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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 3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날개까지 오동통 살이 올랐습니다. 엄마는 까돌이의 통통해진 모습을 보며 걱정을 합니다. 까돌이는 은행나무 꼭대기 집으로 날아오르는 것도 힘들어 헉헉댑니다. 아빠와 엄마의 날개를 붙잡고 오르며 꾀를 부리는 까돌이는 뚱보까치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아빠도 날개가 점점 무거워 진다고 합니다. 엄마는 벌레를 먹고 살아야 하는 까치가 사람들이 먹는 음식만 먹어서 그런 거랍니다. 엄마는 하루에 세 번씩 놀이동산 날아다니기 운동을 하자며 아빠와 까돌이를 들볶습니다. 그런데 큰일이 났습니다. 아빠가 덜컥 병이 났습니다. 며칠째 배가 아프다며 깍깍 거립니다. 엄마는 아빠가 사람이 먹는 음식만 먹어서 배탈이 난 것이랍니다.

며칠째 깍깍 앓던 아빠는 몸이 뼈만 남게 홀쭉해졌습니다. 입맛을 잃어버린 아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아빠가 드디어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엄마에게 죽기 전에 실지렁이 같은 벌레나 실컷 먹어봤으면, 애원을 했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이대로 두었다가는 아빠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까돌이에게 아빠 병간호를 부탁하고 벌레를 잡으러 농촌으로 갔습니다. 매일 아침에 나가면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매일매일 잡아온 벌레를 아빠에게 먹였습니다.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

매일 벌레를 먹은 아빠는 차츰 차츰 기운이 살아났습니다. 아빠는 하루에 벌레 한두 마리를 먹고 살아도 좋으니까 시골로 다시 이사를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도 까돌이를 위해서라도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게 좋다며 찬성을 했습니다. 까돌이가 점점 날갯짓을 못할 만큼 되똥거리니 큰일이랍니다.

“그런데 사람들 입맛으로 식성이 바꾸어진 까돌이가 걱정이야. 내가 빨리 기운을 차려서 이사 갈 곳을 찾아보아야할 텐데…….”

아빠는 혼잣말처럼 깍깍 거렸습니다.

“여보, 까돌이아빠, 요즘은 친환경,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 많아졌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건강을 생각하는 도시 사람들이 유기농채소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데요.”

“그게 정말이야?”

“그래요. 내가 벌레 잡으러 시골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반가운 소식이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으면 지렁이도 살고, 메뚜기도 살고, 예전처럼 벌레들이 우굴 우굴 살아나지. 그렇게만 되면 우리 새들이 먹고 사는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까돌이아빠, 내가요 요즘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곳을 알아보고 다니는 중이거든요.”

“까돌이엄마가 나 때문에 고생을 하네.”

“그게 왜 당신 때문이어요? 사람들이 농약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자연생태계를 오염시키고 파괴시킨 탓이지요.”

아빠와 엄마는 요즘 얼마나 다정한지 모릅니다. 놀이동산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아빠만 보면 깍깍거리던 엄마가 확, 달라졌습니다. 아빠가 죽다 살아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

“까돌이 건강도 생각하고 새로 태어날 아가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게 좋겠어.”

아빠는 시골로 이사 갈 생각에 들떠 있습니다. 엄마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이살 갈 곳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드디어 엄마가 이사 갈 곳을 찾았나 봅니다. 아마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곳을 알아냈나 봅니다. 아주 신바람이 깍깍 거립니다.

“여보, 까돌이아빠, 가지산 미루나무 우리 집 말이에요. 거기 그 동네가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데요. 도시 사람들과 계약재배를 한다나 봐요. 우리 집도 그냥 그대로 있어요. 집을 비운지 오래되어서 낡긴 했어도 새로 고치면 살 수 있겠어요.”

“그래, 정말 잘 되었네. 새로 태어날 아가들을 위해서 집을 이층으로 고치면 좋지.”

아빠의 목소리는 힘이 철철 넘쳤습니다. 벌써 고향으로 이사를 간 것처럼 좋아했습니다.

“까돌이아빠, 그런데요 글쎄, 우리가 언제든지 까순이네보다 한 발씩 늦지 뭐예요. 까순이네가 전에 살던 집으로 벌써 이사를 왔다지 뭐에요.”

“그래, 반가운 소식이네, 우리도 내일 당장 이사를 갑시다.”

까돌이는 도대체 엄마 아빠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시골에서 놀이동산으로 이사 올 때도 까돌이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시골로 다시 이사를 가는 것도 까돌이를 위해서랍니다. 그런데 까돌이 의견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습니다.

까돌이는 놀이동산이 좋거든요. 심심하지도 않고, 먹을 것도 많고, 까돌이는 놀이동산을 떠날 생각이 조금도 없는데 속이 상합니다. 놀이동산에서 사귄 비둘기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까돌이는 내일이 영영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끝>

*다음 회에는 2편 <날개가 달린 외할머니 생신>이 이어집니다.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는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다. 또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