어떤 값어치가 있는 주목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는 사진가로 성장하고 정체성이 확립되어 가던 시기에 촬영한 주요 사진을 소개하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시간과 공간으로 세부 주제를 나눠 지나간 우리의 일상의 단면을 통해 삶의 기록을 확인해보고자 하였다.

 

 

 

자료집에는 아카이브 자료의 값어치를 알 수 있는 사진의 맥락적 정보도 풍성하게 제시하였다. 개인의 사진 수집품을 기록물관리사(archivist)가 어떻게 정리하는지를 다양한 예시와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기증자가 어떤 생각과 관점으로 사진을 기록했는지를 사진 자료와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하여 수록하였다. 또한, 사진가와 기증과정을 소개한 글, 기증 사진의 양적ㆍ질적 특징을 각각 설명한 논고도 볼 수 있다.

 

기록물관리사의 원문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 <발간자료원문검색> 서비스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고, 책에 소개되지 않은 기증 사진은 <민속아카이브 검색>과 <민속아카이브 컬렉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