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구름조금동두천 20.2℃
  • 구름많음강릉 24.2℃
  • 구름많음서울 20.0℃
  • 구름많음대전 21.9℃
  • 구름많음대구 22.3℃
  • 구름많음울산 22.9℃
  • 구름조금광주 22.5℃
  • 구름조금부산 21.9℃
  • 구름많음고창 ℃
  • 맑음제주 22.9℃
  • 구름조금강화 20.2℃
  • 구름조금보은 20.0℃
  • 구름조금금산 21.5℃
  • 맑음강진군 23.2℃
  • 구름조금경주시 23.0℃
  • 구름조금거제 22.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아버지의 사랑, 100인의 기억으로 만나다

가정의 달 기림, 국립민속박물관 사랑 특별전 《아버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직무대리 윤도식)은 2024년 4월 30일(화)부터 7월 15일(월)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특별전 《아버지》를 연다. 가정의 달을 기려 마련된 특별전으로 ‘아버지의 가족 사랑’을 주제로 한 전시다. 전시에는 일반 시민 100여 명이 참여하여 사연과 사진, 이야기, 물건 등을 공개하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나눈다. 또한 아버지 정약용의 마음을 담은 하피(첩霞帔)帖과 아버지 김교철(金敎哲)이 1934년 아이를 위해 천 명의 글자를 받아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 등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소장품과 자료 등 150여 점을 소개한다.

 

 

□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아빠들은 다르다”

요즘 아빠들은 가사와 육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54,240명으로, 전년보다 28.5%(12,043명) 늘었으며, 전체 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남성의 육아휴직 문화가 확산하고, 저출산 해결 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히게 되면서 정부에서는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요즘 젊은 세대는 다정하게 소통하는 친구 같은 아빠들이 많아졌으며, 전시를 통해 아 가사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슈퍼맨형 아빠도 등장했다. 아버지들의 변화하는 모습과, 변화 속에서도 늘 우리 곁에 존재해온 아버지의 사랑을 되돌아볼 수 있다.

 

□ 조선시대 아버지의 속정

권위적이고 엄격했으리라고만 짐작했던 그 시절 아버지들도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자상하고 따뜻했다. 아버지 정약용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자식에 대한 애틋함을 글로 전했다.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1810년 전라도 강진의 유배지에서 부인 홍씨가 보낸 노을 빛깔의 치마를 잘라, 자식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내용들을 적어 서첩을 만들었다. ‘노을처럼 붉은 치마로 만든 서첩’이라는 의미의 하피첩(霞帔帖)은 2010년 보물로 지정된 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전의 특별전시를 놓친 관람객이라면 다시 한번 만나 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안전한 보존 관리를 위해 원본은 2주 동안(4.30.~5.13.)만 공개된다.

 

 

 

이 밖에도 천 명이 한 글자씩, 천 개의 글자를 써서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도 전시된다. 천인천자문은 천 명의 지혜가 아이에게 전해져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 명의 지인에게 한 글자씩 부탁하여 받아 만든 책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천인천자문은 김교(철金敎)哲이 1934년 2월 8일, 그의 아들 정옥(正沃)의 돌을 기려 만든 책이다. 단 하나의 글자를 부탁하려 천 명의 지인을 찾아가는 아버지의 정성을 떠올리게 하는 소장품이다.

 

□ 할 말은 없으나, 들을 말은 많은 아버지

전시에는 대담 참여자를 합쳐 모두 144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라는 질문에. 처음에는 “할 말이 없다”라고 대꾸했지만, 정작 아버지와 관련한 기억, 물건들을 묻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참여자들이 말하는 아버지는 말이 없었고, 일하느라 집에 없었으며, 흔한 우리 가족 사진 속에도 없었다. 아버지는 가족을 지켜내려는 마음으로 집 밖 일터에 있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속의 아이들을 찍어 주느라, 사진 밖에 있었다. “할 말이 없다”로 시작했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었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빠가 항암치료로 듬성듬성해진 머리카락을 감추고자 딸 결혼식에 쓰셨던 모자입니다.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하기 위해 여러 날 힘겹게 걷는 연습을 하셨던 아빠가 생각납니다.”라며 내어준 아버지의 모자

 

“비가 오면 고추장떡이나 수제비를, 일요일에는 김치볶음밥이나 부대찌개를 해주셨습니다. 그 맛이 아직 생생한데, 다시는 맛볼 수 없어서 아쉬워요. 그때를 추억하며 어설프게나마 아빠의 조리법을 흉내 내 봅니다” 아버지의 레시피 수첩

 

“사랑한다는 말도 아까운 내 아들”이라고 군에 간 아들에게 그리운 마음을 절절하게 쓴 아버지의 편지

 

“최선을 다하는 습관과 부지런함, 절대로 좌절하지 않는 집념, 아빠가 너에게 물려주려는 재산이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아빠인 내가 실천으로 보여야지”라고 다짐하는 아버지의 일기

 

“아버지가 전쟁통에 가지고 다니셨던 숟가락을 제가 미국으로 갈 때 복제해서 물려주셨어요. 그 덕분에 30여 년간 잘 살고 있습니다”라며 건네준 숟가락 두 개

 

 

 

 

 

 

□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해”

이번 전시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사람을 향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기획한 전시이다. 100여 명의 사람들이 누군가는 이야기로, 혹은 사진이나 물건으로, 자신의 사연을 담은 참여 전시다. 우리는 늘 우리 곁에 존재해 온 아버지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해서 무심했는지 모른다. 전시를 통해 아버지를 돌아보며, 사랑이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아버지의 묵묵한 사랑을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 오늘은 아버지께 닭다리를 양보하세요

퇴근길 아버지가 사 오셨던 통닭을 기억하는 참여자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가정의 달 5월을 기념한 특별전이니만큼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통닭’ 잔치도 진행한다. 5월 1일부터 5월 19일까지 <아버지> 전시를 관람한 뒤,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 전시 자료, 내가 닮고 싶은 아버지(어머니)의 모습 등 전시 관람을 인증하는 게시물을 개인 누리소통망(SNS)에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추첨을 통해 통닭 선물 교환권을 준다. 5월의 좋은 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아버지》전시를 관람하며 따뜻한 추억을 더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