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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역사지우기' 중국의 동북공정을 두고만 볼 것인가?

문학과학통섭포럼이 토하는 외침

[그린경제/얼레빗=이한영 기자]  지난 8월 14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 소설가)가 문인 33명을 맞춰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기마민족의 본산 고조선·고구려·발해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넋과 혼이 살아 숨 쉬는 흑룡강성·길림성·요녕성의 동북 3성과 간도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역사문화기행을 다녀왔다. 8월 15일 1909년 초대조선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조선 침략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하얼빈역에서 사살했던 역사의 현장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문하고 다시 일본의 대동아공영에 따라 동남아를 점령하기 위해 세균무기 개발의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천인공노할 731부대도 방문했다.

다시 하얼빈역에서 밤차로 12시간이나 달려 8월 16일 새벽에 연길역에 도착하니 우리말 간판이 우리 문인들을 맞이했다.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한글간판을 바라보면서 이곳이 바로 우리 민족이 지배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 길림성에서는 간판을 제작할 때 한글 다음에 중국 한자를 쓰도록 되어 있다고 하니 우리 조선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조·중국경도시 도문에서 북한을 바라보면서 잠시 감상에 젖기도 했지만, 다시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찾아갔다. 장백산호텔에 도착해서 양왕용 부산대 명예교수의 "윤동주의 신앙 형성과 시인의 길"이라는 문학특강과 참석문인 33명의 작품발표회를 통한 '문학의 밤' 행사도 열기를 더했다. 8월 17일, "백번 올라가면 두 번밖에 볼 수 없다"고 백두산도 쾌청하게 잘 보고 돌아왔다. 8월 18일은 집안(集安)으로 달려가서 주인 없는 돌무덤처럼 표지석도 없이 나뒹굴고 있는 광개토대왕릉과 장수왕릉, 그리고 일본인에 의해 훼손된 채 중국 공안(公安)이 지키고 있는 광개토대왕비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집안시는 고구려 수도였던 국내성(國內城)이 있던 곳이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유리명왕 21년 조를 보면 "교시(郊豕: 제사에 쓸 돼지)가 풀려나 도망을 가자, 왕이 희생을 맡은 설지(薛支)를 시켜 뒤를 쫓아가게 했다. 설지는 국내위나암(國內尉那巖)에 이르러 잡았다"고 했다. 설지는 왕에게 국내가 넓어 도읍으로 삼을 만하다고 보고했고, 그 말에 왕이 국내로 도읍을 옮겼다고 한다. 서기 3년 고구려가 이곳으로 천도하여 427년 장수왕 15년 평양으로 천도하기까지 국내성은 425년간 고구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집안 곳곳에는 고구려의 역사와 유물이 남아있다.

그런데 중국이 동북공정에 따라 우리의 고토(古土) 고구려의 국내성을 유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우째서 이런 일이……. 게다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까지 설립해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고 하더니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중국의 동북공정이란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적인 연구사업이다. 중국 동북쪽의 변경지역인 만주지방의 역사, 지리, 민족문제 등을 연구한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국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날조하여 우리 고구려 역사의 뿌리를 송두리째 훼손하는데 목적이 있다.


   
▲ 아무도 돌보지 않는 광개토대왕릉 위에 설치된 왕릉입구가 폐가처럼 허물어지고 있다. (문학과학통섭포럼 제공)

중국의 유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두 번째 수도였던 국내성(國內城)을 비롯하여 왕릉 14기와 귀족의 무덤 26기가 포함되어 있다. 고구려의 태왕릉(太王陵)과 광개토대왕릉(廣開土大王陵), 여기에 외관이 완벽하게 보존된 장수왕릉(長壽王陵)인 장군총(將軍塚)을 비롯하여 무용총(舞踊塚), 각저총(角抵塚), 왕자총(王字基), 임강총(臨江基), 서대총(西大基), 천추총(千秋基) 등이 대표적이다. 고분을 통해 고구려의 매장양식과 건축 및 토목기술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유명한 광개토대왕비(廣開土大王碑)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는 중국의 강탈해위나 다름없는데도 정부는 한마디 말도 없다. 침묵이 금(金)이란 뜻인가?

집안시 어디를 가서 물어봐도 광개토대왕릉이나 광개토대왕비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 호태왕비(好太王碑)와 태왕릉(太王陵)이란 팻말이 고작이다. 그것도 중국말 한자다.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라는 광개토대왕의 시호(諡號)를 줄여서 '호태왕비'라고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도 동북아역사재단이 만들어져 있는데도 동북공정에 대한 문제제기는 고사하고 우리 선조들의 역사인 고구려의 국내성이 광개토대왕릉을 비롯하여 광개토대왕비·태왕릉 등 옛 고구려 문화재가 중국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유엔에 등재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의의도,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있는 한심한 정부다.

본 포럼(상임의장 최진호, 부경대 명예교수)은 정부나 국민도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는 울분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지만, 중국이 동북공정에 따라 '고구려 역사지우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데도 정부나 국민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중국의 야심은 한반도 통일 후 벌어질지도 모르는 동북3성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사전 단속과 함께 나아가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격하하여 고구려의 대를 이어오고 있는 대한민국이 통일 후 영토주권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지, 묻고 싶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대책이 시급하다.
("문학과학통섭포럼"이 올린 글을 전재합니다)