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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뜨거운 젊음의 찬가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7]

[그린경제/얼레빗=김상아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가마솥처럼 달아오른 대지는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먼지 냄새가 풍겨왔다. 벌써 보름 넘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뜨거운 코피가 인중을 타고 흐르듯 아침부터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역사 천장에 매달린 바람개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정도면 사람들과 눈빛 마주치는 것조차도 짜증이 나겠지만 그날 용산역에서 경포대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짜증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활기차게 떠들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난 열흘간 바캉스비용 마련을 위해 막노동판에서 땀방울 깨나 흘린 우리 삼총사도 그 틈에 끼어 있었다.  

우리를 태운 완행열차는 영주를 돌아서 하오가 돼서야 경포대역에 도착하였다. 망상과 정동진, 안인진으로 이어지는 해안철도도 절경이지만 솔밭으로 둘러싸인 경포대역은 그 가운데 백미 중의 백미요 압권이었다. 

우리가 기차에서 내렸을 때 경포백사장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때마침 ‘미스터 경포선발대회’ 결선이 진행되고 있어 그 열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우린 번잡함을 피해 ‘순개울’이라는 한적한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밤늦게까지 기타를 치며 한여름 밤의 낭만을 만끽하다 잠이 들었다.  

한참 꿈속을 헤매고 있는데 옆에 자던 친구가 옆구리를 툭툭 치며 눈뜨고 별구경을 좀 하라는 것이었다. 간신히 취한 눈을 부비고 바라보니 얼음 알갱이 같은 별들이 우박이 되어 금방이라도 백사장에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샛별은 주먹만 했다. 그 순간 번뜩하고 무언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우린 어제 밤에 텐트 속에서 잠들었는데 지금은 누어서 별을 보고 있다니? 우리가 잠든 사이 누군가 우리의 텐트를 걷어간 것이었다. 그 당시 텐트는 바닥과 일체형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은 젊은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목이 터져라 불러봤던 ‘해변으로 가요’를 들으며 추억에 잠겨본다.

 

   
▲ 키보이스 음반 표지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
사~랑 한다는 말은 안 해도
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
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
사랑의 발자국 끝없이 남기며
 

우리나라 최초의 록 그룹은 어느 팀일까? 이 문제는 아직도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고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가장 먼저 결성된 팀은 60년대 초부터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한 코끼리 브라더스라 한다. 하지만 음반발표 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키보이스가 최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첫 음반수록 곡 전부가 번안곡이라 빛이 바랬다. 그래서 창작앨범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어 키보이스 보다 몇 달 뒤에 음반을 낸 신중현의 에드 포를 효시로 꼽는 이들도 있다.  

평단의 갑론을박이야 어찌 되었건 현재까지의 발굴 자료에 따르면 키보이스가 최초로 음반을 발표하고 활동한 락 그룹이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해변으로 가요’는 1970년에 발표되었으나 대중적 사랑은 크게 받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노래는 창단멤버가 다 빠지고 없는 상태에서 후기 키 보이스가 1975년에 다시 불러 빅 히트를 기록했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