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맑음동두천 17.9℃
  • 구름조금강릉 23.4℃
  • 맑음서울 19.6℃
  • 맑음대전 19.7℃
  • 맑음대구 20.1℃
  • 맑음울산 18.8℃
  • 맑음광주 18.2℃
  • 맑음부산 18.0℃
  • 맑음고창 ℃
  • 구름조금제주 18.6℃
  • 맑음강화 17.0℃
  • 맑음보은 15.8℃
  • 맑음금산 16.6℃
  • 구름조금강진군 16.8℃
  • 맑음경주시 19.0℃
  • 맑음거제 17.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비 지스(Bee Gees) "Don’t forget to remember"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8] 작별을 전하는 슬픈 멜로디

[그린경제/얼레빗=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국토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었다고 떠들썩할 때니까 1970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우리 식구는 서울 변두리 어느 달동네에 살고 있었다. 강원도 산골에서 올라간 빈농가정이 수도 서울에 발붙일 곳은 그런 판자촌밖엔 없었다. 전력사정이 나빠 걸핏하면 정전이 되어 자주 남포등을 켜야 하는 동네였다.  

상수도 혜택은 더욱 알량하여 물지게로 산 아래 동네에 있는 공동수도에서 길어 와야만 했다. 갈수기엔 그나마도 공급이 끊겨 산등성이 너머에 있는 절(寺)이나 계곡으로 물을 찾아 헤매야 하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버텨야만 하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비록 봉지쌀을 사다먹고 새끼줄에 꿴 낱장연탄을 사다 땔지언정 이웃 간의 인정만큼은 넘쳐흘렀다. 굶고 있는 집이 있으면 부족하나마 나누어 먹었고 이웃의 아픔도 내 것 인양 여기며 살았다.

 

   
 

나는 거기서 나를 평생 음악인으로 살게 해줄 한 사람을 만난다. 그는 나보다 대엿 살 위인 동네에서 하나 있는 대학생 이었다.  

반딧불이 같은 별들이 하나 둘 하늘가에 날아들 때면 그는 늘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황금성교회’로 나를 데리고 갔다. 산꼭대기에 자리한 교회마당에서 내려다보면 발아래 세상은 어느새 호수가 되고 반짝이는 불빛들은 호면에 비친 별빛 같았다. 섬돌위에 돗자리를 편 뒤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켜고 누우면, 머리맡 천국의 전당도 가난으로 시름하는 발아래 세상도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음악만 남아 좋았다. 

우리는 종종 호면의 불빛들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만의 세계를 다녀오곤 하였다.  

어느 날밤,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었다고 온 나라가 들떠서 잠들던 그날 밤이었다. 평소에는 말 수가 적은 그가 처음으로 많은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자기에겐 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었다는 것, 일 년 전에 헤어졌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 여학생도 자기를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Don’t forget to remember>를 신청하였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라디오에선 그의 신청곡이 흘러 나왔고 그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그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내게 선물하고 논산훈련소로 떠나가 버렸다.

   
 
 감미로우면서도 애잔한 <Don’t forget to remember>는 1969년에 발표되어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노래이다. 

당신이 내 곁을 떠났다는 것을
나는 믿을 수가 없어요
아무리 믿으려 해도
 

당신이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지만
당신을 포기 하는 것만큼은
애써도 안 되네요
나를 잊지 말아줘요

우리의 지난 사랑도
잊지 말아요
나도 당신을 잊지 못하죠
당신을 사랑해요
 

가슴엔 추억이 남아 있어요
별들에게 들려줄 추억들이죠
나를 잊지 말아줘요
 

베리 깁, 로빈 깁, 모리스 깁 삼형제로 구성된 비지스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적에 호주로 이민갔다. 그곳에서 가수로 데뷔하여 성공을 거둔 뒤 영국으로 돌아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